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소프트웨어 유통판매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1. 4. 15. 원고에 입사하여 경영기획본부의 경영기획실에 소속되어 총무 업무를 담당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3. 6. 2. 참가인의 후임자 채용을 위한 모집을 공고하면서 2023. 6. 18.까지 입사 지원을 받았다.
참가인은 2023. 6. 5. 원고에게 2023. 6. 30.부터 2023. 7. 4.까지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하였고, 같은 날 참가인이 소속된 경영기획본부의 본부장이자 경영기획실 실장을 겸직하고 있던 원고 상무이사 D이 이를 승인하였다.
D은 2023. 6. 21. 참가인과 면담하면서 “여러가지 판단으로 해서 당신은 해고입니다.”, “이번 주까지만 나오시고요, 다음 주는 연차 5일 까고 6. 30.자로 퇴사일을 정할 거니까요.”, “2023. 6. 30.자로 퇴사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D은 2023. 6. 23. 다시 참가인과 면담하면서 “당신을 해고하려고 마음먹은 거는 정확하게 2023. 5. 31.이에요. 2023. 6. 1. 대표님한테 보고했고요. 대표님 바로 승인하셨구요. 그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본인(참가인)에게 알리는 시기, 그리고 후임을 정하는 시기. 2023. 6. 21. 갑자기 해고 통보한거 아니에요. 회사로서는 다 이미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진행한 겁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참가인이 “해고 절차라는 게 있잖아요.”라고 하자, D은 “권고사직의 형식을 띠지요, 모든 회사가 다.”, “해고지만 형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하였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자리예요.”라고 말하였다.
참가인은 2023. 6. 29.까지 원고에 출근하고 연차유급휴가 사용일인 2023. 6. 30.부터는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의 G 대리는 2023. 7. 3. 참가인에게 ‘2023. 7. 5.자로 PM 사업부 소속 트레이닝팀으로 인사발령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원고는 2023. 7. 5. 같은 취지의 인사발령을 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 원고는 2023. 7. 10., 2023. 7. 17., 2023. 7. 24. 세 차례에 걸쳐 참가인에게 ‘2023. 7. 5. 이후 무단결근 상태이고, 무단결근이 계속되면 면직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출근독촉이메일을 보냈다(이하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이라 한다). 원고는 참가인의 2023. 6.분 임금을 전액 지급하였고, 2023. 7.분 임금은 2023. 7. 1.부터 2023. 7. 4.까지 일할 계산하여 지급하였다.
참가인은 2023. 6. 30.자로 부당하게 해고당하였다고 주장하며 2023. 7. 17. 구제신청을 하였고(E, 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 2023. 8. 8. 원직 복직에 갈음한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9. 11. ‘원고가 해고 권한이 있는 임원을 통해 참가인에게 해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해고가 존재하고,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구제신청을 인용하면서, 원고로 하여금 참가인에게 9,799,261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2. 13.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의 인사권은 오직 대표이사에게 있을 뿐이므로 D에게는 참가인을 해고할 권한이 없었고, 대표이사가 이를 승인한 사실도 없으므로,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해고가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참가인에게 이 사건 인사발령과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을 함으로써 해고를 적법하게 철회하였다.
이처럼 원고가 참가인에게 진정성 있는 인사명령과 출근명령을 하였음에도 참가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으므로, 참가인의 구제이익은 소멸하였다.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을나 제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D을 통하여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을 2023. 6. 30.자로 일방적으로 종료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이 사건 통보를 함으로써 참가인을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D은 인사, 회계, 자금, 총무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본부의 본부장(상무)으로, 그 일반적 지위ㆍ권한에 해고에 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1> D은 2023. 6. 21. 참가인과 면담하면서[위 면담에는 원고 사장이자 CS 사업본부 본부장 F, 경영기획실 대리 G(참가인에게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을 보낸 직원이다), 영업지원부 부장 H도 동석하였다] ‘당신은 해고다’, ‘퇴사일은 6. 30.이다’ 등의 이 사건 통보를 한바, 이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임이 명백하다.
설령 D에게 근로자들을 해고할 포괄적인 권한이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통보 당시 원고의 다른 임직원들도 동석하여 있었고, D은 2023. 6. 23. 참가인에게 ‘2023. 6. 1. 대표이사에게 (참가인에 대한 해고를) 보고했고, 대표이사가 바로 승인했으며, 그때부터 (해고를) 알리는 시기를 고민했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원고는 2023. 6. 2. 참가인의 후임자 채용을 위한 모집을 공고하였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참가인을 해고하기로 하는 원고 차원의 결단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참가인의 보직을 변경할 업무상 필요성(인사규정 제19조 참조)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그 밖에 원고 대표이사가 참가인에 대한 해고가 아니라 단순히 전직(보직변경)을 승인한 것일 뿐이라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D이 이 사건 통보를 할 당시 원고는 D에게 참가인에 대한 구체적 해고 권한을 위임하였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해고를 승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참가인에게 2023. 7. 5.자로 PM 사업부 소속 트레이닝팀으로 발령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고 2023. 7. 10.부터 2023. 7. 24.까지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을 하였다. 그러나 D이 참가인에게 2023. 6. 21. 이 사건 통보를 하고 2023. 6. 23. 참가인의 해고에 대표이사의 승인을 얻었다는 취지까지 확인시켜 준 이후, 원고는 2023. 6. 26.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통하여 참가인과 한 차례 면담을 실시한 것 외에 참가인의 오해를 풀어주거나 참가인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고 조직도에 의하면 기존의 PM 사업부에 ‘트레이닝팀’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참가인 혼자 근무하는 팀으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일자인 2023. 7. 5.에 급조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인사발령은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의 내용을 보더라도 참가인이 출근하지 아니한 상황이 참가인의 잘못에 따른 것임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면서 무단결근이 지속될 경우 면직 처리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이므로, 이를 두고 원고 측이 해고 의사를 철회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단지 부당해고의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진정성 없는 출근명령을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참가인은 연차유급휴가가 시작되기 전인 2023. 6. 29.까지만 출근하였고, 그 다음 날부터 위 휴가가 종료된 2023. 7. 4. 이후에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측의 출근명령이나 인사명령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23. 6. 30.자 해고를 통지받은 참가인이 그 이후 더 이상 출근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출근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반응이므로, 그러한 이유만으로 해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원고가 참가인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 등을 통지한 적은 없으나, 서면 통지 여부는 해고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해고 의사표시의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제이익의 존부
관련 법리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이유가 있을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고용관계 존속을 확인하여 사용자에게 원직복직이나 소급임금지급을 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근로자는 해고가 있기 전 상태의 근로계약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사용자가 해고를 철회 내지 취소하고 근로자를 복직시켰다면, 근로자로서는 구제를 구하는 사항이 위 복직 등에 의하여 실현됨으로써 구제신청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더 이상 구제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어 구제이익은 소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0두7186 판결 참조). 나아가 이러한 구제이익은 구제명령을 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두112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인사발령과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은, 참가인을 신설되는 팀에 혼자 발령한 이후, 참가인이 무단으로 결근하고 있음을 전제로 출근을 명령하면서 계속 출근하지 아니하면 참가인에게 상응하는 불이익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취지이다. 이는 참가인이 이 사건 구제신청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즉 원고가 이 사건 해고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 참가인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원고는 참가인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인 2023. 8. 4. 참가인에게 연차유급휴가가 종료된 날인 2023. 7. 4.까지의 임금만을 지급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과 이 사건 각 출근명령을 통하여 해고를 철회하거나 취소함으로써 참가인이 구제를 구하는 사항이 실현되어 참가인에게 더 이상 구제이익이 없는 경우로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은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다.
소결론
원고가 이 사건 통보를 통하여 참가인과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는데, 이는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참가인에게 구제이익 또한 인정되므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지 아니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