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선박관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참가인은 2008. 11. 15. 원고에 입사하여 선박관리 1팀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원고는 참가인의 다음과 같은 비위사실이 원고 취업규칙에 따른 '회사를 상대로 절도, 횡령, 배임, 사기 등 범죄행위를 하였거나 하고자 한 때 또는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때[취업규칙 8.5.(m)]',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초래한 때[취업규칙 8.5.(o)]', '기타 이상 각 호의 1에 준한 사유에 해당될 때 [취업규칙 8.5.(w)]'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 2023. 2. 8.자로 참가인을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5. 18. 제1-2 징계사유가 인정되지만 나머지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고, 인정되는 제1-2 징계사유에 비해 해고의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하였다(K).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9. 18.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L,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제1-1 징계사유의 존부
인정사실
원고의 구매절차규정 및 구매절차 매뉴얼은 물품 및 용역의 공급업체 선정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참가인은 2021. 3. 4.경 선주사로부터 'D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를 2021. 5. 3. 말레이시아 계류항에서 출항시킬 수 있도록 선박 재가동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선원들을 소집하여 2021. 4. 2. 출국해 2021. 4. 12.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기간을 마치고 선박 재가동 준비를 시작하였다.
참가인은 2021. 4. 14. 이 사건 선박의 상태를 확인한 선장으로부터 선내 소독 및 선박 내 가구 등의 수리가 필요하다는 이메일을 받고 곧바로 현지 lay-up 관리팀(계류 중인 선박을 관리하는 원고 내 부서) 등에 현장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선원들의 승선이 예정된 2021. 4. 19.까지 수리를 요망한다는 이메일을 발송하였다. 참가인은 2021. 4. 15. 선주사에 위와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lay-up 팀에는 가구 교체에 관한 소요시간 및 견적을 요청하였으나, 2021. 4. 22. 현지에서 가구를 제작하고 인도될 때까지 약 3~4주가 소요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참가인은 같은 날 선주사로부터 이 사건 선박의 말레이시아 출항 후 첫 기항지가 평택이라는 메일을 받고 한국에서 가구 제작이 가능한지를 확인해보겠다고 회신하였으며, 같은 날 국내의 'E' 업체에 이 사건 선박의 가구 수리 견적을 요청하였다.
참가인은 2021. 4. 25. 말레이시아 현지 가구 업체로부터 가구 제작에 3주, 설치에 5~6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비용은 약 11,000달러라는 견적을 받았고, 2021. 4. 28. E으로부터는 국내 입항 일정에 맞추어 가구 수리가 가능하고 비용은 약 18,500달러라는 견적을 받았다. 참가인은 2021. 4. 29. 선주사에 위 두 견적서를 첨부하면서 현지 수리는 예상 출항일 전에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국내 수리에 관한 견적을 받았음을 알리고 해당 견적대로 수리를 진행할 것을 승인받았다.
이후 이 사건 선박의 국내 기항지가 평택에서 인천으로 변경되자 참가인은 이를 E에 알려 인천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2021. 5. 6. 출항 후 2021. 5. 13. 인천에 기항하여 2021. 5. 15.까지 2일 동안 가구 수리를 완료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13호증, 을가 제5, 8호증, 을나 제3 내지 1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참가인은 이 사건 선박의 가구 수리를 위하여 기한을 맞추기 어려운 말레이시아 현지 업체를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들로부터 비교견적을 받지 않은 채 E으로부터 단독 견적을 받아 해당 업체를 그대로 선정하였고, 이는 원고의 구매절차규정에서 비교견적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는 예외적 사유에 명시적으로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이므로, 위와 같은 참가인의 행위는 일응 원고의 구매절차규정을 그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 내지 6, 13 내지 16, 21 내지 24호증, 을나 제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이 비교견적을 받지 않고 E을 가구 수리 업체로 선정한 데에는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급박한 기한 등의 사정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 선정에 관한 참가인의 전체적인 업무 수행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단지 참가인이 비교견적을 받지 않는 바람에 원고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구 수리 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참가인이 원고 취업규칙에서 징계사유로 정한 '원고와의 신뢰관계를 현저히 훼손하는 행위'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 또는 그에 준하는 잘못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1-1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비록 국내 업체들 사이의 비교견적을 받아 공급업체를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참가인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출항일 이전에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고 E에 가구 수리에 관한 견적을 요청하였고, 이후 해당 견적과 말레이시아 현지업체의 견적을 함께 선주사에 송부한 다음 E을 통해 가구를 수리하는 데에 관한 승인을 받았는바, 참가인은 적어도 '현지 수리'와 '국내 수리'에 관한 비교 절차를 거쳐 가구 수리 업체를 선정하도록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참가인이 현지에서의 수리가 기한상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예정된 이 사건 선박의 출항일까지 약 10일 정도만이 남은 상황이었고, 국내에서 가구수리를 진행할 수 있는 입항 기간도 며칠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음을 고려하면, 참가인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국내 업체들 사이의 비교견적을 받지 않고 입항 일정에 맞추어 가구 수리가 가능하다는 E의 단독견적을 받아 가구 수리 업체로 선정한 것은 긴급한 수리의 필요성과 촉박한 기한을 고려한 업무처리였다고 볼 수는 있다. 더구나 이 사건 선박의 입항지가 평택에서 인천으로 변경되었는데도 결과적으로 해당 입항 일정에 맞추어 E을 통한 가구 수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구매절차규정을 엄격히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참가인의 업무처리가 현저히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원고가 주장하는 참가인의 행위로 입게 된 경제적 손해는 참가인이 이 사건 선박을 건조한 N의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E보다 현저히 저렴한 비용의 견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해당 협력업체 중 E보다 상당히 낮은 비용의 견적을 제시한 'O'은 원고의 구매시스템(M)에 등록된 업체가 아니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원고의 구매절차 매뉴얼은 구매시스템에 등록된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추후 참가인에게 당시 이 사건 선박의 입항 일정에 따라서는 제품 공급이 불가능하였다는 취지의 이메일까지 발송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해당 견적의 내용을 기초로 원고의 경제적 손해를 산출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참가인이 다른 국내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았다면 E보다 낮은 가격에 가구 수리를 할 수 있었을지도 분명하지 않으므로, 참가인이 현저히 높은 가격에 E을 가구 수리 업체로 선정함으로써 원고 주장과 같은 중대한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참가인이 가구 수리가 필요함을 인지한 2021. 4. 14.경 곧바로 가구 수리가 가능한 업체를 찾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업무를 태만히 수행하는 바람에 가구 수리 기한이 촉박하게 되었으므로 수리의 긴급성 등을 이유로 참가인의 단독견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참가인은 이 사건 선박의 상태를 확인한 직후인 2021. 4. 15. 현지 lay-up 팀에 가구 교체에 관한 견적을 요청하였고, 2021. 4. 22. 출항 예정일 내에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은 다음 곧바로 국내 업체인 E에 견적을 요청하였으며, 출항일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E으로부터 견적을 받은 직후 해당 견적대로의 수리에 관한 선주사의 승인을 받았는바, 이러한 참가인의 업무처리가 태만히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원고는 기관장실 수리 작업이 차후 수리조선소에 입거할 때까지 유예될 수도 있었으므로 참가인이 시급한 수리의 필요성을 들어 단독견적을 받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는 당시 기관장실에 대한 소독 및 수리 등을 반복적으로 요청한 선장이나 선주사의 이메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참가인의 행위는 결국 비교견적을 받도록 하는 구매절차규정을 준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가구 교체 및 수리를 진행하여 이 사건 선박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원활히 운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바, 선박관리에 관하여 감독이 가지는 재량을 아울러 고려하면 이러한 참가인의 행위가 원고와의 신뢰관계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라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원고에게 중대한 손해를 초래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제1-3 징계사유의 존부
참가인이 2018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관리하는 선박의 '스턴램프 RO-RO 부품(이하 '이 사건 부품'이라 한다)'을 교체함에 있어서 해당 부품의 정품을 취급하는 'J'가 아닌 'I'의 부품을 납품받아 사용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러한 참가인의 행위는 '원래의 부품 제조업체가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 경우 복수업체에 견적을 요청하지 않고 당해 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도록 정하고 있는 원고의 '재화, 용역 및 수리규정'에 그대로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7, 17, 18, 26 내지 28호증, 을가 제6, 9호증, 을나 제15,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2018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원고 내에서 I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납품받은 경우가 총 145건 확인되는데, 그중 참가인의 납품 건수는 총 16건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참가인보다 납품 건수가 더 많은 근로자도 상당수 확인되는 점, ② 원고는 다른 근로자들의 경우 단독견적을 받은 참가인과 달리 복수의 비교견적을 받아 이 사건 부품을 발주하였으므로 참가인의 비위행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이 부분 징계사유의 근거로 들고 있는 '재화, 용역 및 수리규정'은 정품을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 복수견적을 요청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애초에 정품을 취급하는 업체와 거래를 하지 않은 이상 복수견적을 받은 다른 근로자들과 단독견적을 받은 참가인을 달리 볼 별다른 이유가 없는 점, ③ 참가인은 원고의 구매시스템을 활용하여 그에 등록된 I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공급받은 것이고, 원고의 구매담당관 역시 그동안 별다른 지적 없이 해당 납품을 승인하여 왔다고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정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유지보수에 관하여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현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이 원고 내에서 장기간에 걸쳐 참가인을 비롯한 다수의 근로자들이 I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공급받아 왔는데도 선박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거나 보험사가 이를 지적하여 분쟁이 생겼다는 등의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이 위와 같이 정품을 취급하지 않는 다른 업체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공급받은 행위는 사실상 원고 내의 관행으로 용인되어 왔다고 보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의 위 행위가 원고와의 신뢰관계를 현저히 훼손하는 행위 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원고에게 중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1-3 징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제2-1 징계사유, 제2-2 징계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이고,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1314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5두54759 판결 등 참조).
제2-1 징계사유에 관하여
제2-1 징계사유는, 참가인이 2021. 11.경부터 5건의 폐기물 처리 등 업무를 관련 자격이 없는 'E'으로 하여금 수주하게 한 다음 실질적으로는 참가인과 친분이 있는 P이 대표자로 있는 'H'이 원고의 구매시스템(M)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임에도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방기하여, 'H'이 이익을 향유하는 동시에 'E'에게 '통행 수수료 이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의 대표이사 Q이 참가인의 소개로 P을 알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지(갑 제29호증),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참가인이 실질적으로는 원고의 구매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를 운영하는 P이 폐기물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사적 친분이 있는 P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위와 같은 거래 구조를 창출·묵인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특히 원고가 이 부분 징계사유로 지적하고 있는 E과의 거래는 참가인에 의하여 발주된 것도 아니라고 보이고(을나 제25호증), 원고는 노동위원회 심문 과정에서 '미등록업체 작업 방기'를 이유로 참가인이 아닌 다른 근로자에게 감봉 처분을 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제2-1 징계사유는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제2-2 징계사유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9, 20호증, 을가 제7호증, 을나 제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참가인과 친분이 있는 P이 종전에는 원고의 공급업체로 등록된 'H'(이하 '종전 H'이라 한다)를 운영하다가 2020. 8.경 지분을 매각하고 'R'(이하 '신규 R'이라 한다)를 새로 설립한 사실, ② P이 2021. 7.경 원고 등록팀에 신규 R을 구매시스템에 등록하여 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하였으나, 등록팀 담당자는 종전 H과 신규 R의 영문 표기가 동일하여 등록할 수 없게 되자 P에게 '어떤 감독으로부터 등록 요청을 받았는지'를 문의하였고, 이에 P은 '참가인이 등록을 요청하라고 하였다'는 답변을 한 사실, ③ 등록팀 담당자는 2021. 11. 9. 참가인을 포함한 선박관리팀장들에게 '업체 등록이 필요하다면 우선 지사장 승인을 요청한다'면서 신규 R의 등록여부에 관한 의견을 묻는 이메일을 발송하였고, 참가인은 이에 대해 '업체 명칭이 유사하여 매우 혼란스러우니 종전 H만 등록된 상태로 하고 신규 R에 대해서는 신규 업체 등록을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회신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제2-2 징계사유는 참가인이 정당한 공급업체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적 친분이 있는 P이 운영하는 'H'이 원고의 공급업체로 등록하는 데에 부적절하게 관여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정당한 공급업체 등록절차란 감독들이 등록신청서를 구매팀에 직접 제출하여 승인을 받거나 지사장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등록팀에서는 P의 요청에 대한 검토를 거쳐 감독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필요한 경우 지사장의 승인을 얻도록 하였는바, P이 참가인의 요청에 따라 원고의 등록팀에 직접 공급업체 등록을 요청하였다는 것만으로 정당한 공급업체 등록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P과 참가인 사이에 사적 친분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P의 이메일 내용과 같이 참가인이 직접 P에게 공급업체 등록을 요청하도록 말하였다면서도 의견 조회 과정에서는 그와 정반대로 신규 R을 등록하지 말라는 이메일을 발송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이 P의 편의를 도모하려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나, 설령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규 R이 부당한 절차를 거쳐 원고의 공급업체로 등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참가인이 P으로 하여금 직접 등록팀에 공급업체 등록을 요청하도록 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참가인이 원고와의 신뢰관계를 현저히 훼손하는 행위를 하였다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원고에게 중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2-2 징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의 징계양정 적정 여부
관련 법리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아닌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한편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 참조). 다만,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사용자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사용자가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사용자의 규모·사업 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증명책임도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0, 11, 19, 30 내지 32호증, 을나 제18 내지 2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해고는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의 징계양정이 적정하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인정되는 것은 제1-2 징계사유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
제1-2 징계사유는 참가인이 2018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체결한 38건의 폐기물 처리 계약 중 2건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비교견적 없는 단독견적으로 체결하여 원고의 구매절차규정 등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원고의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업무처리를 한 기간이 짧지 않고, 특히 위 38건 중 35건이 참가인과 친분이 있는 P이 대표자로 있던 'R' 업체와 체결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참가인의 위와 같은 업무처리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참가인 외의 다른 감독들 역시 참가인과 마찬가지로 단독견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상당수 확인되는 점, 계약 업체 선정 및 발주 등은 원고 내의 구매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는데 원고는 위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단독견적을 통한 계약 체결이 이루어졌음에도 그동안 이에 대하여 관리·통제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의 비위의 정도가 대단히 무겁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제1-2 징계사유는 단지 참가인이 내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취지만이 아니라, 그러한 업무처리로 인해 원고와의 신뢰관계가 중대하게 훼손되었거나 원고가 중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① 참가인이 단독견적을 통해 특정 업체와 다수의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더라도 해당 업체의 업무수행 자체에 별다른 문제가 있었다고 볼 자료는 없는 점, ② 원고는 다른 업체의 예상 견적과의 차액을 합산하여 원고의 손해액을 약 17,613달러로 추산하였으나(갑 제11호증의 1), 해당 자료가 객관적인 예상 견적에 근거한 것인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해당 자료에 의하더라도 일부 계약에 관하여는 참가인이 오히려 더욱 저렴한 비용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사항들도 확인되며, 무엇보다 업체들 사이의 업무수행 형태나 내용, 기한, 질 등이 다를 수 있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 유지함에 따라 부가적인 이익이 창출될 여지도 있음을 고려하면, 막연히 위와 같은 견적금액 차이만을 합산하여 원고가 실제로 그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③ 원고는 참가인이 선정한 'R'이 다른 업체들과 달리 불필요한 '빌지(bilge)' 폐기물 처리 비용을 추가로 청구하여 3,600달러의 추가 손해까지 입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단순히 실제로 처리한 폐기물의 항목을 별도로 나누어 청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이와 달리 해당 업체가 처리하지도 않은 폐기물에 관하여 비용을 청구하였다고 볼 명확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더 이상 참가인과의 고용관계를 존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와의 신뢰관계가 심하게 훼손되었다거나 참가인의 비위행위로 원고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단독견적을 통한 계약 체결 행위는 원고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상당수 발견되었음에도, 원고는 다른 비위행위가 개입된 일부 근로자들을 제외하면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별다른 징계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근로자별로 비위의 정도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아무런 징계를 가하지 않은 근로자들과 해고를 당한 참가인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 참가인은 약 15년 동안 원고 내에서 근무하면서 별다른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참가인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이 비교적 가벼운 징계가 아닌 해고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제1-2 징계사유만이 인정될 뿐 나머지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고, 제1-2 징계사유만으로는 해고의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지 않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