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5. 30. 선고 2024구합55648 판결

부당인사명령및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취소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1. 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인사명령 및 부당징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19. 6. 10.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대표자(이하 ‘참가인 회사 대표자’라 한다) 직속 법무감사팀에 소속된 전무로서 법무업무를 총괄하던 사람이다.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서의 일부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참가인 회사는 2023. 6. 19. 노무법인 D를 통해 부서의 통폐합 및 조직 재정비를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한다는 안내를 하였고, 2023. 6. 21.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진행하였다.

다.

참가인 회사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하여 2023. 7. 14. E를 총괄지원실 전무, F을 경영지원실 실장, G을 경영지원실 프로, 원고를 경영지원실 프로로 각 보직을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인사명령(이하 원고의 보직을 변경한 부분을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기존 조직도와 변경된 조직도는 별지 1과 같다.

라.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 후 받은 업무인수인계서에 기재된 원고의 인수업무 내역은 ’회의 공지 및 회의록 관련 업무, 비품관리, 네이버 카페관리, 시설관리‘이다.

마.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0. 6. ’이 사건 인사명령을 징계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며, 원고에게 발생한 생활상 불이익도 크지 않으므로, 원고와 협의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인사명령에 관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H),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 1. 4.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바.

참가인 회사는 2025. 2. 25. 원고가 병가 등 처리 없이 무단결근을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사직처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I), 2025. 4. 1.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같은 법원 2025가합20587).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19, 30, 34, 39 내지 41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내지 7, 11, 16, 17,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인사명령은 실질적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에 해당함에도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인사명령 과정에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나.

설령 이 사건 인사명령이 징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이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중대하며, 이 사건 인사명령 과정에서 원고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 회사의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4.

참가인 회사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참가인 회사는 2025. 2. 25. 원고에 대한 사직처리를 마쳐 더 이상 원고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한다.

나.

그러나 원고가 참가인 회사의 사직처리를 다투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2025. 4. 1.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2024. 2. 25. 종료되어 원고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 관해 취소를 구할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 회사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인사명령이 징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근로관계에서 ’징계‘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제재를 말하는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제재적 조치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징계의 종류로 명시된 것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전보 등 인사명령을 통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하는 징계와는 개념상 구별된다.

2)

이 사건 인사명령은 원고가 소속된 부서를 통폐합하고 조직을 개편하면서 원고가 수행하던 업무의 내용과 권한을 변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전보’에 해당하고, 이 사건 인사명령 당시 시행 중이던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제46조는 징계의 종류를 ’경고, 견책, 감급, 정직, 해고‘로 명시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 회사가 정한 징계의 종류에 포함되지 않는다(징계전직 또는 전근은 2023. 8. 2. 개정된 취업규칙 제67조에 비로소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었다). 이 사건 인사명령을 원고에 대한 징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이 사건 인사명령의 위법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전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전직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5, 7 내지 9, 12 내지 18, 21 내지 23, 26, 33, 36, 38, 44호증, 을나 제12, 13, 14, 18,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고, 원고에게 발생하는 생활상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참가인 회사의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위법하다.

가)

업무상 필요성 유무

①

인사이동에 관한 업무상 필요성은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배치를 변경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지, 특정한 근로자를 다른 직무로 인사 발령하는 것이 기업 운영에 있어 합리성·효율성을 가져올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인 회사가 노동력을 재배치하기 위해 부서의 통폐합 및 조직 재정비를 진행할 필요성 자체는 인정할 수 있더라도, 이 사건 인사명령 전후 조직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 전혀 다른 부서에 배치되어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를 전혀 담당하지 않게 된 것은 원고뿐이라고 보이고, 참가인 회사가 법무감사팀을 폐지하여 원고를 경영지원실로 이동시키고, 원고로 하여금 법무업무 대신 비품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변경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참가인 회사는 법무업무를 외부 전문가에게 위임하여 처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법무감사팀을 폐지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여 법무업무의 방식을 변경한 배경이나 경위,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인사명령 전후로 실제 법무업무를 외부 전문가에게 위임하였음을 확인할 자료가 없고, 설령 참가인 회사가 법무업무를 외부 전문가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기로 하였더라도, 이 사건 인사명령 당시 원고를 곧바로 법무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②

참가인 회사가 소규모의 사업자이기는 하나, 참가인 회사 소속 근로자별로 구체적인 담당업무가 존재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전까지 근로계약에도 기재된 바와 같이 법무업무를 담당하였으며, 이는 다른 근로자들의 업무와 명확히 구분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인사명령 후 원고가 인계를 받은 업무는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와 큰 차이가 있고, 실질적으로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카카오채널,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관리 등 업무 외에는 사무용품 구입, 냉장고와 물통 청소 및 복사지와 1회용컵 관리 등의 업무였는바, 이는 원고의 전문성이나 능력, 참가인 회사의 업무상 필요와는 무관하다고 보인다. 특히 참가인 회사 대표자는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부터 한달도 지나지 않은 2023. 8. 11. 고충해결 면담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2023. 8. 14.부터 2023. 8. 27.까지 대기발령을 하였고, 2023. 9.경에는 원고의 근무지를 서울 성북구 J 소재 사무실로 이동시킨 후 원고에게 해당 사무실의 청소를 주된 업무로 맡기기도 하였다.

③

참가인 회사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인사명령의 판단 근거로 다면평가를 들고 있다. 그러나 법무감사팀을 없애는 것은 다면평가와 관계없이 참가인 회사 대표자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전 참가인 회사 대표자 직속 팀인 법무감사팀에 혼자 소속되어 있었고, 팀원도 없어 리더십이 요구되는 직책에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참가인 회사의 직원 7명의 원고에 대한 업무평가 및 리더십평가 결과를 이유로, 법무감사팀을 해체하여 원고를 경영지원실 소속 실원으로 배치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④

참가인 회사 대표자는 이 사건 인사명령 전인 2023. 2. 6.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K의 가수금 변제 가능 여부에 관하여 원고와 의견 충돌이 있었고, 이후로도 2023. 5. 9. 위 회사의 중임등기 신청, 2023. 6. 1. 개인적 법률문제에 관한 지시 등과 관련하여 원고와 불화가 있었던 점, 참가인 회사 대표자가 조직개편과 법무감사팀의 폐지를 결정한 시기, 이 사건 인사명령 내용과 이 사건 인사명령 이후의 경과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성보다는 원고와 참가인 회사 대표자 사이의 갈등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

원고에게 발생하는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은 인사명령에 따라 해당 근로자가 받게 되는 일체의 불이익을 의미하는 것이고, 직무내용과 조직변경에 따른 업무수행상의 어려움, 정신적‧육체적 불이익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사건 인사명령 전 참가인 회사의 전무는 원고와 E 전무가 있었는데,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원고는 전무가 아닌 프로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전 참가인 회사 대표자 외에는 상사가 없었으나 이 사건 인사명령 이후 경영지원실의 실원으로서 조직도상 제일 말단에 위치하게 되었다.

참가인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직급을 없애고 ‘프로’라는 직급으로 통일한 것이고, 원고가 경영지원실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나 F 실장이나 E 전무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의 경우 전무 직위를 유지하고 있고, 구체적인 업무에 관하여 실장과 프로 사이에 위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참가인 회사의 주장과 달리 원고는 F 실장이나 G 프로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고, 업무보고 시스템 상으로도 F 실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참가인 회사의 ‘개편조직도 안내’에도 보고라인이 개편된 조직도와 같다고 공지되었다). 원고의 앞서 본 직무내용, 직위 및 조직변경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감수하여야 할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의 준수 여부

이 사건 인사명령은 원고의 근로내용을 중대하게 변경할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전보되는 원고와 협의‧면담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참가인 회사가 노무법인을 통해 조직개편 절차를 진행하였고, 직원들에 대한 다면평가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인사명령 과정에서 원고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유경민 김성기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