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6. 25.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B(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소속으로 가스배달 업무에 종사하였던 근로자이다.
원고는 (차량번호 1 생략) 포터2 트럭을 이용하여 외근을 다녀온 후 2024. 3. 2. 17:10경 이 사건 회사 복귀를 위해 제주시 C 앞 편도 1차로의 도로를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하다가 맞은편에서 진행하던 D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봉고3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원고는 '강내로 열린 상처가 없는 결장의 손상, 소장의 손상, 장간막의 손상, 좌측 12번 늑골골절, 복부·래 등 및 골반 부위의 다발성 혈관손상'(이하 통틀어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등의 부상을 입었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6. 25. "이 사건 사고는 중앙선 침범 금지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발생하였고, 원고의 중앙선 침범 행위가 사고 발생의 전적 또는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판단되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편도 1차로의 도로로서 도로 폭이 좁은데다가 도로 갓길에 주·정차된 차량이 많아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도로 여건, 도로 이용 실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운전하던 중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게다가 이 사건 사고에는 상대방인 D의 무면허, 과속운전 등의 과실이 결합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전적이고 중대한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예외 사유로 규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 등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5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업무를 위한 운전 중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 현황, 이 사건 회사의 위치는 아래 약도와 같다. 그리고 갑 제5호증의 영상에 의하면 위 도로 인근에는 차량 회차를 위한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도로 여건상 원고와 같이 E중학교 방면에서 이 사건 회사로 접근할 경우 이 사건 회사 앞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위 영상에 의하면 사고 발생 장소 주변으로 갓길에 주정차된 차량이 상당 수 존재함이 확인되는바,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에서는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는 차량들이 빈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이례적인 운전 방식으로 인해 일어났다기보다 도로 구조나 여건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게다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상대방 차량 운전자인 D가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과속한 사실은 피고도 다투지 않고 있다. 또한 갑 제3호증 영상에 의하면 원고는 사고 직전 좌회전을 위해 속도를 현저히 줄인 상태로 도로 가장자리로 붙었다가 중앙선을 넘은 것인바, 위 D도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정까지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기능은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해 그 위험을 담보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단지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는 해당 행위자체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보험정책적인 목적에서도 그에 대해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험급여의 제한 사유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앞서 본 이 사건 사고 경위 등을 고려하면 원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판사 윤상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