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망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0. 12. 1. 참가인에 부사장으로 입사한 이후 2022. 1. 1. 참가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망인은 2024. 8. 2. 의왕시 소재 의왕근린공원 데크 앞 나무에서 목을 맨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4. 10. 2.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5. 4. 22.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38, 40,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의 대표이사 지위는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였고, 실제로 망인은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E 회장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하면서 근로제공의 대가로 고정급을 수령하여 왔으므로, 망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망인은 주배관공사 현장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E 회장의 고압적인 업무 독촉, 재하수급인인 ㈜F의 비협조적인 태도, 인부 급여 및 자재 대금 미지급에 따른 공사 중단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회사의 대내적인 업무집행권이 없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업무집행에 있어서도 등기 명의에 기인하여 그 명의로 집행되는 것일 뿐 그 의사결정권자인 실제 경영자가 따로 있으며, 자신은 단지 실제 경영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경영성과 나 업무성적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두144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대표이사는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의 취지 참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 을가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내지 10, 13호증의 각 기재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망인의 대표이사 취임 경위, 업무 수행내역 등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참가인의 대표이사로서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참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대표이사로서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망인은 최초 참가인에 부사장으로 입사하였다가 참가인의 운영에 필수적인 지식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망인은 참가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근로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고, 참가인에 부사장으로 입사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을 뿐인데, 망인이 입사 당시 체결한 근로계약은 참가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함과 동시에 해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망인이 참가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일반 직원들과는 달리 참가인의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망인의 보수가 책정되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이 참가인의 대표이사로서 매월 일정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망인이 일반 직원과 동일한 정도로 출퇴근시간이나 근무시간 등 근태에 관한 관리·감독을 받았다거나 참가인의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망인은 참가인의 대표이사로서 대내적으로는 조직 및 업무분장 절차서에 따른 최종 승인자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었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 안전·환경 경영시스템 매뉴얼, 경영검토 보고서, 전사 안전보건 목표 및 추진실적, 환경경영시스템 구축 계획, 안전환경 법규준수 평가, 안전환경 점검활동 등 참가인의 내부문서에 최종 승인권자로서 서명하거나 참가인 소속 직원에 대하여 인사발령을 하는 등 참가인의 전반적인 재정과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며 참가인의 업무에 관한 중요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또한 망인은 2023. 7.경 완주현장사무실에서 유한회사 G로부터 제출받은 견적서를 승인하고 위 회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참가인을 대표하여 도급인이 발주하는 건설공사를 수주하거나 공사현장에서 공무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처럼 망인이 참가인의 대표이사로서 담당한 업무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망인이 참가인의 사내이사이자 주요주주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E 회장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갑 제15, 22, 32, 44 내지 50, 61 내지 66, 68호증,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E 회장으로부터 일부 업무에 관한 지시를 받거나 E 회장에게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상의하거나 보고하여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폐쇄적 주식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면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가 존재할 수 있고, 대표이사가 해당 대주주 등에게 주요 업무 내용을 공유하거나 상의 또는 보고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이 E 회장 또는 그 일가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관계에서 각종 실무를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백송이 김종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