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11. 선고 2025구단52838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1. 16. 원고들에게 한 미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E(F생)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약 1년 2개월 동안 ㈜G에서 기계수리 업무를,1996년부터 1997년까지 약 1년 10개월 동안 H에서 기계수리 업무를 수행하였다.<1>

나.

E는 2020. 8. 24. 상세불명의 감각신경성 난청(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진단받고, 2020. 12. 17.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다.

피고는 2021. 8. 5. E에게 'I병원 특진(2021년) 순음청력검사 우측 73dB, 좌측78dB 관찰되나, 소음노출 인정기준(85dB, 3년)을 미충족(1997년까지는 80dB~85dB 정도의 소음에 3년 정도 노출되었음)하여 난청의 업무관련성이 미흡할 것으로 사료된다.'라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

라.

E는 2022. 9. 18. 사망하였고(이하 E를 '고인'이라고 한다), 원고들은 고인의 자녀들로서 고인을 상속하였다.

마.

원고들은 피고에게 다시 동일한 내용으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5. 1. 16. 앞선 처분과 같은 이유로 미지급 보험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6,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고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고인은 피고가 소음사업장으로 인정한 ㈜G, H에서 뿐만 아니라 J 주식회사 영등포공장에서도 1977. 6. 13.경부터 1981. 8. 31.경까지 약 4년 2개월간 85dB이상(시멘트 제조사의 유사 공정별 소음 측정치 최댓값을 적용하면 고인의 소음 노출수준은 89.5dB로 평가될 수 있다)의 소음에 노출되는 시멘트 생산 기계 설비 등의 작업을 수행하여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였다.

2)

소음노출 인정기준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고인이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상병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7, 9, 12 내지 2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의료법인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은 고인이 소음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노출된 소음으로 인하여 발병하였거나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처분이 고인이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주된 근거로 삼아 업무와 상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지 않다.

가)

고인이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데에는 법령의 해석 · 적용의 잘못이 있다(이러한 고려에서 위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중 고인이 소음노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전제에서 수행된 감정부분은 취신하지 않는다). 고인이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였다면, 업무상 노출된 소음과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1)

원고들이 주장하는 J 주식회사 영등포공장에서의 고인의 근무이력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피고는 고인의 소음노출 수준에 관하여 시멘트제조사의 유사공정별 소음 측정치(최댓값)를 적용하여 고인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3년 동안 시멘트제조업(기계수리)에 종사하면서 81.5~89.5dB의 연속음에 노출되었다고 조사하였는데, 그럼에도 고인이 소음노출 인정기준(85dB, 3년)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한 구체적인 근거를 파악할 수 없다.

(2)

고인에 대하여 조사된 소음수준이 81.5~89.5dB이라면 고인이 85dB 이상의 소음에 실제로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피고가 이러한 개연성을 쉽게 배제한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피고가 2022년 1월 마련한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 참고자료에 의하면, 과거 근무 당시의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없는 경우로서 최근 실시된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토대로 과거의 소음 노출수준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에는 소음 노출수준의 최솟값, 평균값, 최댓값 중 최대값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

(3)

고인의 소음노출 기간이 3년(= (주)G 1년 2개월 + H 1년 10개월)으로 조사되었다면 소음노출 인정기준이 정한 3년 이상이라는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어떠한 '수치 이상'이라는 표현은 그 수치를 포함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J 주식회사 영등포공장에서의 고인의 근무이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다른 사업장에서의 근무이력까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4)

피고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관련성 특별진찰 소견서(을 제2호증)에 기초하여 고인이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는 입장이나, 그 소견서에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고, 소음노출 인정기준 충족 여부 판단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동원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

이 법원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고인이 89.5dB의 소음에 3년간 노출되었다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설령 고인이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업무상 노출된 소음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기여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의 감정의 역시 '개개인의 소음에 대한 감수성이 다를 수 있으므로, 기준치(85dB)에 근접하여 미달하는 강도의 소음도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소음성 난청의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인이 80~85dB의 소음에 3년간 또는 7년 2개월간 노출되었다면 의학적으로 소음성 난청이 발병 또는 악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라는 소견을 제시하여 85dB 미만의 소음이라 하더라도 소음성 난청을 일으킬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3)

고인의 실제 소음노출 수준이 소음노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시멘트 제조사의 유사 공정별 소음 측정치에 비추어 볼 때 그 부족함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 추단된다.

2)

고인은 만 83세이던 특별진찰 당시 최소가청 기도청력역치가 우측 73dB, 좌측78dB로 측정되었다. 이는 소음 노출력이 없는 동 연령대 남성의 메디안 기도청력역치인 39dB(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기준)에 비하여 난청의 정도가 심한 편에 속한다.

3)

고인이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을 당시 노화에 의한 청력손실의 가능성이 큰 연령(만 82세)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고인의 소음노출 기간 및 정도, 개인의 소음 감수성 등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노화라는 추상적인 사유에만 기초하여 업무상 노출된 소음과 난청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률적 · 기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4)

고인에게 청력손실을 초래할 만한 다른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상병과 고인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각주1) 직업력 조사를 기준으로 기재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