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참가인에 대한 대기발령 등
참가인은 2016. 5.경 전자입찰 정보서비스업을 하는 원고에 입사하여 신입 텔레마케팅 사원을 교육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본부장으로 근무하였다.
원고의 대표이사 D(이하 ‘원고 대표이사’라 한다)은 2023. 5. 31. 참가인에게 ‘텔레마케팅 교육생 E(2023. 5. 9. 교육 입소)의 목소리가 커서 다른 교육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E로부터 사직서(퇴소서)를 받을 것을 지시하였고, 참가인은 2023. 5. 31. E로부터 퇴소서를 받은 뒤 E이 다른 업체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원고 대표이사는 2023. 6. 5. 참가인에게 ‘무슨 아니 자기가 수호천사야 애가 셋이든 간에 진짜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당신이 너무 제발 이 주둥이를 말이야’ 등의 말을 하면서 ‘왜 E을 다른 업체에 취업시켰는지’를 추궁하였고, 참가인에게 2023. 6. 7.부터 본래 근무장소(서울 마포구 F빌딩)가 아닌 서울 마포구 G 소재 ‘H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 참가인은 2023. 6. 27.까지 ‘H 사무실’에서 근무하였는데, 위 사무실에는 참가인의 업무용 컴퓨터나 참가인이 교육시킬 텔레마케팅 사원이 없었다.
원고 대표이사와 참가인은 2023. 6. 13.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원고 대표이사는 2023. 6. 27. 참가인에게 ‘1년간 근무 중이거나 퇴사자를 동종의 경쟁사에 취업을 시켜준 사실이 없음을 확인하며, 만약 단 한 건이라도 취업시킨 사실이 있을 시 선지금금과 2023년도 급여를 모두 반환한다. 참가인이 본 확인 서명을 하지 않을 시, 자진 퇴사하거나 대기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의 작성을 요구하였고, 참가인은 이 사건 서약서의 작성을 거부한 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원고 대표이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의 경과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원고 대표이사와 참가인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또는 내용증명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참가인은 2023. 7. 20. 출근하였으나 원고 대표이사는 참가인에게 ‘야 씨발년아! 고발한 거 취소는 하고 들어와야 될 거 아냐!’는 등의 욕설을 하면서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도록 종용하였고, 참가인에게 ‘E의 취업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교육관리자 업무를 맡길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원고 대표이사는 2023. 7. 21. 오전경 참가인의 업무를 ‘영업사원 교육업무’에서 ‘회원증대업무’로 변경하는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은 이를 거절하였다.
원고 대표이사는 2023. 7. 21. 참가인에게 ‘B씨 회원증원업무가 내키지 않으면 어차피 회원모집업무도 그간의 내용을 봐서도 성공을 못했으니 하던 관리업무를 계속하는 걸로 하게 월요일(24일)에 출근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2023. 7. 23. 참가인에게 ‘출근을 할 뜻이 있으면 신고 건들은 취소하고 7월 24일 중에 출근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2023. 7. 24. 참가인에게 ‘노동청에 신고한 것들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출근하면 정상근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참가인은 2023. 7. 24. 출근하였고, 원고 대표이사는 참가인에게 욕설을 하면서 ‘노동청에 신고한 걸 취소하던지 퇴사를 하던지 둘 중에 하나를 택일하라’고 말한 뒤 참가인에게 나가라고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 등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9. 18. ‘이 사건 대기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고,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가 통상 감내하여야 하는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으며, 그 과정에서 참가인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I).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1. 5. ‘이 사건 대기발령이 2023. 7. 21. 해제되지 않았고, 이 사건 대기발령은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장기간 유지되어 정당한 인사명령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10, 14, 19, 21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 내지 7, 9 내지 14, 17, 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대기발령의 존재는 다투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 대기발령은 참가인이 텔레마케팅 교육생 E을 경쟁업체에 취업시켜주었기 때문으로 대기발령 사유가 존재하고,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 대표이사가 보낸 2023. 7. 21.자 문자메시지 혹은 원고의 2023. 11. 15.자 재심이유서의 송달 등을 통해 해제되었으며, 이 사건 대기발령이 장기화된 것은 참가인의 무단결근 내지 이 사건 진정으로 인한 것이어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부당하게 장기간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관련 법리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교량, 근로자와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고(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기발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5087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대기발령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원고의 취업규칙 제20조 제1항은 ‘업무수행능력이 극히 부족하거나 불량한 자로 판단되는 경우(제1호), 인사위원회 회부를 위해 조사가 필요한 경우(제2호), 보직업무가 없어진 경우(제3호),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 및 감독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4호), 기타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5호)’에 직원의 직위나 직무를 해제하고 직무에서 배제하는 대기발령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대기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도 과중하며, 원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 과정에서 참가인과 어떠한 협의절차도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대기발령의 정당성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참가인은 관리본부장으로서 원고의 신입 텔레마케팅 사원을 교육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원고는 2023. 6. 5.부터 참가인을 위와 같은 교육업무에서 배제한 후 아무런 업무도 부여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3. 7. 24. 이후부터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참가인에게 발생한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이 중대하다.
원고는 참가인이 텔레마케팅 교육생 E을 다른 업체에 취업시켜준 문제로 인사위원회 회부를 위한 참가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여 이 사건 대기발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참가인이 E으로부터 사직서를 수령하고, 이후 E이 다른 업체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원고 대표이사의 지시를 불이행하였다거나 원고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인사위원회 회부를 위하여 공식적으로 참가인에 대한 조사절차를 진행한 사실도 없으며,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경과나 원고 대표이사와 참가인 사이의 대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 대표이사가 참가인의 인사위원회 회부를 위한 조사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원고 대표이사는 참가인이 E이 취업한 해당 업체에 이직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막연한 의심을 갖고 참가인에 대한 대기발령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그 밖에 참가인에게 원고의 취업규칙 제20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대기발령 사유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원고의 취업규칙 제20조 제2항에 ‘대기 발령 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대기발령자의 대기사유가 해소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원직에 복직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원고는 현재까지 참가인을 원직에 복직시키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고 대표이사는 2023. 6. 27. 참가인에게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참가인을 퇴사처리하거나 이 사건 대기발령을 지속할 것처럼 이 사건 서약서의 작성을 강요하였다. 이에 참가인이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하자, 원고 대표이사는 형식적으로는 참가인에게 출근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참가인이 실제 출근하여 업무에 복귀하려고 하자 ‘고발한 거 취소는 하고 들어와야 될 거 아냐’, ‘출근을 할 뜻이 있으면 신고 건들은 취소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퇴사를 하라’고 말하는 등 이 사건 진정을 취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 대기명령을 사용하였다.
이 사건 대기발령의 해제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나 제3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대기발령이 원고의 의사표시로 해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 대표이사가 2023. 7. 21. 참가인에게 ‘2023. 7. 24 출근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는 하였으나, 이후 원고 대표이사가 참가인에게 보낸 2023. 7. 23.자 및 2023. 7. 24.자 각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2023. 7. 24. 원고 대표이사와 참가인이 나눈 대화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 대표이사는 참가인에게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해야만 이 사건 대기명령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원고가 2023. 7. 21.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참가인을 기존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2023. 11. 15. 참가인의 출근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유서의 송달 또는 2024. 10. 25.자 출근통보로써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재심이유서 또는 2024. 10. 25.자 출근통보는 이 사건 대기발령이 2023. 7. 21. 해제되어 참가인이 무단결근을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대기발령을 해제하고 참가인을 구체적인 직무에 복귀시키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재심이유서 또는 2024. 10. 25.자 출근통보의 송달만으로 이 사건 대기명령이 해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유경민 김성기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