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3. 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23. 1. 4. 설립되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반도체 설계․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3. 2. 1. 원고에 입사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원고는 2023. 6. 14. 참가인에게 이메일을 통해 ‘2023. 6. 15.자로 참가인을 사내이사직 포함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통지(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를 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해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D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1. 13. ‘참가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해임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이하 ‘초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C로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3. 4. ‘참가인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노무 제공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고, 참가인에게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임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원고의 등기이사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다. 설령 참가인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임은 정당한 이유가 있고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없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 6, 17, 21, 26호증, 을나 제6, 11, 12, 14, 23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및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은 원고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기보다는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참가인은 F, G, H 등에서 근무하다가 I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J의 기술컨설턴트 등으로 근무하다가 원고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의 사내이사이자 CTO로 취임한 후 SW 개발․관리 업무를 총괄하였고, 대표이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보직과 직위를 부여받았다.
원고는 설립 초기에는 7명의 임직원을 두었고, 이 사건 소 제기 당시에는 약 27명의 상시 근로자를 두고 있는데, 참가인은 원고의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유일한 등기이사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원고의 모회사인 K와 참가인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을나 제26호증, 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에는 참가인의 근로 시간과 장소, 업무 내용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 경위에 관하여, ‘참가인에게 K의 주식을 수여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라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근로시간과 장소를 제한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이나(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무나 휴가 사용 등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과 E 등 미국 주식을 수여받은 임직원을 제외한 다른 직원은 원고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참가인이 원고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와 참가인은 원고의 대표이사 간 업무 관련 대화내용(을나 제11, 12호증) 등을 지휘․감독의 근거로 제출하였으나,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참가인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매나 관리, 정보보안에 관한 정책 및 지침 등에 관하여 비교적 자유롭게 건의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고, 원고의 대표이사는 몇 가지 질의를 하는 것 외에는 대체로 참가인의 의견을 수긍하는 모습이 확인되는바, 오히려 참가인은 원고의 대표이사와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 또한 원고의 대표이사나 다른 직원들은 참가인이 담당했던 SW 개발․관리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다른 직원들과 달리 참가인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업무분장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갑 제19, 20호증 참조).
E(기술전략 상무)는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참가인의 지위, 담당 업무 및 근태 등에 대하여, ‘초창기 7명이었는데 L 대표와 참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무자였다. 투자사 미팅은 거의 대부분 L 대표와 참가인이 참석을 했다. 참가인은 달랐다. 회사 내에서 가장 존중을 받는 자리에 있는 CTO였고, 큰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시를 받는 위치에 있는 분은 아니었다. 실제 근태도 자유롭게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참가인은 CTO 취임 당일 원고의 모회사인 K의 주식 1,000,000주(전체의 5%)를 지급받았고, 최초 CTO로 취임한 2023. 2. 1.부터 2023. 5. 30.까지 8일의 휴가를 사용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차 유급휴가를 훨씬 초과하여 휴가를 사용하였으며, 출․퇴근도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 스스로도 다른 직원들에 비해 재량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음은 인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참가인은 보수, 근태, 업무 재량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현저히 다른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된다.
참가인은 2023. 4.부터는 하위 직급의 근로자들보다 낮은 기본급여를 받았고, 다른 직원들과 달리 연장휴일근로에 대한 수당도 지급받지 않았다(갑 제23호증 참조). 이와 같은 사정과 함께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급여는 이전 회사에서 지급받은 급여에 한참 못 미치는 점, 참가인이 K의 주식 1,000,000주를 지급받은 점, 원고에 대하여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려고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참가인에 대해 지급된 보수는 근로의 대상적 성격이 비교적 희미하다고 보인다.
참가인이 원고의 이사회에 참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는 당시 2인의 이사만 두고 있었고 자본금이 1천만 원이었으므로 이사회의 소집 및 결의에 관한 상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이사회 자체가 개최되지 않았는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참가인이 임원이 아닌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거나, 참가인이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등의 사정은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이유로 또는 반대로 임원을 포함한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적지 않다. 더욱이 원고는 그 대표이사인 L에 대하여도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양상윤(재판장) 정한영 조약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