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6. 19.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서울 노원구 B 일대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정비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고, 노원구청장은 2024. 3. 15. 위 정비사업에 관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고, 2024. 3. 18. 이를 고시하였다. 이 무렵 이 사건 정비사업 구역 내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47조에 따라 C재개발사업주민대표회의(이하 '이 사건 주민대표회의'라고 한다)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원고의 배우자 망 D(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24. 3. 16. 13:50경 이 사건 정비사업의 사업지 내인 서울 노원구 E 소재 F 소유의 가옥(이하 '이 사건 가옥'이라 하고 그 소유자인 F를 '이 사건 가옥주'라 한다)에서 G, H와 함께 위 가옥 내 폐기물을 수거하여 처리하는 작업을 수행하던 중(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 해당 가옥의 콘크리트 외벽이 무너지면서 그 외벽과 옆 건물의 기와 사이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하여 같은 날 14:09 사망하였는바(이하 '이 사건 재해'라고 한다), 망인의 시체검안서에 기재된 사인은 '(가) 직접사인: 외상성 뇌손상 의심, (나) (가)의 원인: 상하악골 골절, (다) (나)의 원인: 다발성 늑골 골절'이다.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이 이 사건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사업 또는 사업장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가 정한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산재보험법 적용제외 사업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2024. 6. 19.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① G이 운영하던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근로하던 중 이 사건 재해로 사망한 것이거나, ②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시행하고 이 사건 주민대표회의 및 가옥주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이 사건 정비사업의 일환으로서 그 사업장 내 가옥의 폐기물처리 업무를 하던 중 사망한 것이므로,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작업이 사업장 내 근로와 무관하게 가옥주만의 '가구내 고용활동'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두9471 판결 참조).
'가구 내 고용활동'은 조리, 청소, 간병, 육아 등 가사를 돕게 할 목적으로 사람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가사사용인'은 이러한 가구 내 고용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가사사용인도 본래 근로자이지만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임금채권보장법 등 많은 근로 관계 법령이 적용되지 아니한 데에는 가사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고 근로조건에 관하여 국가의 감독이 미치기 어려워 근로관계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헌법재판소 2022. 10. 27. 선고 2019헌바45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6, 7호증, 제10 내지 12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해는 G을 사업주로 하는 사업장내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은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인 근로자라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작업은 이 사건 정비사업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고 이에 따라 위 정비사업 구역 내 소재한 가옥들에 대한 소유권이전 및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수반되는 후속절차인 각 가옥의 명도절차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 이 사건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이 사건 가옥주를 비롯한 위 정비사업 구역 내 가옥주들에게'이주비를 받기 위해 각 가옥 내 폐기물을 제거하라'는 취지로 공고한 것으로 보인다.2) G은 이 사건 정비사업 구역 인근에서 운송사업자 등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용달차를 사용해 이삿짐 운송사업을 해 오던 사람이다. G은 이삿짐 운송업 외에도 의뢰를 받아 폐기물을 제거하고 보수를 받는 일을 해 왔고, 이와 관련하여 업태·종목을 '경철거(소규모의 철거 업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로 한 사업자등록을 마친 바도 있다. G은 경찰조사 당시 이삿짐 운송업 외에도 3~4년 가량 의뢰가 들어올 때 이 사건 작업처럼 폐기물 처리작업 등의 일용직 일을 해 왔다고 진술한 바 있고, 이 법원에서 '자신이 동네에서 오래 살고 이삿짐을 해서 소문이 나서 이 사건 작업을 소개해 준 것 같다'고 진술한 바도 있다.
이 사건 가옥주는 자신의 가옥 내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다가 이 사건 주민대표회의 관계자에게 G을 소개받고, G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여 이 사건 작업을 의뢰하였다. 이 과정에서 G은 이 사건 가옥주에게 당초에는 보수로 80만 원을 요구하였으나 협상을 거쳐 60만 원으로 결정을 하였고, 이 사건 작업에 3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인인 H 및 H를 통해 연락이 닿은 망인을 섭외하기도 하였다. 또한 G은 이 사건 작업으로 지급받은 보수 60만 원 중 일부를 폐기물 처리비용으로 사용하거나 H 및 망인 등에게 분배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작업의 기본 내용은 이 사건 가옥 내에 있는 폐기물을 마대 자루에 담아 G이 가져온 용달차에 옮기는 것이다. G은 자신이 '마대에 폐기물을 담는 일'을 하기로 하고, H와 G은 이를 전달받아 용달차에 싣는 식으로 각자에게 역할을 분담시킨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G의 차량에 싣고 다니던 안전모를 H와 망인에게 착용하도록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G은 경찰조사 당시 '자신이 가옥주에게서 돈을 받고 일을 시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속칭 "오야지(일터의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속어)" 역할이긴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작업은 G이 종래 사업으로 운영하던 이삿짐 운송업에 부수하거나 그 거래선을 통하여 의뢰를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H와 망인 등 다른 작업자들의 섭외, 의뢰자로부터 받을 보수 금액 및 그 사용처와 분배 방법의 결정, 작업 장비의 조달 및 사용, 작업원 간 역할 분담과 안전모 착용 등의 안전조치 등 사업주와 작업원 사이의 규율관계 제반을 G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H는 경찰에서 '일용노동직을 친구들끼리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청소일을 받으면 친구들을 부를 수도 있다, G이나 망인과 사이에 지위, 직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나, 다른 한편 G의 이 법정에서의 다음과 같은 취지의 증언, 즉 'H나 망인이 일을 가져온 적은 없었다, H가 이삿짐 (일) 하나 정도는 소개해 줬을 수도 있으나, 망인은 일을 받아온 적이 없다, 망인과 같이 일을 한 것은 처음이다'는 내용까지 아울러 보면, 적어도 망인과 관계에서 G이 사업주가 아닌 동등한 지위의 공동업무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가옥주가 이 사건 작업을 G에게 의뢰하게 된 경위, 보수의 결정방법과 금액, 그리고 이 사건 작업이 위 가옥주의 지시·관여 없이 전적으로 G, H, 망인등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이 사건 가옥은 그 무렵 거주자 없이 장기간 방치되어 왔던 사정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작업이 단순히 이 사건 가옥주가 조리, 청소, 간병, 육아등 가사의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G 등에 의뢰하여 이루어진 가구 내 고용활동의 일환이라거나 전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에 관련된 것으로 근로조건 또는 산업재해로부터 보호에 관한 국가의 감독이 미치기 어려운 경우라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순주(재판장) 김영완 최준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