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11. 27. 선고 2025구합5343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종합병원인 'G병원'을 개설 · 운영하는 의료법인이고, 원고는 2023. 4.24.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G병원에서 정형외과 의사 H의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던 근로자이다.

나.

원고는 2024. 4. 26. 수술환자의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H과 마찰이 있었고, H은 정형외과 센터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였다. 원고는 정형외과 센터장과 면담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H 등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사를 밝혔다. 참가인은 2024. 5. 7.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분리조치를 명목으로 원고를 전담간호팀에서 QI팀(표준진료지침 등을 관리하는 부서)으로 인사발령하였고, 그 시행일을 2024.5. 13.로 정하였다.

다.

그러자 원고는 2024. 5. 11.경 진료기록전산시스템에 H의 계정으로 접속하여 자신이 그동안 사용해온 'SET처방'<각주1>을 전부 삭제하였고, 입원환자의 처방을 위해 H 명의로 발행된 '2024. 5. 14. 이후의 의사지시 기록지'<각주2>도 삭제하였다.

라.

참가인은 원고가 SET처방과 의사지시 기록지를 무단으로 삭제한 점을 이유로 그 행위가 취업규칙 제52조의 '병원의 영업을 방해한 자'(제4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병원의 저장품 등을 파괴하거나 손해를 끼친 자'(제5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2024. 6. 24. 원고를 징계해고 하였다.

마.

원고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9. 30.'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고(I), 중앙노동위원회도 2025. 2. 6.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F,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5, 7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원고가 인사이동 시 그동안 자신이 사용해온 SET처방을 전부 삭제한 사실은 다툼이 없고, 을가 제3호증에 의하면, 원고가 3명의 입원환자에 대한 의사지시 기록지를 삭제한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SET처방과 의사지시 기록지가 원고의 개인적 필요에 따라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인사이동 과정에서 이를 삭제하였더라도, 그로 인해 병원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8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4, 5, 8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SET처방과 의사지시 기록지를 무단으로 삭제함에 따라 병원 업무에 지장을 주었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인사이동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일로 치부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행위는 취업규칙 제52조 제4호에서 정한 '병원의 영업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①

의사 H은 2024. 2. 1. 참가인에 입사한 후 다른 의사의 처방목록을 참고하여 자신의 전산계정에 SET처방을 만들었고(이하 '기존 SET처방'이라 한다), 전담간호사인 원고에게 그 전산계정을 공유하여 기존 SET처방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기존 SET처방은 처방일수가 고정되어 있고 검사결과에 따라서 치료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빈번하여 진료환경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을가 제3호증, 9면), 원고는 이를 그대로 사용하기 불편해 했고 기존 SET처방을 진료환경에 맞추어 수정 · 사용하였다(이하 '수정 SET처방'이라 한다). 이후 원고는 후임자 없이 QI팀으로 인사이동하였고 그 과정에서 H의 전산계정에 접속하여 승인 없이 수정 SET처방을 전부 삭제하였으며(기존 SET처방을 삭제하진 않았다), 전담간호사가 없어져 처방까지 직접 담당해야 했던 H은 더 이상 수정 SET처방을 사용할 수 없었다.

②

물론 수정 SET처방이 삭제되더라도 수작업으로 처방이 가능하고, H으로서는 자신이 만든 기존 SET처방을 사용하거나 전산전문가를 통해 원고가 삭제한 수정 SET처방을 복원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SET처방 없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처방을 할 경우 시간소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자명하고, 기존 SET처방을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이는 진료환경에 잘 맞지 않았으므로 처방에 불편이 초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수정 SET처방 삭제로 인하여 적어도 H이 진료환경에 맞는 SET처방을 다시 만들 때까지 진료의 효율이 낮아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③

원고가 과거 다른 의사의 전담간호사로 근무하였을 때에는 후임자에게 자신이 만든 SET처방을 제대로 인수인계 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사이동시 자신이 만든 SET처방을 삭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참가인 간호팀장인 J은 인사위원회에서 '간호사가 SET처방을 수정한 후 기존의 것을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안 되나, 원고처럼 자신이 작성한 SET처방이니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다는 태도는 맞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SET처방이 인사이동 시 임의로 삭제해도 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업무자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애초부터 SET처방 자체도 의사의 전산계정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이다).

④

H은 평소 의사지시 기록지를 7일~14일전 미리 발행하여 입원환자에게 처방할약물 등을 정하였고, 실제 처방 전날까지 입원환자의 상태이상이 없을 경우 사전에 발행된 의사지시 기록지대로 약물 등을 투여해왔다. 그런데 원고는 인사이동 시 H의 전산계정에 접속하여 입원환자 3명의 2024. 5. 14. 이후 의사지시 기록지를 승인 없이 삭제하였다. 만약 원고가 그 삭제 사실을 H에게 알렸다면 문제될 여지가 적으나, 원고는 이를 H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24. 5. 14. 입원환자 3명에 대한 처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뻔 했다(다만 병동간호사의 연락으로 H이 2024. 5. 13. 급히 처방을 함에 따라 실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⑤

원고는 인사이동 이후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SET처방이나 의사지시기록지가 오남용 될 우려 때문에 부득이 삭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인사이동 한 이후 SET처방이나 의사지시 기록지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은 SET처방이나 의사지시 기록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H 또는 후임자가 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원고의 변소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나.

징계재량권의 일탈 · 남용 여부

1)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안에서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참조).

2)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이유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이전 H과 업무상 마찰이 있었고 이러한 불화가 직 · 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원치 않던 QI팀으로 인사발령 조치된 점, 원고가 인사발령을 받은 직후 H의 전산계정에 접속하여 수정 SET처방과 의사지시 기록지를 무단으로 삭제한 점, 이와 달리 원고는 과거에 SET처방을 후임자에게 제대로 인수인계 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참가인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H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정 SET처방과 의사지시 기록지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②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는데, 사용자의 인사발령에 관한 앙갚음 차원에서 각종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하고 그로 인해 업무상 지장을 주었다면, 설령 초래된 업무상 지장의 정도가 크지 않더라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신뢰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간호사의 기본적 역할 중 하나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를 보조하는 것인데(간호법 제12조 제1항 제2호), 원고의 징계사유를 고려하면 참가인이 원고에게 다시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업무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③

특히 원고는 의사지시 기록지를 무단으로 삭제한 이후 그 사실을 H이나 다른 의료인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그로 인해 입원환자 3명에 대한 처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뻔 했는데, 이는 간호사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망각한 행위이다.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이 부당전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의 행위는 용납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각주1) 특정 질병 · 증상·상황에 대응하여 일관되게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에 정해놓은 처방, 검사, 치료방법 등을 의미한다. 예컨대 '위염 증상의 환자에게는 A약 1정, B약 2정, C약 1정을 7일분 처방한다'는 등의 내용을사전에 전산에 입력해두고 그에 맞추어 처방하는 것이다.

각주2) 입원환자에게 약물 또는 주사제를 처방하기 위한 자료로서 외래환자에 대한 처방전과 유사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