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7. 9. 선고 2025구합5415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9. 10. 14.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였고, 2021. 2. 17.부터 중국 강소성 쑤저우시 소재 이 사건 사업장 중국법인(이하 '중국법인'이라 한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내부 품질관리및 품질 관련 고객대응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망인은 2021. 12. 25. 중국 강소성 쑤저우시 소재 거주지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가 이를 발견하여 중국 공안에 신고하였다. 중국 의사가 작성한 주민 사망의학 증명서에는 망인의 사망시점이 2021. 12. 25. 09:26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는 2023. 2. 7.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및 장례비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4. 4. 29. 원고에게 '업무와 관련된 정신적 부담에 대한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고,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나 부담의 정도가 정신질환을 일으킬 정도였다거나 망인이 판단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게다가 망인은 해외 출장이 아닌 해외 파견 근무 중인 근로자로서 국내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해외 파견 전 사업장(이 사건 사업장)에서 해외 파견 사업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별도로 임의 가입하였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실도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2024. 7. 23.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5. 2. 14.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 한국 본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아래 중국법인에서 근무하였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2조의 해외파견자라고 보기 어려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망인이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사망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2,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①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 한국 본사에서 품질보증 업무를 수행하다가 갑작스럽게중국법인 주재원으로 발령받게 되었는데, 이는 망인의 의사를 무시한 부당한 인사발령이었던 점, ② 망인은 품질 관련 업무와 함께 중국법인의 핵심 업무를 도맡아 수행하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렸고, 망인의 요구에도 인력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③ 망인은 새벽과 주말까지 업무를 처리하며 상시 초과근무를 하였고, 망인의 업무시간은 사망 이전 12주간 1주당 평균 76시간에 달하였던 점, ④ 망인은 2019. 11. 21. 중국 현지 고객사 'E'에 9시간 동안 감금당한 적이 있고,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고객사 접대까지 수행하였으며, 2021. 12. 22. 현지 직원의 항의에 대응하면서 폭행당하였고, 2021. 12. 24. 고객사 생산라인 중단으로 긴급하게 업무에 투입되는 등 여러 사건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⑤ 망인은 법인장의 골프 레슨 예약을 대신하거나 휴일에도 골프 일정에 동행하는 등 사적인 업무 지시를 받기도 하였던 점, ⑥ 망인은 중국법인 파견 이후 거류허가가 취소되어 언제든 추방될 수 있다는 신변의 불안감, 업무로 인한 어려움 등을 호소하였고, 성격적 변화를 보이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중국법인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망인은 평소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사전에 자살을 계획하였다고 볼 정황도 없다. 망인은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대우, 정신적 압박이 누적된 상황에서 사망 당일 업무상 스트레스가 더해지자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른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14 내지 32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및 이 법원의 경북대학교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망인과 이 사건 사업장 임직원 사이의 메시지 내용, 메시지 수·발신 시간, 통화 내역, 망인의 노트북 포렌식 결과 등에 따르면, 망인이 중국법인 주재원으로 재직하면서 정규 근무시간 이후나 늦은 새벽까지 업무 관련 연락을 주고받으며 초과근무를 하였고, 망인이 고객사 접대 업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 접대비용을 먼저 충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과중한 업무 부담과 만성적 과로, 업무상 사건은 망인에게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망인의 유서나 정신건강 관련 진료 및 상담 내역 등 망인의 심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고, 망인이 사망 전에 동료나 지인, 가족들에게 업무로 인한 압박감이나 불안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을 호소하였다고 볼 만한 메시지, 통화 내역 등의 자료도 없다[원고가 제출한 가족, 친구들의 진술서(갑 제33호증의 1 내지 6)는 망인의 업무상 부담과 부정적인 근무환경 등 외부 환경을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위와 같은 외부적 요인을 근거로 망인의 생전 심리상태를 사후적으로 추정하는 취지이므로, 이로써 망인의 생전 심리상태가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망인에게 상당한 업무상 부담이나 과로가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망인이 자살을 결심하게 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나 구체적인 정황을 찾을 수 없다.

나)

또한 ①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 지원할 때 희망근무지를 '중국, 홍콩'으로 기재하여 입사하였고, 망인과 동료 직원 사이의 메시지 내용(갑 제15호증)에 따르면 망인은 2020년 초부터 주재원 비자를 받아 중국법인에서 근무하는 일정과 방식을 협의하다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표시한 것으로 보일 뿐, 망인에 대한 중국법인 주재원 파견이 부당하거나 일방적인 인사발령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망인과 동료 직원 사이의 2019. 11. 21. 자 메시지 내용(갑 제18호증)을 보면, 망인은 고객사 'E' 직원과의 업무가 장기간 계속되는 상황을 과장하여 '인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실제 불법적인 감금이나 억류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제출한 CCTV영상 등 자료에는 망인이 2021. 12. 22. 현지 직원의 항의에 대응하거나 현지 직원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원고가 제출한 업무 수행 기록(갑 제32호증)에도 망인이 2021. 12. 22. 출장을 나간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망인이 2021. 12. 22. 현지 직원으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실제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점, ④ 원고가 제출한 골프 관련 대화내역(갑 제28호증)을 보면, 중국법인 법인장의 골프 레슨 예약 지시는 1회만 확인되고 그 외 사적인 업무 지시가 확인되지 않으며, 중국법인에서 주최한 골프 모임은 회사에서 비용과 장비가 지원되었고,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골프 모임 등 참석이 강제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찾을 수 없는 점, ⑤ 망인과 동료 직원의 2021. 12. 2. 자 메시지내용(갑 제30호증)을 보면, 망인은 동료 직원으로부터 문의를 받고 퇴사에 따른 취업증, 거류증, 비자 등 관련 후속조치를 확인하여 답변해주었을 뿐 망인이 거류허가 취소등 문제로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고, 망인은 전에 재직한 회사에서도 유사한 경험이 있어 거류증 등의 처리에 관하여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중 일부는 객관적 증거나 정황에 부합하지 않아 그와 같은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정신건강의학적 관점에서 자살은 유전적 소인, 성격적 특성, 지지 체계, 생물학적 취약성 및 사회경제적 환경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제출된 자료는 주로 망인이 처했던 외부 환경에 대한 서술일 뿐 그 환경이 망인의 내면적 정신 기전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것이 자살을 결행하게 할 정도의 정신 병리로 이행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 '제시된 정황만으로 자살의 직접적 원인을 의학적으로 규명하거나 특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혔고, 이러한 의학적 소견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아 배척할 만한 별다른 근거가 없다.

2)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김종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