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1. 23. 선고 2024구합6516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 주식회사(이하 ‘B’이라고만 한다)는 경상상북도 영양교육지원청으로부터 C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받아 수행하였다.

나.

D은 2023. 12. 10. 이 사건 공사 현장 3층 외부 비계발판에서 공사자재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1층 바닥으로 추락하였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다발성 갈비뼈 골절, 외상성 흉부손상 등을 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다.

D(이하 ‘고인’이라고 한다)의 배우자인 원고의 유족급여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2024. 1. 31. ‘고인이 B이나 E 대표 F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고인이 E의 실질적인 사업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고인의 아들인 F이 ‘E’라는 상호로 B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도급받아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고인은 F으로부터 매월 고정급을 수령하며 근로자로 근무하였을 뿐이고 E의 사업주가 아니었다. B은 고인의 근무장소, 근무시간을 지정하였고, 식사 및 휴게장소를 제공하기도 하였으며, 고인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고인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B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사망한 것이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두9471 판결 등 참조).

다.

고인이 B의 근로자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갑 제6 내지 11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B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고인은 아들인 F과 함께 E라는 상호를 사용하여 B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석공사 부분을 도급받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고, 그렇다면 고인이 B 또는 F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정당하다.

1)

E의 사업자명의는 고인의 아들인 F 앞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고인이 F의 명의를 사용하여, 또는 최소한 F과 공동으로 E를 운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가)

G, H, I 등의 인부들(이하 ‘석공사팀 인부들’이라고 한다)의 고용과 업무지시를 고인이 하였다(을 제3호증 제8쪽 참조). B 측과 연락을 취하거나 공사금액 협상을 한 것도 고인이었다(을 제3호증 제9쪽 참조). 자재관리, 인부모집, 계약업무, 공사현장에서의 작업 지시 등에 고인이 관여하였다는 것은 원고도 부인 하지 않고 있다(원고 2024. 11. 20. 자 준비서면 제6쪽 참조). 원고 현장소장은 고인을 ‘사장님’으로 호칭하였다.

나)

고인은 30년 이상 석재시공 관련 일에 종사하여 왔다. F은 고인의 아들이고, 고인으로부터 석재 납품 및 시공업에 관하여 배웠으며, 그 이후로 고인과 함께 현장시공을 하여 왔다.

다)

원고가 고인이 근로자였다는 근거로 제시한 B의 사실확인서(갑 제6호증 제2쪽)에도 고인이 ‘석공, 자재수급 및 인원동원 해서 판석공사를 시공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그와 같은 기재도 F이 아닌 고인이 독립된 사업주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라)

원고는 고인이 F으로부터 매월 150 내지 300만 원을 급여로 수령하여 왔다고 주장하나, 위 돈이 급여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볼 별다른 근거가 존재하지 않고, E 사업수익의 분배였을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만일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고인은 단일한 근로에 대하여 B 및 F으로부터 중복으로 급여를 수령하였다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고, 그 액수가 100만 원에서부터 300만 원까지 불규칙하였다는 점에서도 급여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 F은 수사기관에서 E에는 다른 근로자가 없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마)

원고는 위 돈이 사업수익의 분배라기에는 너무 적다고 주장하기도 하나(원고 2024. 11. 20.자 준비서면 제6쪽), 아래에서 살피듯 고인이 B 또는 다른 도급업체로부터 직접 수령한 보수가 존재하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F으로부터 지급받은 돈의 액수가 사업수익의 분배로 보기에 과소하다고 할 수 없다.

2)

고인(E)은 B과 사이에 석재 납품 및 시공에 대한 대가로 66,009,900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였으며, 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고인의 계산 아래 자재를 수급하고, 석공사팀 인부들을 고용하였으므로 고인은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B과 고인 사이의 계약형태는 전형적인 도급계약에 해당한다.

3)

원고는 고인이 일급을 30만 원으로 계산하여 B로부터 매월 보수를 지급받았고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기도 하였으므로 근로 자체의 대가로서 위와 같은 보수를 수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B이 고인을 포함한 석공사팀 인부들에게 지급한 돈은 F이 B로부터 지급받기로 약정한 약 6,609만 원의 도급대금에 포함되는 돈이다. 다만 각 근로자들이 B로부터 직접 고용된 것처럼 B이 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이므로, B이 고인에게 1일 30만 원으로 계산한 보수를 지급하였다거나 그와 관련하여 소득세가 원천징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고인이 B의 근로자였다고 할 수 없다.

4)

B로부터 고인에 대한 근태관리나 구체적 업무지시 또한 별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고는 B의 현장소장 J이 고인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J이 행한 것은 현장을 총괄하는 도급인의 관리자로서 수급업체에 대한 감독 차원의 지시에 불과하고, 이를 넘어 근로자들에게 구체적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볼 별다른 근거가 없다. 고인이나 석공사팀 근로자들이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으나, 석공사팀 근로자들의 식사 대금은 F의 카드로 결제하였다. 비록 석공사팀 근로자들이 B이 제공한 휴게장소를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차원에 불과하다.

5)

고인의 사망 이후 J이 석공사팀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안전장구 지급대장에 서명을 하도록 요구하였다고 하나, 이는 J이 사후적으로 책임을 감경하기 위하여 행한 것에 불과하고, 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 또한 도급인의 현장관리소장으로서의 차원에 불과하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