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 12. 11.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원고의 ‘IT분야 전문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근로자이다.
원고는 2016. 7. 11. 참가인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최초로 체결하였고, 이후 6차례 기간이 종료될 무렵마다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원고는 2022. 3. 29. 참가인과 근로기간을 2022. 4. 1.부터 2023. 3. 31.까지로 정하여 마지막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2023. 3. 31. 이후 더 이상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의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면서 2023. 6. 28.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8. 23. ‘참가인의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되지 않았고,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원고의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D). 참가인이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2. 11. 초심판정과는 달리 ‘원고의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 2, 4, 7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참조).
판단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의 만료로 본 계약은 당연히 종료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 갱신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갑 제5, 3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계약인력 인사관리지침’에 따라 전문계약직에 관한 인사관리를 시행하였는데, 위 지침 제13조는 ‘고용권자가 계약인력의 고용계약 만료에 따라 계약갱신을 하려는 경우 목표계약평가 또는 인적자원평가 결과, 신상변동예상 내용 및 계약갱신 필요성 등을 검토한 후 갱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근로계약 갱신을 위한 근거를 두고 있다.
원고가 작성한 ‘전문직 인사제도 안내’에 의하면, 원고는 전문계약직과 근로기간을 1년으로 정한 최초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체결하고 조직평가등급 또는 부서별 평가 등급을 적용하여 매년 연봉인상률을 확정하는 재계약 심사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계약기간 종료로 원고에서 퇴직한 전문계약직은 94명이었는데, 그중 35명이 근로계약 갱신을 통해 2년 이상 근무하였다. 또한 원고는 350명 가량의 전문계약직을 사용하며 이들을 법무, IT 등의 전문분야에 투입하였다. 해당 분야에 관한 전문인력 확보의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단순히 전문계약직을 1년 동안만 사용할 목적으로 이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인 역시 원고와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6번이나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일정한 요건 충족 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를 부여받았다.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참조).
인정사실
원고의 직원 평가제도
원고는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목표계약평가, 인적자원평가, 품성평가로 나누어 시행하였고, 전문계약직은 그중 목표계약평가, 품성평가만 시행하였다. 목표계약평가는 업적과 역량 등을 평가하기 위한 성과평가에 해당하고, 품성평가는 상향․하향․동료평가로 이루어진다.
목표계약평가의 경우 근로자는 소속장과 1년 단위로 목표설정계약을 체결하여 미리 직무목표와 그에 따른 평가항목 및 배점을 사전에 정해두고, 매년 1월, 7월 스스로 작성한 성과기술서와 함께 업무수행 근거자료를 첨부하여 1차 평가자(팀장), 2차 평가자(소속장)의 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등급은 S, A, B, C, D등급으로 이루어져 있고, S등급은 95점 이상, A등급은 90점 이상, B등급은 85점 이상, C등급은 80점 이상의 평가점수를 획득해야 부여받을 수 있다. 목표계약평가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유지되다가 2019년 상반기부터 상대평가 방식으로 변경되었는데, 상대평가 방식에 의하면 원고는 1, 2차 평가에 따라 평가점수를 확정한 후 조직업적평가를 통해 부서별 S∼A등급의 비중을 결정하고, 부서 내 근로자의 순위에 따라 부서에 배정된 S∼A등급을 부여하였다. 예컨대 특정 부서에 S등급, A등급이 각 1명씩만 배정되면, 근로자가 평가점수 90점을 획득하더라도 부서 내 2위 안에 들지 못한 경우 A등급이 아닌 B등급을 부여받게 되는 구조이다.
품성평가 중 동료평가의 경우 부서 내에서 함께 일한 2인 이상의 동료들이 해당 근로자에 대한 책임감, 상호존중, 근무태도, 전문성, 팀워크 등의 항목에 관하여 탁월, 보통, 미흡으로 평가하고, 평가의견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S∼D등급까지 평가등급이 부여된다(평가자가 1인인 경우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고는 소속 직원들에게 품성평가 실시를 공지하면서 품성평가를 인사관리의 기본자료로 활용하겠다고 알렸다.
참가인에 대한 평가결과
참가인에 대한 목표계약평가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참가인은 2018년 상반기에 C등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모두 B등급을 받았는데, B등급은 대략적으로 상위 50%∼95%에 해당하는 평가등급이다. 또한 참가인은 상대평가가 실시된 2019년 상반기 이후 1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부서 내에서 전문계약직 중 최하위 평가점수를 받았다.
참가인은 부서 내 2∼3명의 동료로부터 동료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참가인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대부분 D등급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하위 1%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참가인에 대한 소속장의 평가는 아래 표와 같다.
참가인에 대한 재계약 의견
원고는 전문계약직에 관한 근로계약 갱신시 소속장의 재계약 의견서를 참고하였는데, 갱신대상자로 하여금 재계약 의견서 초안을 작성하게 하였다. 재계약 의견서에는 재계약 여부에 관한 평가항목으로 계약연장 필요성, 근무태도, 동료평가, 직원융화, 향후역할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IT전략부 F 본부장은 2022. 2. 21. 참가인의 근로계약 갱신에 찬성하며 재계약 의견서에 ‘적극적으로 근무하고 동료간 협업을 통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음. 영업점 및 본점 직원에 대한 적극적 응대 및 지원으로 원만한 업무처리가 진행되었음. 부서 추진사업 관리 및 진행 업무를 심도있게 이해하고 충실히 지원하여 효율적인 장애 관리를 하고 있으며, 향후 IT 품질관리 및 사업목표에 맡은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기재하였다.
반면 후임 G 본부장은 2023. 2. 17. 참가인의 근로계약 갱신에 반대하며 재계약 의견서에 ‘전문성이 평이한 수준으로 유사 Spec의 인력으로 대체 가능함. 본인의 역할/수행결과에 관한 책임감과 업무개선에 관한 고민, 근무시간 중 업무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음. 소통방식이 일부 직원들과 원만하지 못하여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 금융․비금융 비즈니스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으로 대체 필요’라고 기재하였다.
재계약 또는 계약해지에 관한 규정
전문계약직에게 적용되는 ‘계약인력 인사관리지침’ 제13조는 ‘고용권자가 계약인력의 고용계약 만료에 따라 계약갱신을 하려는 경우 목표계약평가 또는 인적자원평가 결과, 신상변동예상 내용 및 계약갱신 필요성 등을 검토한 후 갱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 근로계약서에는 ‘반기별 성과평가(목표계약평가) 결과 개인평가 등급이 C등급 이하인 경우 원고는 계약기간 만료 전이라도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작성한 ‘전문직 인사제도 안내’에도 목표계약평가 결과 C등급 이하일 경우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참가인의 담당 업무
참가인은 IT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 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원고에 입사한 후 IT 프로젝트 관리 부서에 배치되었으나, 몇 차례 부서가 변경 된 후 2019년 이후부터는 IT 프로젝트 관리 업무가 아닌 IT 현장지원 또는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② 참가인이 2019년 이후 담당한 업무는 구체적으로 IT 관련 감리업무, IT 장애대응 업무였고, 그중 IT 관련 감리업무는 원고가 발주하는 IT 사업이 감리 대상인지를 검토하거나 감리업체를 선정․지원하는 업무였고, IT 장애대응 업무는 장애발생시 이를 담당 계열사에 연락하여 해결하며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인정근거] 갑 제2, 5, 7, 11, 12, 16∼24, 26, 27, 30∼32, 34, 35, 36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4호증, 증인 H의 서면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인정사실과 갑 제29호증, 을나 제6, 7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은 2023. 3. 31.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원고가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참가인은 상대평가로 이루어진 목표계약평가에서 B등급을 받긴 했으나 1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부서 내 최하위 점수를 받았고, 품성평가(동료평가)에서도 최근 2년간 3차례 하위 1%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특히 참가인 입사 이후 소속장들의 평가나 동료평가의 내용 중에는 업무 전문성 미흡이나 소통 능력을 지적하는 부정적 의견들이 많았다. 참가인은 당초 IT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위한 전문인력으로 원고에 입사하였으나, 2019년 이후부터 위 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IT 현장지원 또는 품질관리 업무부서에 배치되었는데, 이 또한 참가인의 업무수행에 관한 부정적 평가가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에 대한 인사평가는 다년간 이루어져 왔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사평가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나,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단순히 평가제도의 탓이나 원고 인사부의 개입 등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② 원고가 목표계약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전문계약직에 관해서만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서 및 ‘전문직 인사제도 안내’에는 전문계약직이 목표계약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을 경우 이를 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긴 하나, 이는 사전에 약정된 근로기간 중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계약해지에 관한 사항으로 근로계약의 갱신에도 이러한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오히려 ‘계약인력 인사관리지침’ 제13조에 의하면, 원고는 전문계약직의 목표계약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계약갱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으므로, 전문계약직과의 근로계약을 갱신할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도 목표계약평가가 B등급이었으나 부서 내 평가점수 순위가 낮았던 전문계약직 3명에 대해서 원고가 계약갱신을 거절한 사례가 확인되므로, 원고가 그동안 목표계약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전문계약직에 한하여 계약갱신을 거절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가 계약갱신 여부 판단에 품성평가(동료평가) 결과를 반영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계약인력 인사관리지침’ 제13조에 의하더라도, 목표계약평가 결과만을 계약갱신 여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품성평가 역시 원고의 공식적인 인사평가 방법이고, 원고는 품성평가를 시행하기 전 이를 인사관리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공지하였다. 또한 참가인이 초안을 작성한 재계약 의견서에도 근무태도, 동료평가, 직원융화 등이 재계약 여부를 판단할 평가항목에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참가인으로서도 동료들의 평가가 계약갱신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비록 동료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나, 같은 부서 내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의 평가는 피평가자의 소통, 근무태도 및 조직융화 능력을 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평가라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인사평가의 자료로 삼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목표계약평가가 자의적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근로자는 소속장과 사전에 직무목표를 설정하고, 그 평가 과정에서도 자신의 직무목표 달성을 소명하며 입증자료를 제출할 기회가 있으므로, 원고는 목표계약평가에 관한 최소한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고가 목표계약평가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평가등급에 관한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로서는 높은 평가점수를 받았더라도 상대평가 방식의 등급 부여로 인하여 최종 평가등급을 알기 어렵고, 계약갱신에 관한 예측이 힘들어지는 문제점이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이는 원고의 평가등급 통지 방식을 개선해야할 문제에 불과하고, 이러한 문제점만으로 전문계약직에 관한 목표계약평가 자체를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
원고 인사부가 2023년경 참가인이 속한 IT전략부의 G 본부장에게 참가인의 계약갱신에 관하여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원고 인사부의 이러한 의견 역시 참가인의 그동안 누적된 인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그 의견으로 인하여 G 본부장 등이 참가인의 목표계약평가 점수를 고의적으로 낮게 부여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