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9. 23. 원고에게 한 장해등급결정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10. 11. 6.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우측 족관절 양과 골절, 우측 천비골신경증'을 진단받아 요양을 승인받고, 장해등급 제10급 제14호[10급 14호 : 한쪽 다리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 제14급 제10호 : 신체 일부에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우측 족부 단순동통 잔존)] 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추가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 '적응장애'를 진단받고, 피고의 승인을 받아 2019. 9. 30.까지 재요양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0. 1. 14. 원고에게 조정 9급[① 장해등급 일반 10급 14호 : 한쪽 다리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 ② 장해등급 일반 12급 15호 : 신체 일부에 심한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CRPS로 노동에는 통상 지장이 없지만 때때로 노동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통증이 남은 사람)]의 장해등급을 부여하였다. 원고는 위 결정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2020. 6. 9. 원고의 장해등급을 조정 8급[① 장해등급 일반 10급 14호 : 한쪽 다리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 ② 장해등급 일반9급 15호 :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장해가 남아 노무가 상당한 정도로 제한된 사람]으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장해등급이 낮게 결정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장해등급결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20구단14581), 피고는 2021. 7. 13. 위 사건에서 제시된 조정권고안에 따라 원고의 장해등급을 아래와 같이 조정 6급으로 다시 결정하였다.
피고는 특별진찰을 의뢰하여 원고에 대한 장해등급 재판정을 실시하였고,2024. 9. 23. 특별진찰 결과 및 전문심사회의 심의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장해등급을 아래와 같이 일반 9급 15호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3, 4,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장해등급이 조정 6급으로 결정된 2021. 7. 13. 당시보다 원고의 장해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음에도 원고의 장해등급을 9급으로 하향한 이 사건 처분은 정당한 처분사유가 없어 위법하다.
인정사실
을 제3,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재판정 관련 특별진찰
피고는 재판정 여부의 심사를 위해 B병원에 특별진찰을 의뢰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병원에서 우측 발목에 대한 운동범위검사(ROM; range of motion)를 받았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전문심사회의 심사소견
피고 소속 서울남부지사 전문심사회의는 2024. 9. 4. 원고의 우측 발목관절에 대하여 '원고가 통증으로 우측 무릎 밑으로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등 협조가 되지 않아 관절각도의 측정이 불가능하다.', '영상자료에서 확인되는 우측 발목의 상태는 골유합이잘 되어 있으며, 뚜렷한 관절염 소견은 확인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양하지 관절운동 제한 및 우측 발목관절 운동제한과 CRPS 통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노동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으나 동통 때문에 취업가능한 직종의 범위가 상당히 제한된 사람(장해등급 제9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 결과(마취통증의학과)
판단
관계 법령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59조 제1항은 "공단은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 중 그 장해상태가 호전되거나 악화되어 이미 결정된 장해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수급권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장해등급등을 재판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장해등급등의 재판정 결과 장해등급등이 변경되면 그 변경된 장해등급등에 따라 장해급여 또는 진폐보상연금을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장해급여는 장해등급에 따라 별표 2에 따른 장해보상연금 또는 장해보상일시금으로 하되, 그 장해등급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그 위임에 따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별표 6]에서는 ①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장해가 남아 쉬운 일 외에는 하지 못하는 사람"을 제7급 제4호로, ②"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장해가 남아 노무가 상당한 정도로 제한된 사람"을 제9급 제15호로, ③ "한쪽 다리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의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은 사람"을 제10급 제14호로 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 제3호는 장해가둘 이상 있는 경우에 그 중 심한 장해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하되, 제13급 이상에 해당하는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는 1개 등급을 상향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59조가 정하는 장해등급 재판정 제도는 2007. 12. 14. 법률 제8694호 산재보험법의 전부 개정 당시에 신설된 것으로, 재해근로자의 부상이나 질병이 일단 치유된 것으로 판단되어 1차로 장해등급 판정이 있은 후에 장해상태가 사후적으로 개선되거나 악화되었을 경우 장래를 향하여 기존의 장해등급 판정을 취소하고, 변경된 내용으로 장해등급을 새로 판정하는 절차이다. 그리하여 이는 요양을 통해 증상이 고정된 후에도 예외적으로 장해 상태가 호전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질병이나 장해에 한하여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서울고등법원 2023. 9. 22. 선고 2021누65691 판결 참조).<1> 장해등급의 판정도 요양이 끝나고 증상이 고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판단하는 데에는 의학적 예측이 필요하고(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46조 제10항 참조), 장해의 종류에 따라서는 변경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장해급여의 수준을 적정하게 정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장해등급 판정 절차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장해등급 재판정 제도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변경 가능성이 있는 종류의 장해에 대하여 한 번 결정된 장해등급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다시 판정하는 제도이다(헌법재판소 2023. 10. 26. 선고 2020헌바310 결정 참조).
이와 같은 입법 취지와 함께, 산재보험법 제59조 제1항이 "공단이···수급권자 중그 장해상태가 호전···되어 이미 결정된 장해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직권으로 장해등급 등을 재판정할 수 있다."라고 하여 장해상태의 호전을 재판정의 적극적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 점, 장해급여제도에 사회보장 수급권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가 아니고 사업자가 근로자 및 사용자 자신을 위하여 근로자의 평균임금에 상응하여 일정 비율로 납입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불의의 산재사고에 대비하여 피재 근로자에게 사고 이전의 생활수준의 골격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서 손해배상 내지 손실보상적 급부인 점에 그 본질이 있으므로 사회보장적 급부로서의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재산권적 보호의 필요성은 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어 다른 사회보험수급권에 비해 보다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점[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5헌바20, 22, 2009헌바30(병합) 결정 등 참조], 재판정처분 역시 행정처분의 일종으로서 항고소송에서의 일반적 법리와 같이 처분이 적법하였다고 주장하는 행정청에 그가 주장하는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는 점(대법원1985. 1. 22. 선고 84누515 판결 등 참조) 등을 종합하면, 수급권자의 장해상태가 호전되어 최초 요양 당시의 장해등급이 더 낮게 변경되어야 한다는 사유는 재판정을 행한 행정청에 그 증명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장해상태가 장해등급이 조정 6급으로 결정된 2021. 7. 13. 당시보다 호전되었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할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논거로 원고의 복합부위통증 증후군과 우측 하지의 기능 및 통증, 원고의 약물치료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등급을 제6급에서 제9급으로 하향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소견을 밝혔다. 위 의학적 소견이 경험칙에 반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 이를 배척할 만한 사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장 · 증명이 없다.
원고의 우측 발목관절은 2024. 4. 18. 특별진찰 수동 운동범위검사에서 운동기능이 정상 대비 36.4%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고, 담당의사는 장해진단서에 '발목관절에 기능장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소견을 기재하였다. 이 법원의 감정의도 우측 발목관절의 장기간의 심한 통증으로 우측 하지 사용이 현저히 제한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비사용 상태가 지속될 경우 근위축 및 관절 구축이 진행되어 기존의 기능저하가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기록상으로도 이를 시사하는 소견이 확인된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의 우측 하지 기능이 2021년 4월경과 대비하여 개선되지 않고 유사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장해등급을 재판정함에 있어 원고가 재판정 절차에서 우측 발목 운동각도 측정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우측 발목관절의 정형외과적 장해를 반영하지 않았으나(2026. 5. 14.자 준비서면 제8쪽), 위와 같은 의학적 소견 및 원고의 전동휠체어 사용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단지 운동각도 측정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우측 발목관절의 장해상태가 호전되었다거나 정형외과적 장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원고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호전되었다고 평가할 근거도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는다. 원고에 대한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의무기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통증의 강도와 양상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고, 원고는 계속해서 NRS 8~10 수준의 중증의 통증과 돌발통을 호소하고 있다. 원고가 고용량의 마약성 진통제, 척수자극기 및 척수강내 모르핀 주입 등과 같은 통증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의 강도는 여전히 조절되지 않고 있다.
소결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각주1) 2024. 2. 15.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3두56668).¦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