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1. 25. 망 A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A(D생, 이하 '고인'이라 한다)는 'E'(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소속으로 음식배달 업무에 종사하였던 근로자이다.
고인은 2024. 1. 30. 11:38경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배달 업무를 하던 중 대전 유성구 상대동 394-2 상대네거리에 이르러, F고 쪽에서 도안네거리 방향으로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던 중, 반대편 차선에서 중동골네거리 쪽에서 F고 방향으로 정상신호에 과속하여 직진 중이던 차량(이하 '상대방 차량'이라 한다)의 좌측 앞 측면 부분을 전면 부분으로 충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켰다.
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양측 치골 골절, 양측 대퇴골 골절, 양측 근위경비골 골절, 우측 요척골 개방성 골절, 우측 제5중수골 골절, 우측 수근골 골절, 우측 요골 및 척골 간부 골절, 우측 1번 늑골 골절, 두부 골절'(이하 통틀어 '이 사건 상병들'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이 사건 상병들에 대하여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4. 11. 25. 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또는 주로 고인의 신호위반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고인은 소송 계속 중이던 2025. 5. 19. 사망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들 주장 요지
고인은 정도가 심한 지적장애인으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지 불과 5일째였는바, 배달지역의 도로교통 체계나 신호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또는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발생에는 상대방 차량 운전자의 과속운전도 작용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의 배달 업무 중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범위 내에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예외 사유로 규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 등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그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 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취지 등 참조).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10 내지, 12, 1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상병들이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 되는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한편, 별도로 제2항 본문에서 '근로자의 범죄행위'를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로 들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및 상병들이 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였다는 점은 요양급여지급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사고가 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피고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취지는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징벌적·보험정책적 의미에서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산재보험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보험급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표적 사적 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규정 사고들을 보험사고로 받아들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은 사고 및 부상의 발생 원인이 단순히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법리와 같이 해당 사고 및 부상이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실질적인 기준으로 삼아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인의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5조 및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처벌된다)라는 사정만으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인은 2024. 1. 26.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는바, 근무 5일째인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배달지역의 도로상황이나 신호체계 등에 대하여 아직 익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고인은 지적장애인(심한 장애)으로서 운전 중 필요한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나 대처능력이 부족하였을 수 있다[고인은 2018. 5. 4.부터 2023. 7. 9.까지 총 11회의 교통법규 위반 및 교통사고 야기 전력이 있다(위반 10회, 사고 1회)]. 고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인 2024. 1. 30. 11:16경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였는바,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수 있으며, 더욱이 이 사건 사고는 음식배달 업무가 집중되는 점심시간 무렵 발생하였는바, 당시 고인이 배달 업무를 신속하게 수행하려는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 상황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은 고인의 장애 상태, 사고 당시 근무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고인이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업무 자체에 내재하거나 사회통념상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사고 당시 고인이 사전에 자신의 신호위반 또는 상대방 차량의 진행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 내지 감수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나CCTV 영상 등이 제출되지 않았고, 고인이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시 상대방 차량 운전자는 제한속도 시속 50km인 도로를 시속 85km 이상으로 진행하였다. 이 사건 사고로 고인이 중상을 입었으나 상대방 차량 운전자는 경상을 입었을 뿐으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하면, 고인의 위반행위가 그로 인한 업무상 부상을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