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7. 8. 선고 2025구합56454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5. 10. 31. 원고와 B 사이의 C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2. 2. 20.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 후 상시 약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전자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B(B, 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는 2019. 6. 28.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2. 10. 사업장변경 사유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에 기명 및 서명한 후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 확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4. 17.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2025. 2. 10. 자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5. 5. 29.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F).

라.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6. 20. 위 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5. 10. 31. '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을 취소하고,2025. 2. 10. 자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며, 이 사건 근로자가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재심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요지

1)

원고는 사직 의사가 없는 이 사건 근로자를 기망에 의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였거나 이 사건 근로자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하여 그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으므로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는 해고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확인서상 '대분류', '세분류', '당사자 간 자율 합의', '해지' 등 표현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② 이 사건 근로자가 작성한 자필 사직서 등의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③ 이 사건 확인서상 사업장변경 사유는 이 사건 근로자가 아닌 업무담당자가 기재하였다. ④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회사를 자진 사직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⑤ 원고는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관련 지식이 풍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⑥ 원고는 해고 5일 전 직접 날인한 이직동의서를 작성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해고는 부당하다.

나.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1. 14. 원고와 면담하면서 비자 변경에 따른 새로운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면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한 후 자발적으로 퇴사하였다. 이와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를 해고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

판단

1)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3, 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근로자는 2024. 12. 10.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기존 비전문분야 취업 비자(E9)에서 숙련기능인력점수제 비자(E-7-4)로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하였다.

나)

이 사건 사업장의 2025. 1. 14. 자 회의일지에는 '이 사건 근로자가 먼저 면담요청', '외국인등록증 발급되면 이직하겠다고 의사 전달(비자 E-9에서 E-7으로 변경)'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2. 5. 원고로부터 '이 사건 근로자는 현재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내용: 실리콘러버 검사 외)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당사는 신규 근무처로 이직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의 이직동의서를 발급받았다.

라)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E 과장은 2025. 3. 17.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과 통화를 하였는데, 위 통화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마)

위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은 이후 E 과장에게 이 사건 확인서 중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 부분에 표시한 후 '이 이유들 중에 하나 선택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냥 뒷받침하는 서류가 있어야 한대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바)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4. 10.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

구체적 판단

가)

위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2025.2. 10. 자 해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

① 이 사건 사업장의 2025. 1. 14. 자 회의일지에는 이 사건 근로자가 먼저 원고에게 상담 요청하여 외국인등록증 발급되면 이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는 위 상담에 앞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기존 비전문분야 취업 비자(E9)에서 숙련기능인력점수제 비자(E-7-4)로 체류자격을 변경하는 신청을 하였던 점, ③ 이 사건 근로자는 위 상담 이후인 2025. 2. 5. 원고로부터 '당사는 신규근무처로 이직하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의 이직동의서를 발급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가 원고에게 먼저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담당자는 2025. 2. 10. 이 사건 확인서의 대분류 중 '근로계약 해지, 계약만료'란, 세분류 중 '당사자 간 자율 합의로 근로계약 해지'란에 각각 체크표시(Ⅵ)를 한 후 이 사건 근로자에게 전달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 날인하였다. 그런데 ① 이 사건 근로자는 2019. 6. 28. 입사한 이래 5년 6개월 이상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의사소통을 하여 왔던 점, ②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확인서가 작성된 날로부터 약 2개월 이후 원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는 상황에 맞추어 필요한 단어나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더구나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미 이직 의사를 밝혔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근로자 아닌 원고 또는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담당자가 이 사건 확인서상 사업장변경 사유에 체크표시를 하였다거나 이 사건 근로자의 비자 취득 당시 한국어 능력 시험 수준 및 등급이 TOPIK I 2급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확인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E 과장은 이 사건 근로자를 상담하였던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과 통화하였는데, 위 통화 내용 중에는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가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종료되었음을 추단할 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E 과장은 '이 사건 근로자가 나가겠다고 해서 협의하고 나간건데요'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근로자가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봄이 자연스럽다. 또한 위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은 E 과장의 위와 같은 발언에 '네 맞아요'라고 답변하였는바, 이 사건 근로자가 위 도우미센터 직원에게 '이 사건 근로자가 원고와 협의한 후 이 사건 사업장에서 나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기에 위 도우미센터 직원 또한 위와 같이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근로자는 2025. 4. 10. 원고에게 직장과 거주허가를 바꾸기 위해 이 사건 확인서의 내용을 바꾸어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① 이 사건 근로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기존 비전문분야 취업 비자(E9)에서 숙련기능인력점수제비자(E-7-4)로 체류자격을 변경하는 신청을 하였던 점, ② 위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이E 과장과 나눈 통화 내용 및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는 위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에게 이직확인서를 다시 써 달라는 도움을 구하고 있었을 뿐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근로를 희망하였다기보다는 자신의 직장, 거주허가의 변경을 희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재심판정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이력 및 현재 외국인 근로자 고용현황을 근거로 '원고가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관련 지식이 풍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E 과장과 위 외국인 도우미센터 직원의 통화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 측은 변경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변경 요건에 관하여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바('이제 회사에서 허락을 받아야되요',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나갔다. 그런 거 이제 사유서에 설명해야 되게 되는데'),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의 사업장변경을 위한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을 알면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

이상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는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가 자필로 작성한 사직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나)

결국 2025. 2. 10. 자 해고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의 판단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정은영(재판장) 배상혁 유은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