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3. 7. 1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10. 11. 1.부터 B(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 소속 근로자로서 금형제품 생산 및 배송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22. 12. 28. 포터II 화물자동차((차량번호 1 생략), 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를 이용하여 ㈜C에 대한 물품 배송업무를 마치고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2022. 12. 28. 15:30경 화성시 D 앞 편도 1차로 도로를 남쪽에서 북쪽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황색실선의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에서 진행해 오던 E 운전의 8.5톤 덤프트럭의 정면 부분을 원고 차량의 정면으로 들이받았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① 외상성 쇼크, ② 열린 두개내상처가 없는 진탕, ③ 제1늑골을 침범하지 않은 다발골절, 폐쇄성(좌측 3-8번 늑골), ④ T3 및 T4 부위의 압박 골절(3,4번 흉추), ⑤ 대퇴골 몸통의 골절, 폐쇄성(양측), ⑥ 대퇴골 하단의 골절, 폐쇄성(양측), ⑦ 발목 및 발 부위의 다발성 근육 및 힘줄의 손상, 열상(우측), ⑧ 아래다리 부위의 다발성 근육 및 힘줄의 손상, 열상(우측), ⑨ 복사를 포함하는 비골의 골절, 개방성(우측), ⑩ 발목의 열린상처(우측), ⑪ 아래다리의 상세불명 부분의 열린상처(양측), ⑫ 무릎의 열린상처(우측), ⑬ 무릎뼈의 골절, 개방성(우측), ⑭ 비골 상단의 골절, 개방성(우측), ⑮ 양측 복사골절, 발목, 개방성(우측), ⑯ 발의 주상골의 골절, 개방성(우측), ⑰ 종족골의 골절, 개방성(우측) 등 총 38개의 상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2023. 2. 7.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3. 7. 10.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본문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2023. 6. 30.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차선을 잘 지키고 전방을 주시하여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전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켜 반대 방향에서 마주오던 화물 트럭을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의 범죄사실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수원지방법원 2023고약5358),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위 약식명령의 적용법령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2호, 형법 제268조'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 내지 4, 6 내지 13호증,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배송업무를 수행하던 중 업무로 누적된 피로로 인하여 졸음운전을 하게 되어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는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을 입게 되었다.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제1항에서 요양급여 지급의 대상이 되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상세히 규정하는 한편, 별도로 제2항 본문에서 근로자의 '범죄행위'를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로 들고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요양급여 지급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범죄행위'는 산재보험법의 목적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의 입법 취지에 따라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범죄행위에 따른 부상 또는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하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보험정책적인 의미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니어서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산재보험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인지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사고의 발생 원인이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실질적인 기준으로 삼아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이 상당하다.
위의 증거들, 갑 제3호증의 영상을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밖에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상병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사업장은 하반기에 매출이 많이 발생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를 포함한 직원들은 바쁘게 생산업무 및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원고는 사고 전날인 2022. 12. 27. 퇴근시간 이후 사업주인 F의 요청에 의하여 납기가 임박한(납기: 2022. 12. 30.)한 정원히트(50세트), 스틸하우징(3,000개) 생산업무를 함께 수행하였고, 집(이 사건 사업장으로부터 약 42.5km 떨어진 거리에 있음)에 귀가하지 못하고 이 사건 사업장에 있는 임시 숙소에서 잠을 잔 다음 오전 07:30경부터 업무를 수행하여 협력업체인 ㈜C에 납품할 부품을 생산하한 다음 점심시간 이후 위 제품을 원고 차량에 실어 ㈜C에 배송하고 15:10경 이 사건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
i) 원고가 위와 같은 야간 근무와 임시 숙소에서의 취침을 마친 후 생산작업과 배송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ii) 이 사건 사고 당시 동영상에 의하면 원고 차량이 진행하던 중 방향이 조금 좌측으로 꺾이면서 중앙선을 넘어 진행하게 되었고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진행해 오던 덤프트럭이 원고 차량과 충돌하게 되었음에도(원고 차량이 중앙선을 넘은 다음 충돌시점까지 진행한 시간은 약 2초 정도이다) 원고가 충돌 직전까지도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변경하는 등 사고회피를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점(원고가 상당한 중상을 입은 것은 원고가 사고 시점까지도 아무런 회피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iii) 반면 원고 차량이 충돌 직전에 가속을 하거나 덤프트럭을 향해 일부로 방향을 트는 등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볼 만한 정황 역시 확인되지 않는 점, iv) 당시 원고가 앞지르기 등을 위하여 고의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상황은 아니었던 점, v) 원고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몸상태가 좋지 않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졸음이 쏟아져 조향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여 중앙선을 침범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순간적인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음주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작성된 실황조사서 중 음주운전 여부란에 '정상운전' 항목이 표시되어 있다), 원고는 1987년 제1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이 사건 사고 시점까지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교통사고로 인해 형사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원고가 협력업체에 배송을 마치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정상적인 경로인 점, 그 밖에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등을 함께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가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배송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반사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호성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