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18. 선고 2024구단61639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3. 25.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4. 1. 5. 17:30경 전기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인천 부평구 B 부근 C 사거리(이하 '이 사건 교차로'라 한다)에서 부평역 방면에서 시장로터리 방면으로 차량 신호 적색등, 보행자 녹색신호 상태에서 신호를 위반하여 횡단보도를 지나 직진하던 중 원고의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교차로에 진입하던 이륜차량(이하 '상대 이륜차량'이라 한다)이 원고 운행 자전거 뒷바퀴를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좌측 대퇴골 하단의 골절, 좌측 발목 염좌, 좌측 어깨 염좌, 좌측 손 타박상, 좌측 엉덩이 타박상'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피고는 2024. 3. 25.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신호위반 행위가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1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고 당시 비록 원고가 신호위반을 하였으나 이 사건 사고는 퇴근시간에 통상적인 퇴근 수단인 전기자전거를 이용하여 출근하던 중 발생하였고, 상대 이륜차량 운전자가 운전면허 없는 상태에서 교통법규와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것이 주된 원인에 해당하는 등 원고의 일방적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행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범죄행위에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는 물론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도 제외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등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 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의 취지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교차로의 진행 방향 신호가 황색 신호로 바뀐 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행하던 중 보행자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음에도 신호를 위반하여 정지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피하면서 직진하여 교차로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상대 차량과 충돌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5호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원고가 신호를 준수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에다가, 앞서 본 증거들, 갑 제11, 13 내지 20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그 발생 과정에 원고의 도로교통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에 상대차량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원고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교차로에는 원고가 진행하던 대로 방향에만 차량용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 사건 교차로 주변 도로 중앙선에는 횡단보도 부근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 차선규제봉이 설치되어 있는 등 유턴이 금지되어 있어 상대 차량이 진입한 소로에서는 대로 방향으로의 우회전만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대 차량은 소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켠 상태에서 대기하던 중, 이 사건 교차로에 설치된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녹색 등화로 변경되자 반대 방향 차선으로 가기 위하여 횡단보도를 따라 직진하다가 원고 운전 자전거를 충격하였는바, 상대 차량 또한 도로 통행방법을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과실이 있어 보인다.

나)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 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8767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상대 차량이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중앙선 침범을 막기 위하여 중앙선 부근에 차선유도등이 표시된 교차로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교차로를 횡단한 이상, 원고 운전의 전기자전거가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대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오토바이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하며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볼 수 없는데, 제출된 CCTV 영상에서 상대 차량 운전자가 다른 차량의 동태를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의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상대 차량은 원고 운전의 전기자전거보다 빠른 속도로 교차로를 횡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돌 부분이 상대 차량 앞부분과 원고의 전기자전거 뒷바퀴 부분인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2차선 차로 중앙 부분을 통행하고 있었는데, 상대 차량이 정상적인 진입방법에 따라 우회전을 하는 방법으로 대로에 진입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이므로,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상대 차량의 기여도가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이 사건 제외조항에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산재보험법이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를 보험급여의 제한사유로 삼은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일종의 징벌 또는 보험정책적인 목적에서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같은 취지의 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에 대한 생활보장적 성격을 갖는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과 관련해서는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지고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고, 사업주와 국가의 관계에서는 국가가 궁극적으로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참조). 이를 종합하면, 비록 원고의 교통법규 위반행위의 내용이 가볍지 아니하고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게 보험급여의 혜택을 받으려는 범죄적 의도나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산재보험법상 수급권을 인정한다고 하여 보험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원고의 교통법규 위반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나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아니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