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2. 19. 선고 2024구합5797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5년경부터 B 주식회사(이하 ‘B’라 한다) 소속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다가 2002년부터 1인 개인보험대리점으로 전환하여 근무하는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3. 7. 4. 피고에게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91조의15에 따른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 가입을 인정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3. 12. 13. 1인 개인보험대리점에 해당하는 원고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5 제1호 가목에서 정한 ‘보험설계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와 같은 1인 개인보험대리점은 보험설계사와 비교할 때 등록요건, B와의 위탁계약 내용, 업무수행 내용 등이 사실상 동일하여 같은 지위에 있으므로 산재보험법 제91조의15가 정하는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1인 개인보험대리점이 노무제공자에 포섭되지 않는다면, 보험설계사만을 노무제공자로 인정하고 1인 개인보험대리점을 노무제공자로 인정하지 않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5 제1호 가목(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헌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헌법 제11조에 따른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헌이므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원고가 산재보험법령에 따른 노무제공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1)

관계 규정의 내용 및 개정 경과

산재보험법은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제125조로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며,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자’ 중 일부 직종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하여 산재보험 가입 등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는 2022. 3. 15. 대통령령 제32539호로 개정될 때까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에 포함되는 직종을 총 15개 직종으로 확대하였는데, 보험업법 제83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보험설계사는 2008. 6. 25. 대통령령 제20875호로 전부개정될 당시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되는 직종에 포함되어 있었다.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고, 기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노무제공자’의 정의를 신설하여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이로 인하여 새롭게 보험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의 노무제공 특성에 맞는 보험 적용ㆍ징수 체계와 급여ㆍ보상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산재보험을 통한 보호 범위를 보다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2022. 6. 10. 법률 제18928호로 개정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관한 제125조가 삭제되었고 노무제공자 등의 정의에 관한 규정으로 제91조의15가 신설되었다. 위 조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사업자로부터 직접 노무제공을 요청받거나 또는 사업주로부터 일하는 사람의 노무제공을 중개ㆍ알선하기 위한 전자적 정보처리시스템(이하 ’온라인 플랫폼‘이라 한다)을 통해 노무제공을 요청받는 방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 노무제공 형태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노무제공자라고 정의하였고, 그 위임에 따라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2023. 6. 27. 대통령령 제33593호로 개정되면서 제83조의5를 신설하여 노무제공자에 해당하는 직종을 18개로 확대하였는데, 보험업법 제83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보험설계사는 종전 규정의 내용과 같이 해당 직종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었으나(이 사건 조항), 보험업법 제83조 제1항에 따라 보험 모집을 할 수 있는 보험대리점은 여전히 노무제공자에 해당하는 직종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고용노동부는 당초 위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하여 보험대리점을 노무제공자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일부개정령안입법예고를 하였으나, 규제개혁위원회는 2023. 5. 26. ‘개인보험대리점은 노무제공의 형태에 있어 보험설계사와 차이가 있고, 재해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보험대리점을 노무제공자에 포함시키는 안에 대하여는 재검토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종전과 같이 보험대리점을 제외하고 보험설계사만을 노무제공자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구체적 판단

갑 제3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B는 전속 보험설계사와 원고와 같은 개인보험대리점을 모두 ‘RC(Risk Consultant)’로 통칭하면서 ‘보험설계사(대리점) 위탁계약서’라는 명칭으로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함께 관리하여 온 사실, 특히 위 위탁계약 제4조는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에 대한 위탁업무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있고, 실제로도 B 소속 보험설계사와 개인보험대리점은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위 위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동일한 내용의 보험모집 수수료를 지급받는 사실, B는 과거에 보험설계사와 개인보험대리점을 따로 모집하였다가 현재는 보험설계사로 입사한 다음 1년 이상 근무하고 일정 자격이 되는 경우에 보험대리점으로의 전환을 승인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B 소속 보험설계사 및 원고와 같은 개인보험대리점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성격은 상당히 유사하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보험업법 제83조 제1항은 보험 모집을 할 수 있는 자로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을 분명하게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는데도 산재보험법 시행령은 종전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를 규정하면서부터 보험설계사만을 포함하고 보험대리점을 제외하고 있었고, 이는 산재보험법의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취지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대리점의 지위에 있는 원고가 이 사건 조항의 문언상 노무제공자로 인정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의 신설 과정에서 당초에 노무제공자로 인정하려던 보험대리점을 다시금 종전과 같이 제외하였는바, 단순한 착오 등으로 보험대리점을 보호 범위에서 누락한 것이 아닌 이상 위와 같은 입법 과정에서의 결단은 충분히 존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단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사정만을 들어 문언의 범위에서 명백하게 벗어나 있는 보험대리점을 보험설계사와 동일하게 노무제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법령의 통상적인 해석범위를 넘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아울러 비록 보험설계사와 개인보험대리점이 수행하는 업무나 보수체계가 상당히 유사하기는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것에 불과한 반면(보험업법 제2조 제9호) 보험대리점은 보험회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하는 것이므로(보험업법 제2조 제10호) 양자가 보험모집에 관하여 수행하는 기능과 권한 및 책임의 범위가 결코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양자는 다른 보험회사 상품의 취급 가부, 보험모집 사용인의 고용 가부, 등록요건에 해당하는 경력의 장단 등에서도 차이가 있고, 보험모집을 하려는 사람은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의 지위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으며, 나아가 B가 체결하는 위탁계약 역시 제11조에서 보험설계사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들을 정하면서도 제12조에서 보험대리점이 추가로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규정하는 등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을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은 점을 함께 고려하여 보면, 설령 보험설계사를 따로 고용하지 않고 있는 1인 개인보험대리점이라 하더라도 보험설계사와 같이 노무제공자로 인정하여야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 조항의 위헌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험설계사만을 노무제공자로 인정하고 보험대리점을 노무제공자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이 사건 조항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1)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산재보험법은 헌법상의 사회국가원리 내지 사회적 기본권으로부터 요구되는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률로서, 그 입법에 있어 국가의 재정부담능력, 전체적인 사회보장수준과 국민감정 등 사회정책적인 측면 및 보험기술적 측면과 같은 제도 자체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필요에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주어져 있다.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헌법 제32조 제3항이 의미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의 한 문제로 볼 수 있다. 산재보험법은 모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의 보호에 기여하는 것을 그 이상으로 하고 있으나, 이 사건 조항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 노무제공 형태 등을 감안하여 일부 직종 종사자를 ‘노무제공자’로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규정인 점,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급부 형성의 기초가 되는 법의 적용범위를 획정하는 규정일 뿐 직접적으로 근로자의 권리에 제약을 가져오는 규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보험기술적인 측면에서 노무제공자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가지는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서 그 기준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이 사건 조항이 노무제공자의 범위에 보험설계사를 포함시키면서도 보험대리점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자가 기능, 권한과 책임의 범위, 전속성, 독립사업자성 등에서 동일한 지위에 있지 않아 보험대리점의 경우에는 현 단계에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도록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위와 같은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5헌바36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2헌바5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취지 참조).

2)

평등원칙 위반 여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인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는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이 일부 유사한 측면이 있더라도 기능, 권한과 책임의 범위, 전속성, 독립사업자성 등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산재보험법의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주어져 있고, 산재보험법과 그 시행령의 개정연혁을 살펴보더라도 그동안 입법자는 산재보험 시행과 관련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하면서 꾸준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노무제공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입법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무제공자의 범위를 일정 직종으로 한정하면서 보험대리점을 제외하는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의 적용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입법목적과 현실을 비교형량하여 나온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거기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를 두고 객관적으로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거나 자의적인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3. 7. 24. 선고 2002헌바51 전원재판부 결정 취지 참조).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