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8. 29. 선고 2023구합8243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0. 7. 29. 설립되어 주·야간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인 D재가노인복지시설(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과 재가노인복지시설인 E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하 ‘공동생활가정’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2020. 11. 11.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요양보호사로 근무하였는데, 입사 당시 근로계약기간을 1년(2020. 11. 11.∼2021. 11. 10.)으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제1차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이후 계약기간을 1년(2021. 11. 11.∼2022. 11. 10.) 더 연장하였다(이하 ‘제2차 근로계약’이라 한다).

나.

참가인은 2022. 10. 10. 원고에게 근로계약 기간이 2022. 11. 10.자로 만료된다고 고지하였고(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원고는 2022. 11. 10. 17:30경 참가인의 부탁을 받은 사회복지사 F에게 사유를 “계약만료”로 하는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에 서명하여 제출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G),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5. 12.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라.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9. 5.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가 제1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1)

제1, 2차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

2)

설령 제1, 2차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존재하고 참가인의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인지 여부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두224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제1, 2차 근로계약에는 근로계약 기간이 ‘2020. 11. 11.∼2021. 11. 10.’, ‘2021. 11. 11.∼2022. 11. 10.’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점, ② 제2차 근로계약 당시 임금이 인상되고 3개월의 수습기간을 따로 두는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있었던 점, ③ 참가인이 ‘정규직’ 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명시한 요양보호사 채용공고(이하 ‘이 사건 각 채용공고’라 한다)를 게시하였다는 것은, 원고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근거가 되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자체가 구체적 계약의 내용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계약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를 다시 기간을 정하여 갱신하였으므로, 제1, 2차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기간제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의 갱신거절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갱신거절 당시, 즉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하되, 특히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까지 존재하는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통보 당시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제2차 근로계약에는 계약기간이 ‘2021. 11. 11.∼2022. 11. 10.’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제2조 제2항은 ‘전항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 당사자간에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본 근로계약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갱신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두고 있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고와 참가인이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므로, 참가인이 기간만료 1달 전에 이 사건 통보로써 근로계약 종료의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한 이상 위 조항만으로 기간만료 당시에 원고에게 재고용에 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외에 이 사건 사업장의 취업규칙 등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참가인이 이 사건 각 채용공고에 ‘정규직’ 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위 각 채용공고를 통해서 채용된 것이 아닌 점, 위 각 채용공고는 근로계약기간을 명시한 제1·2차 근로계약과 그 내용이 상이한 점, 이 사건 사업장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경우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이고 대다수는 기간제근로자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채용공고만으로 원고가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제2차 근로계약은 ‘입사일로부터 3개월은 수습기간으로 하고, 참가인은 이 기간 동안 원고의 업무상 능력을 평정하여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근로계약을 종료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었으나(제5조 제1항), 참가인이 3개월의 수습기간이 종료된 2022. 2. 무렵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9개월 뒤인 2022. 11. 10. 종료 예정인 근로계약의 갱신가능성에 관하여 어떠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이 사건 사업자와 공동생활가정<2>의 고용보험 취득·상실 현황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총 15명 중 11명의 근무기간이 모두 1년 미만이고, 4명만이 1년 이상 근무하였으나 그 중에서도 원고를 포함한 2명만의 근무기간이 2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한 근로자 10명 중 근무기간이 2년 이상인 근로자는 2명에 불과할 뿐 대부분 근무기간이 1년 또는 그 미만이다.

마)

요양보호사 업무가 상시·지속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특성상 시설이용자나 보호자들과의 관계, 간호사·조리사·사회복지사 등 다른 인력과의 협조 등이 중요하므로, 참가인에게 합법적으로 주어진 인사에 관한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고 탄력적으로 요양보호사 인력을 관리하기 위해서 비교적 단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기간 종료 시마다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도록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불합리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바)

참가인은 원고가 입사할 당시 ”무기계약으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달리 참가인이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고 신뢰할 만한 언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

원고는 2022. 10. 10. 이 사건 통보를 받은 뒤 예정된 근로계약 만료일인 2022. 11. 10. ‘계약만료’를 사유로 하는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참가인에 제출하였다.<3> 그런데 이 사건 사직서는 그 명칭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제2차 근로계약이 기간의 만료로 종료되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 주장과 달리 사직의 의사표시 및 철회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 및 철회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당연히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오히려 CCTV영상에 의하면 원고는 사회복지사 F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반박하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고, 혼자 있으면서 초안을 상당시간 들여다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등 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서명하여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로 종료된다는 이 사건 통보를 사실상 수용하는 차원에서 그 만료일에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라.

소결론

원고에게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그 계약기간의 만료로 당연히 종료되었을 뿐,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지 아니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