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12. 11. 선고 2025구합52908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판결요지

2014년경부터 승모판협착 진료를 받아왔지만 그 증상이 잘 관리되고 있던 식당 근로자가 A형 독감에 걸려 진료과정에서 의사로부터 ‘5일 격리 권고’를 받았음에도 이틀 연속 근무한 직후 집에서 심부전으로 사망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이 위 근로자의 배우자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을 한 사안에서,

제반사정을 종합할 때 2일간의 근로가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장 주된 원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기저질환 등과 결합하여 심부전을 유발 또는 악화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망인이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근로시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거나 위 식당 근로가 사회통념상 ‘과로’에 이를 정도의 강도가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도 없다고 보아 위 처분을 취소한 사례.

주문

1.

피고가 2024.4.1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경부터 고양시에 있는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급식 조리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3.11.15.경부터 감기 몸살 증상을 앓은 이래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2023.11.30. 혈뇨 증상을 겪은 후 ‘D’에서 진료를 받았고, 같은 날 위 병원에서 A형 독감을 진단받으면서 이와 더불어 5일 간의 격리 권고를 받았다.

다.

망인은 2023.11.30. 18:53경 이 사건 병원 소속 영양사에게 전화하여 ‘망인이 A형 독감에 걸렸는데 다음 출근 예정일인 2023.12.2. 및 2023.12.3.에 정상 출근을 해도 되는지’를 문의하였고, 위 영양사는 이 사건 병원 간호과장에 문의한 후 2023.12.1. 오전경 망인에게 ‘출근하여도 된다. 현재 대체할 인원도 없으니 정상적으로 출근을 부탁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라.

망인은 2023.12.2. 및 2023.12.3. 출근하여 근무한 이후 2023.12.4.부터 휴무 중 2023.12.5. 20:15 이전경 자택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은 ‘심부전’(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기재되어 있다.

마.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4.12. ‘망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및 [별표 3]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망인의 건강보험수진 내역 상 승모판협착 진료이력이 다수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업무적 요인보다는 개인적 요인에 의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게 판단되어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4.11.8.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망인은 기저질환으로 승모판 협착을 앓고 있었으나, A형 독감에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위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었던 점, A형 독감은 망인의 기저질환을 악화시켜 망인을 사망하게 할 수 있는데, 망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사망 전 이틀 간 정상근무를 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A형 독감에 걸린 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한 것이 망인의 기저질환인 심장질환을 자연경과적인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3], 그 위임에 따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 이하 ‘고시’라 한다)은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판단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있다([별지] 참조).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3] 등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기준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라도 제반사정에 비추어 업무 수행이 질병을 발생시켰거나 아니면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위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6.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따라서 망인이 실제로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을 들어 바로 망인의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는 없다.

2)

한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5.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3)

앞서 든 증거, 갑 제8호증의 1, 2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원장[순환기내과(심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망인의 발병일 이전 1주간 업무시간을 25시간 43분, 4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38시간 45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40시간 18분으로 각 산정하였다.

나)

망인은 2014.1.15.경부터 2023.9.27.경까지 E병원에서 29회가량 ‘승모판협착’으로 진료를 받았다.

다)

망인은 2023.11.30. ‘D’에서 A형 독감을 진단받은 이후 2023.12.4. 다시 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2023.12.4. 자 진료기록에 ‘불편 증상 없이 상당히 호전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한편 위 병원 의사는 2024.1.4. 망인에 대하여 ‘망인은 기저 질환 심장 판막증(승모판 협착증: 환자분 진술)으로 와파린 치료 중이었으나 기저질환으로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에서 문제되는 소견 없이 잘 관리되던 환자인데, 무리한 작업이나 노동 및 정신 스트레스가 있을 때 독감에 의해서 심폐 질환 악화 가능성이 있어 5일간 절대적 안정과 격리 치료를 권하였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작성하였다.

라)

이 법원 감정의는 ‘망인의 승모판 협착의 정도가 중증도-중증의 단계이지만, 이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심부전, 판막협착, 심방세동 등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하여 급성악화가 초래될 수 있고, 심부전은 급성악화 및 호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 감염은 심부전 급성악화의 대표적인 원인이 된다. 기저 심질환이 있던 환자가 A형 독감이라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하여 전신 컨디션이 저하되는 상황에서는 평소와 동일한 근무도 심장에 무리가 되는 정도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위 근무가 심장질환의 악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단순히 망인의 사망 전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에 기한 과로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소견을 밝혔다.

4)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본다. 망인은 기존에 10여 년 이상 승모판 협착을 앓고 있었고, 이러한 기저 질환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켜 망인이 사망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편 ① 망인을 진료하였던 ‘D’의 의사 및 이 법원 감정의는 망인이 가장 최근에 승모판 협착 관련 진료를 받았던 2023.9.27.경까지도 망인의 승모판 협착 증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힌 점, ② 망인은 2주 이상 독감 증상을 앓아오다가 2023.11.30.에 이르러 A형 독감을 진단받고 ‘5일 간의 격리’를 권고 받았음에도 2023.12.2. 및 2023.12.3. 연속하여 근무하였던 점, ③ 비록 망인이 2023.12.2. 및 2023.12.3. 사회통념상 ‘과로’에 이를 정도의 근무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틀 연속 근무한 것은 망인의 기저질환을 급속도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D’ 병원 의사와 이 법원 감정의의 공통된 소견인 점, ④ 진료기록상 망인은 2023.12.4. A형 독감 증세가 많이 호전되었음에도 그 무렵 심부전으로 사망하게 된 점 등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수행 또는 근무가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장 주된 원인은 아니더라도 망인의 기저질환, A형 독감 감염 등 원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급성으로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5)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발병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함이 타당하고, 단지 망인의 업무시간 등이 고시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거나 망인이 사회통념상 과로에 이를 정도의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위 인정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