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11. 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광산업체인 주식회사 D에서 광부로 근무하다가 2019. 2.경 폐암의 일종인 비소세포암을 진단받은 후 2019. 3. 7. 위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고(이하 위 상병을 '기승인 상병'이라 한다), 그 무렵 기승인 상병으로 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받고 요양한 이래 E병원, 의료법인 F G병원(이하 'G병원'이라 한다) 등에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아왔다.
망인은 2022. 6. 19. 08:34경 자택에서 '그라목손'이라는 제초제('파라콰트'라고도 불린다. 이하 '이 사건 제초제'라 한다)를 마신 후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노란색 뚜껑의 약을 요구르트 병에 따라서 먹었는데 119 구급대를 불러달라.'고 말하였고, 이에 같은 날 09:37경 원고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 차량을 타고 H병원으로 이송되어 위세척 등 치료를 받았으나 2022. 6. 21. '파라콰트 중독'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2. 10. 4.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2. 11. 22. '기승인 상병은 이 사건 수술 이후 망인의 사망 이전까지 무재발 상태로 추적 관찰되고 있는 상태였고, 망인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하게 되었다고 볼만한 객관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기승인 상병과 망인의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3. 7. 심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3. 7. 12.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0, 11, 12, 13호증 및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기승인 상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 사건 수술을 받은 후 불면증과 심각한 불안증세 등에 시달리다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이 사건 제초제를 마셔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판단
갑 제5 내지 8, 1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I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G병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G병원의 의무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수술을 받은 이후 2020. 6. 20.경부터 2022. 5. 26.경까지 위 병원 진료 과정에서 꾸준히 '기침, 가래 등으로 인하여목이 심하게 답답하고,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며, 온몸이 아프다.'고 호소하여 왔고,2021. 4. 19.경부터는 양측 난청, 호흡곤란(가슴 답답함) 증상을 추가로 호소하였으며,2022. 4. 12. 이명이 지속된다고 호소하였다.
망인은 2020. 6. 24.경부터 2020. 8. 25.경까지 G병원에서 우울증에 수반하는 불안, 정신지체장애에서의 불안·긴장·우울·수면장애, 공황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인 '자나팜 정'과, 정신분열증, 양극성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한 '카세핀 정' 등을 처방받아 이를 복용하였고, 위 병원의 2020. 11. 7. 자 진료기록에는 위 병원 주치의가 망인에게 불면, 불안증에 대한 정신과 진료를 강력하게 권유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한편 망인은 2021. 5. 12.경 간 내 담관의 결석으로 인한 간 절제술 및 담낭절제술을 실시하였는데, 그 무렵 일시적으로 섬망 증세가 나타나 치료를 받은 후 증세가 호전되기도 하였다(피고의 2024. 4. 25. 자 진료기록감정신청에 대한 보충질의서에 첨부된 '6. 서울성모병원 의무기록지' 참조).
망인의 인근 주민인 J, 망인의 동네에 거주하던 망인의 친형 K와 망인의 친동생 L는 '망인이 본래 낙천적인 성격으로 동네에서도 칭송 받고 있었는데, 이 사건 수술 이후 가래가 목에 끼어 많이 답답해하였고, 나중에는 헛소리까지 하게 되었다. 망인에게 병원에 가라고 하니 망인은 병원 간호사와 의사가 침대에 꽁꽁 묶어 땡볕에 내어놓고 심지어 가래침까지 뱉어서 입에 넣어주면서 죽으라 한다면서 화를 내었다. 망인은 많이 힘들어하면서 밤에 잠도 잘 자지 못하였다.'는 공통된 내용의 진술서를 각각 작성하였다.
원고는 2022. 6. 21. 망인의 변사사건 관련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망인이 이 사건 제초제를 마시게 된 경위에 관하여 '망인이 폐암과 간 수술 후유증으로 환각 증세가 있어서 농약을 먹은 것 같다. 망인은 서울의 병원에서 죽이려고 한다거나, 간호사들이 집어던진다거나, 가래를 컵에 뱉어서 먹인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머리를 잡아 뜯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망인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온몸의 가래를 목으로 모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전신을 목 쪽으로 쓰다듬으면서 가래를 목으로 모으는 시늉을 하곤 했다. 계속해서 환각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은 아닌것 같은데, 가끔씩 심해지면 정말 심하게 그것에만 집중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등 행동을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망인의 G병원 주치의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망인에게 정신적 이상상태를 의심할 수 있었고 따라서 해당 과 진료를 여러 차례 권유하였고, 관련 약제도 투여하였다.'라고 회신하였다.
한편 이 법원 감정의는 '망인은 간 절제술 및 담낭절제술을 실시한 2021년섬망 증세가 나타났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명확히 판단력이 소실되거나 저하될 정도의 정신과 질환이 보였다고 할 만한 근거를 확인할 수는 없다. 명확히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판단력이 저하되었거나 상실되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본다. 망인이 이 사건 수술을 한 이후 이 사건 제초제를 마시기 직전까지 정신과 진료를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이 법원 감정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망인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를 하였는지 여부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편, 망인은 기승인 상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 사건 수술을 받은 이후 계속된 기침, 가래 등으로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였고, 여기에 더하여 실제로2020. 6.경부터 8.경까지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한 '자나팜 정', '카세핀 정'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하였으며, 망인의 주치의가 망인의 정신적 이상상태가 의심되어 망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였고, 실제로 2020.11. 7.경 망인에게 정신과 진료를 강력하게 권유하였다.
망인은 2021년도에 간 질환으로 인하여 간 절제술 등을 받은 이후부터는 섬망 증세를 보이기도 하였고 이명 증세도 심각해졌는데, 인근 주민과 망인의 형제들, 원고는 모두 일치하여 망인이 '병원 간호사나 의사가 가래침을 뱉어 먹인다.'는 등의 이상 언행을 보였다고 진술하였고, 위 진술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의심할만한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위 각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수술 이후부터 앓고 있던 불안, 우울 등 증세가 점점 더 심각해졌고, 이 사건 제초제를 마신 즈음에는 환각이나 망상 증세까지 추가로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제초제를 마신 직후에 원고를 불러 119 구급대원을 불러달라고 하였는데, 이상 망인의 치료 경과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환각이나 망상 증세가 심해져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이 사건 제초제를 마셨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망인이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가진 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제초제를 마셨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상의 사정에다가 망인이 기승인 상병을 앓기 전부터 이미 우울, 불안, 양극성 장애 등 정신과적 증상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까지 종합하면, 망인은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기승인 상병의 치료를 위해 이 사건 수술을 받은 이후 지속되는 가래등 증세로 인하여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겪게 되었고, 간 절제술 등을 받은 이후에는 그 증세가 심해져 망상, 환각 등 증세까지 겪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이 사건 제초제를 마셔 사망하게 되었으므로,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2호의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 법원 감정의는 망인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망인의 자살과 기승인 상병 간 연관성이 없다는 소견을 밝혔으나,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고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며, 이상 살핀 바와 같이 규범적으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한 이상 위 감정의견만으로 위 인정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기승인 상병과 망인의 사망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이현우 백송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