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5. 22. 선고 2025구합55352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9. 4.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함)의 사망

-

망인은 항만 내 육상하역업체인 D 주식회사 당진지사 소속 항무 노무원으로 근무한 자로 2022. 2. 12. 항만 부두에서 삽과 망치로 석탄 찌꺼기 제거작업을 하던 중삽자루가 부러지면서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함)를 당하여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고, '좌측 견관절 회전근개병증, 좌측 견관절 이두장건 파열(이하 '이 사건 최초상병'이라 함)'에 대하여 요양승인을 받아 2022. 2. 12.부터 같은 해 11.14.까지 요양하였음.

-

망인은 요양 중 왼쪽 어깨와 팔, 손끝 등에 통증을 느껴 2022. 7. 28. E병원에서'(의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 어깨부분' 진단을 받고 2022. 9. 12. 피고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이하 '이 사건 추가상병'이라 함)의 요양승인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2. 10. 14. '자문의사회의 심의결과 자문위원 중 2명(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은 승인의견을 개진하였으나, 4명(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은 망인이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의 판단기준에 미흡하거나 기승인상병의 후유증에 해당하여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해당하지 않아 불승인의견을 개진하였음'을 이유로 불승인처분을 하였음. 망인은 위 불승인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3. 6. 14. 심사청구가, 2023. 11. 14. 재심사청구가 각 기각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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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은 2023. 12. 17. 자신의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였음.

○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4. 1. 31.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추가상병에 대한 피고의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2024. 8. 27. '이 사건 추가상병의 발병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이 사건 최초상병에서 파생된 상병으로서 망인이 수행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으며, 위 판결은 2024. 9. 13. 그대로 확정되었음(위 법원 2024구단52154, 이하 '관련 소송'이라 함). 이에 따라 피고는 2024. 9. 25. 이 사건 추가상병을 승인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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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2024. 4. 18.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자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9. 4. 원고에게 '망인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정신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이 사건 추가상병과 관련되어 발생한 상황으로 업무연관성을 인정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어 망인의 자해행위 및 이로 인한 사망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다수의 의견을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 15 내지 19, 21, 28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의 자살은 이 사건 재해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한 이 사건 추가상병의 극심한 고통과 이에 동반된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치료 가능성에 대한 희망의 부재, 재심사결과로 인한 삶의 의욕 상실 등으로 인한 것으로서 '정상적인 인식 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이 사건 재해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한편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중에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에는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에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7, 9 내지 14, 20, 22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이 비록 자살로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이 사건 최초상병에서 파생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이 사건 추가상병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과 이로 인한 불면,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신병비관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재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망인은 이 사건 최초상병에 대한 요양 중 왼쪽 어깨와 팔, 손끝 등에 일반적인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통증을 느껴 G병원에서 이 사건 추가상병을 최종진단받아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는 등 치료를 받았으나 극심한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음. 관련 소송의 감정의는 '망인이 처방받은 경구약과 패치로 보아 당시 망인은 일반적인 통증에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의 약물로 잘 조절되진 않는 심한 통증을 겪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하였고, 이 법원의 감정의는 '2023. 6. 27. G병원 신경외과 기록에 따르면 NRS 통증지수는 7~8점에 해당한다. 이는 극심한 통증을뜻한다'라고 하였음. 망인은 유서에서 '고통이 너무 심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고싶었다'라는 말을 남겼음.

○

또한 망인은 자필 일기에서 '약을 먹고 철저하게 치료받는 노력을 해도 낫는다는 기미가 안 보이고 더욱 고통은 심해진다. (중략) 내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지금보다 더 심해지거나 아니면 이 상태로 평생 가족들에게 짐은 될 수 없다. 너무나도 괴롭다', '몸은 더욱더 고통에 힘들어 지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은 하염없이 무너진다. 몇 달 전부터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슬프지도 않는데 눈물이 나고 가족들에게 평생 짐으로 살 수가 없다'라고 하는 등 매우 심한 우울감과 절망감, 무기력감,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였음.

○

망인의 G병원 신경외과 주치의는 망인의 우울 증상을 발견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진료의뢰를 하여 망인은 2024. 10. 20. 및 같은 해 12. 15. 같은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세불명의 기분(정동)장애로 진단받아 약물치료를 받았음. 내원 당시 Hamilton 우울증 평가척도에 따르면 경도의 우울증(14점)으로 평가되었으나, 이 법원의 감정의는 '17개 평가항목 모두 10월, 12월에 동일하게 채점된 점, 유서나 일기 등으로 볼 때 심한 우울증상이 의심되는 점, 평가와 자살수행 사이에 우울증이 급격하게 심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므로 위 점수를 맹신하지 않기를 권유하고, 실제 망인의 자살 위험성은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소견을 밝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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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은 이 사건 최초상병에 대한 요양치료가 종결된 이후에도 이 사건 추가상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2022. 11. 15.부터 2023. 12. 31.까지 계속하여 휴직하였음. 여기에 이 사건 추가상병에 대한 피고의 불승인처분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졌음. 망인은 생활비와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5,000만 원을 대출받았고 원고가 망인을 대신하여 직장을 구하였으나, 피고의 불승인처분에 대해 심사청구, 재심사청구까지 모두 기각되면서 경제적 압박감과 가족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죄책감, 고립감이 심해졌던 것으로 보임.

망인은 자필 일기에서 '너무나 억울하고 분합니다. 여러 군데 병원 교수님 의사님들께서 CRPS 증상이 맞다고 하십니다. (중략) 이제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처럼 내 자신이 무너집니다. 몇 년 동안 이렇게 분쟁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돈도 부족해 대출까지 받아서 버티어 왔지만 이제는 생활비, 병원비조차 없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지금보다 더 심해지거나 아니면 이 상태로 평생 가족들에게 짐은 될 수 없다. 너무나도 괴롭다. 직장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한 사람 빠지면서 나머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지금 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라고 하였음.

이 법원의 감정의는 '2023. 10. 20. 및 12. 15. G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록에 수면장애, 우울증상, 자살 사고가 나타난다. 의무기록에도 통증에 대한 기술이 있는 것 으로 보아 통증이 우울, 수면장애, 자살사고와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심한 통증은 불면, 우울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우울증상은 자살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사건 추가상병으로 인한 통증과 생활고가 우울증에 영향을 주고 우울증은 자살로 연결되었을 수 있다'라는 소견을 제시하였음.

이를 종합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추가상병이라는 중증의 만성통증 질환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을 겪으며 수면장애, 우울 증상이 생겼고 직업 유지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어려움,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겪었으며 여기에 이 사건 추가상병에 대한 요양 불승인 등이 겹치며 이러한 절망감이 더욱 심해져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봄이 상당함.

○

피고는, 망인에게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망인이 유서에서 유족의 현실적인 생계에 대한 내용을 당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망인은 자의적 결단에 의해 자살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함.

그러한 망인은 자필 일기에서 '지금 당장 닥쳐 있는 이 현실을 나의 짧은 고통으로 인해서 가족과 모든 이에게 불행한 나의 짐을 덜어 주는 게 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라고 하거나 유서에서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더 악화될지도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이 기약 없이 가족에게 짐이 될 수는 없다. (중략) 내가 가지고 있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해서 가족까지 절망적이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하였음. 망인은 현실에 대한 비관적 생각,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자살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반복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자살충동은 단순히 자의적인 결단이라기보다는 중증의 만성통증 질환으로 인한 지속적 통증, 수면장애, 경제적 파탄, 사회적 고립, 역할 상실 등이 겹쳐져 절망감이나 우울감이 심화되어 자살만이 해결책이라고 인식하는 우울증적 인지 왜곡이라고 볼 수 있음.

이 법원의 감정의는 '자살 시도 당시 심각한 우울증상(우울한 기분, 충동성, 불안, 비관적 생각, 무기력감, 절망감)에 의해 판단력, 충동조절능력, 자기조절능력이 지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망인의 경우 자살시도 즈음 우울, 불안, 무기력감, 절망감을 표현하고 있고, 이는 일기와 유서 등을 통해 표현된다. 이러한 증상은 판단력저하, 충동성 증가, 자기조절능력 감퇴를 일으킬 수 있다', '망인의 자살결심은 우울증으로 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울증으로 자살충동이 강해지면 자살을 도움이 되는 해결책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증가한다. 망인도 그러한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단은 우울증에 의한 판단력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생각은 우울증과 별도로 자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나, 우울증에 의한 판단력 저하에 의한 왜곡된 판단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소견을 제시하였음.

이에 비추어 보면 망인에게 환청이나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자살만이 해결책이라고 인식하는 우울증적 인지 왜곡이 발생해 자살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바, 망인의 자살은 심각한 우울증상으로 인해 판단력, 충동조절능력, 자기조절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함.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호성호(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