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C생 남자)은 2023. 3. 16. 고글 등 오토바이용품을 생산하는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공장 1층에서 화물용 승강기에 물건을 싣고 탑승한 뒤 3층에 도착하여 물건을 내리는 과정에서 추락하여(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사망하였다.
B(이하 ‘고인’이라 한다)의 자녀인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8. 29. ‘고인을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고인은 형식적으로는 사업주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였으므로, 이 사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한 이상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6 내지 9호증, 을 제2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주식회사 D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고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고인은 ‘E’의 대표로 개인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이 사건 회사의 공장 내 1층의 독립된 공간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입주하였다. 고인은 이 사건 회사로부터 2주 단위로 납품 물량을 전달받아 증착기계를 이용하여 오토바이용 고글 렌즈(쉴드)에 컬러를 증착한 제품(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을 생산한 뒤 이 사건 회사에 납품하였다. 고인은 생산일정, 작업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사는 고인에 대한 별도의 근태 관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고인은 완성품 생산의 한 공정에 관하여 이 사건 회사 혹은 그 관리ㆍ감독자의 지휘에 따라 단순 종속되어 작업을 하였다기보다는 독자적 판단 하에 스스로 작업하여 완성시키는 일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 내용(갑 제8호증)을 근거로 고인이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그 내용을 보면 이 사건 회사의 대표 F은 단순히 생산물량을 의뢰하거나 컨테이너의 사용 현황을 안내하였고, 고인은 이 사건 제품의 생산 물량 및 입고 현황 등을 공유한 수준에 불과한바, 위 각 대화는 도급계약의 도급인과 수급인 간의 대등한 계약관계에서 그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교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이를 근거로 이 사건 회사가 고인에 대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 밖에 고인이 이 사건 제품의 생산ㆍ납품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원고는 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생산품을 화물용 승강기로 옮기는 업무를 하고 있었으므로 근로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만약에 위 생산품이 고인이 생산한 이 사건 제품이라면 이를 이 사건 회사 공장 내의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식으로 납품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도급계약 상 수급인이 수행하는 계약 내용에 포함되는 정도이고, 설령 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다른 물품을 옮기는 중이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같은 사업장을 사용하면서 생산설비 등을 공유하는 이 사건 회사와 E의 사업 특성에 따른 것이지 그것만으로 종속적 지휘ㆍ감독 관계를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
고인은 2021년 말부터 매월 15일경 이 사건 회사, F이나 F이 대표로 있는 사업체인 G로부터 3,033,400원의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갑 제6호증), 위 금액 이외에도 F이나 G가 고인에게 일정하지 않은 돈을 입금한 내역(2022. 1. 28. F 300,000원, 2023. 1. 13. G 870,810원, 2023. 1. 20. G 300,000원 등)이 다수 발견되는 점, 이 사건 회사는 ‘거래처인 E로부터 매입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해당 금액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하였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인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기보다는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하여 그 보수를 수령하였던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고인은 2020년 말경 다른 사업에 종사하겠다는 이유로 E 명의로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제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약 3개월 간 중단하였다가 다시 재개하였으므로, 이 사건 회사에 대한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고인 이전에 ‘H’의 대표로서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제품을 납품한 I(고인의 매제)은 ‘사업을 종료한 뒤 고인이 개인사업주로 해당 사업을 이어서 계속 진행했고, 유가족들도 고인을 개인사업주로 알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소결론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