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1. 14. 선고 2024구합84219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3. 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

망 B(C생, 이하 '망인')은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이사인 원고의 아들로, 2001. 11. 6.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관리부 이사로 근무함.

○

망인은 2023. 6. 17. 21:56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차량을 운전하고 나간 후 2023. 6. 20. 저수지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됨.

○

망인의 부친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여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

○

피고는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주문 기재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8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나.

판단

앞서 채택한 각 증거, 갑 제5, 6, 9 내지 3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망인은 관리부 이사로, 이 사건 사업장 본사(공장) 내에 있는 기숙사에 기숙하면서 회사의 인사관리, 불편사항개선, 안전관리 등 회사의 전반적인 관리 업무를 총괄하여왔음.

○

2020. 4.경 이 사건 사업장에 F 직원(이하 '해당 직원')이 입사하였는데, 해당 직원은 입사 후 직원들과 사이에 여러 차례 마찰을 겪어왔음. 해당 직원은 2021. 7. 20.및 2021. 7. 25. 이 사건 사업장의 G 이사를 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였으며,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고용노동부에도 신고하였음. 해당 고소사건은 2021. 10.경 '혐의없음'으로 불송치결정되었으며, 고용노동부 신고 사건은 2022. 5.경 조사결과 '위반 없음'으로 종결되었음. 해당 직원은 휴직 후 2022. 9. 1. 복직하면서 '이 사건 사업장에서 G 이사가 본인에게 물건을 던진 이후로 심한 두통이 발생되고 온몸이 아프다'고 하며 '적응장애'를 상병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신청(이하 '이 사건 산재신청')을 하였음.

망인은 이 사건 산재신청이 승인될 것을 걱정하던 중, 위 산재신청 결과가 나오기약 4일 전인 2023. 6. 17. 이 사건 사업장에서 차량을 운전하고 나가 2023. 6. 20. 저수지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됨.

○

망인은 2022. 3.경부터 해당 직원을 담당하게 되었는바, 해당 직원은 2022. 4.경부터 망인의 사망 무렵인 2023. 6. 19.까지 사이에 망인에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회사 내 CCTV 설치 요청, G 이사와의 분쟁에 관한 증거자료에 대한 상의, 사무실 방문 요청, 기숙사 세탁기 문제, 기숙사 방 보일러 온도, 연차 사용, H 대리와의 분쟁상의, 시계 교체 요청 등의 용건으로 수시로 연락하였음.

해당 직원은 2022. 7.경에는 망인에게 복직 시 요청 사항으로 '진심 어린 사과','이어플러그 사용 허용', '문자나 메일을 통한 업무지시', '정시퇴근' 등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음.

한편 이 사건 사업장 내 직원들은 2023. 6.경 해당 직원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며 고충 상담을 하거나 진정을 제기하였음.

이와 같이 망인은 관리부 총괄 이사로서 해당 직원이 복직 전후로 하는 문제 제기, 직원들간의 분쟁으로 인한 고충 처리 등을 전담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임.

○

망인은 2022. 8. 31. 지인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며 '내일 개 온대. 폭발 직전이야. 죽고 싶어'라고 하였으며, 2022. 12. 27.에는 해당 직원이 망인에게 보일러 온도 확인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낸 것을 지인에게 공유하며 '미친년이 나를 스토킹하는 것 같아. 내가 왜 이 또라이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라고 함.

망인은 2023. 6. 8.경 해당 직원이 보낸 문자메세지를 지인에게 공유하였는데, 그 내용은 '어제 좋게 풀자고 모이셨다고 하셨는데 제가 얘기할 시간을 잘 갖지 못해서 얘기하게 됐다', '두통이 한동안 없다가 어제 얘기한 이후로 묵직하게 생겼다. 연차를써야 할 것 같다', '일하면서 스트레칭하는 모습 CCTV로 보고 판단해달라. 전무님께서 어제 저를 비난하듯이 비꼬는 것처럼 해석이 됐다. 여기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해서 제가 아파오는 사실이 화가 났다. 제가 생산직으로 언제까지 일하게 되는 거냐'는 등임. 망인은 2023. 6. 9. 지인의 안부 질문에 '내가 패닉상태다. 방법이 없다'고 답장한 이후로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음.

또한 망인은 2023. 6. 10.경 도청장치 탐지기를 구입하였으며, I 사이트에 2023.5. 4. '소속 근로자가 근무태도 불량에 조현병이 의심되는 행동들을 자주 보여서 주변 직원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해고·정직 등의 방법이 없나?', 2023. 6. 14. '여직원이 회사 차량에서 다른 여직원과 말다툼이 있었는데, 블랙박스 SD카드를 무단으로 빼돌렸다. 이 여직원이 비정상적인 언행을 많이 해서 동료들이 피하는 상황인데, 아마 그 여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소할 모양이다.', 2023. 6. 15. '1주일 동안 귀에서 여자가 오페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가 몇 달간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부족을 겪었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함.

망인은 위와 같은 글을 작성하고 이틀 뒤인 2023. 6. 17. 회사에서 차량을 운전하고 나가 2023. 6. 20.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는바, 이를 보면 망인이 사망 무렵 해당 직원 관련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추단할 수 있음.

이 법원의 감정의 또한 '도청을 염려한다는 것은 정신병적 증상인 피해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망인이 가진 중등도 우울에피소드가 심해지는 경우 피해망상이라는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정신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힘.

○

망인은 회사에서 차량을 몰고 나가기 전날인 2023. 6. 16. 해당 직원 관련 문제로노무법인과 미팅을 하였음.

이 사건 사업장의 관리부 이사로 있던 망인의 동생은 진술서에서 '망인은 아버지로부터 여러 차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고성의 강도 높은 질책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2013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오빠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은 증폭되었을 것이다. 2023. 6. 15. 공장과 서울사무소를 오가며 근무하는 J 사장님으로부터 "B 이사(망인)가 요즘 살이 빠지고 수척해졌다."는 말을 듣고 망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망인이 "조현병 환자 F(해당 직원) 때문에 살 수가 없다.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직원의 산재신청 결과가 이번 주에 나온다며 "이거 산재 승인되면 어떡하냐? 회사가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며, 산재발생 관리업체로 분류되는 경우 앞으로 채용이나 퇴사가 골치 아파진다며 산재처리에 대하여 걱정했다. 그리고 산재신청 결과를 알게 될 아버지의 질책을 몹시 두려워했다.'고 진술함.

○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은 사망 직전 해당 직원으로 인한 사업장 내 분쟁 및 각종 조사가 이루어질 것에 대한 불안함, 이 사건 산재신청이 승인되는 경우 회사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 그 경우 대표이사인 아버지로부터 받게 될 질책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음.

○

망인이 2016. 4.경부터 2023. 5.경까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아온 사실, 그 진료내역에 의하면 특별히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한 내역은 크게 보이지 않고 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호소한 사실 등은 인정됨.

그러나 이 법원의 감정의는 '진료기록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이 많고 약물의 변화도 크지 않아서 치료는 잘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힌 점,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산재신청 결과를 앞둔 2023. 6.경부터 평소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주된 요인이 개인적인 소인인 우울증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악화됨에 따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음.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순주(재판장) 송연정 김영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