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11. 21. 선고 2025구단52678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3. 7.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B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영업용 택시(이하 '이 사건 택시'라 한다)를 운행하던 운전기사이다.

나.

원고는 2024. 3. 29. 22:43경 안산시 상록구 C 부근 편도 4차로 수인산업도로를 3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3차로 전방에서 저속으로 진행 중이던 롤러 차량(이하 '이 사건 롤러 차량'이라 한다)을 추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발생시켰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좌측 안쪽복사의 폐쇄성 골절 등을 비롯한 9개 상병(이하 '이 사건 부상'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5. 3. 7. 이 사건 사고가 '근로자의 범죄행위(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규정된 신호위반 등의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포함)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시간당 제한속도를 약 25km 초과한 시속 95km의 속도로 진행하면서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업무상 과실로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에게 1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해를, 이 사건 롤러 차량의 운전자에게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각각 입게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2025. 7. 10.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금고 1년을 선고받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7. 10. 선고 2024고단2533 판결)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교통사고의 경우 원고의 주된 또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상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구체적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그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제한속도가 70km/h인 도로에서 이를 25km/h 초과하여 과속으로 이 사건 택시를 운전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였고, 이와 같은 원고의 과속운전행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3호에 따라 형사처벌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3)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 갑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그 발생 과정에 원고의 범죄행위가 경합되어 있고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기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근로자인 원고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택시기사로서 원고가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야간에 택시를 운전하여 편도 4차로의 수인산업도로를 운행하던 중 완만하게 곡선을 이루고 있는 도로에서 2차로에서 3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면서 3차로에서 시속 11km 정도로 저속 주행중이던 롤러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추돌한 사고로,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되는 도로의 형태에 비추어 롤러 차량이 어느 차로에 있는지 미리 확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갑 제8호증의 영상을 보면, 이 사건 차량과 롤러 차량이 직선 주로에 들어선 시점은 영상 4초 부분이고, 이 사건 사고 시점은 해당 영상의 11초 부분으로, 원고의 연령을 고려하면 시야를 확보하거나 운행 중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졌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도로는 편도 4차로의 도로로서 인근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이 사건 택시의 사고 무렵 블랙박스 영상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택시 외의 다른 차량들 역시 이 사건 택시보다 빠르거나 비슷한 속도로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와 같이 상시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제한속도 준수 등 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태만히 한 경우 교통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하여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중의 하나라고 보이고, 그것이 원고의 업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을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적으로 되었음을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하여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이 있는 경우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에 따른 위반행위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례의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이를 운전시 지켜야 할 중대한 의무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관계 규정의 입법 취지는 업무상 재해의 배제사유를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입법 취지와 다르다. 그러므로 운전자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3호(제한속도를 시속 20킬로미터 초과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