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5. 7. 20.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2024. 5. 16.까지 근무하였고, 사망 즈음에는 이 사건 사업장 업무지원단 강남/서부업무지원부 E팀에서 근무하면서 계약 해지 고객의 공유기, 모뎀, 셋톱박스 수거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2024. 5. 14. 12:00경 인천 부평구 F빌라 G호를 방문하여 모뎀 수거 업무를 하였는데, 같은 날 12:20경 위 F빌라 H동 공동현관 문 앞에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고, 119신고로 같은 날 12:55경 I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024. 5. 16. 10:12경 사망하였다.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4. 12. 31.경 '망인의 업무 부담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와 압박이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5. 3. 31.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8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2024. 5. 14. 고객의 집에서 모뎀을 회수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도중 계단에서 낙상하는 업무상 사고를 당했고, 망인은 낙상 사고로 두부 손상을 입어 뇌손상, 뇌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 설령 두부 손상에 따른 뇌손상 등의 사인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낙상 사고로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조직개편 및 인원감축을 예고하면서 망인은 일상적인 고용불안을 느끼는 업무환경에 있었던 점,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구조조정 후 신설된 별도 조직(업무지원단)에서 근무하며 개인별·팀별 실적 압박을 받았고, 망인 소속 팀의 실적이 저조하여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던 점, 망인은 넉넉지 않은 경제적 상황과 부양책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상 부담요인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앞서 든 증거, 이 법원의 J병원(심혈관내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2024. 5. 14. 위 F빌라 H동 공동현관 문 앞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119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망인이 모뎀을 수거한 이후 어떠한 경위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② 망인에 대한 구급활동일지나 의무기록에서 망인이 계단에서 넘어지는 낙상 사고가 발생하였다거나,그로 인해 망인이 두부 손상의 외상을 입었다고 볼 만한 내용이나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③ 이 법원 감정의도 '의무기록상으로는 망인이 계단 낙상으로 인하여 두부 손상(뇌진탕, 뇌출혈) 등을 입었을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두부 손상에 대한 검사가 없어 확진되지 않았으며, 외부의 멍만으로 진단하기도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힌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2024. 5.14. 모뎀 수거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계단에서 넘어지는 낙상 사고를 당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이 사망 전에 계단 낙상 사고를 당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그 처분의 위법성인바, 그 처분의 위법성은 피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그 처분을 발하게 한 원고의 신청과의 관계에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던 중에 그 처분을 발하게 한 신청의 내용을 변경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두859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당초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 등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의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고, 이 사건 처분은 그에 대한 거부처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망인이 계단 낙상 사고를 당하였음을 전제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의 업무상 사고로 인해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 원고의 이러한 주장은 피고가 하지도 않은 거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것이므로 주장 자체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계단 낙상 사고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은 공격방법의 추가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계단 낙상 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망인은 2014. 5.경 이 사건 사업장 업무지원단으로 발령받아 그 때부터 계약 해지 고객의 공유기, 모뎀, 셋톱박스 수거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은 40시간 19분이고, 발병 전 12주간(발병 전 1주 제외)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33시간 02분이며, 발병 전 4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30시간 49분, 발병 전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33시간 38분이었다. 망인에게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였다거나 망인이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은 보통 하루에 10가구를 방문하여 1가구당 3~4개의 단말기를 수거하였고, 망인의 업무량과 업무실적은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또한 2024년도에 망인이 소속된 팀의 업무실적이 특별히 저조하지 않았으므로, 망인이나 그 소속 팀이 업무실적을 이유로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달리 망인이 업무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과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2014년에 노사합의에 따라 직원들의 자발적 명예퇴직신청을 받아 8,300여 명이 퇴사함에 따라 조직 개편 및 통폐합의 일환으로 업무지원단이 신설되면서 망인이 업무지원단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망인의 사망 시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된 바 없었다. 이 사건 사업장의 조직개편 및 자회사 전출은 망인 사망 이후인 2024. 10.경 논의되어 2024. 11.경 진행되었으므로, 망인이 사망 무렵 이 사건 사업장의 조직개편 및 인원감축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인원감축 계획이라고 제출한 갑 제3호증은 이 사건 사업장 사무실에 있는 칠판을 촬영한 사진인데, 위 칠판에는 망인 소속 부서의 인력 배치 및 향후 퇴직예정자 수, 출퇴근 방식 등 일상적인 업무추진현황 또는 업무수행계획이 기재되어 있을 뿐, 그것이 이 사건 사업장이 추진한 업무지원단의 인원감축 내지 구조조정 계획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망인 사망 무렵 이 사건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이나 인원감축을 추진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으므로, 망인이 이로 인해 고용불안과 정신적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망인의 건강검진 내역에서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의 질환이 확인되고, 망인은 2022년까지 30년가량 흡연을 하였으며, 2019. 12. 21. 기타 및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으로, 2020. 12. 30.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2형 당뇨병 등으로 각각 치료를 받았다. 이 법원 감정의는 '망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 HDL 콜레스테롤 혈증, 흡연, 당뇨병 등이 우선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의 위험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는 소견을 밝혔고, 이러한 소견을 불합리한 것으로 보아 배척할 만한 별다른 근거가 없다. 이에 따르면 망인의 기저질환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백송이 김종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