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15. 선고 2026구합50746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1. 7. 원고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1993. 2. 1.부터 2019. 12. 31.까지 26년 11개월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화재진압, 구조현장 출동 등의 공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23. 7. 27. 경찰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청력소실, 상세불명쪽(우측, 좌측)'(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4. 1. 31. '재직 중 수행한 특수건강검진 결과 양측 청력역치(순음청력검사 6분법 기준)가 20dB 미만으로 확인되고, 일반적으로 소음에 의한 청력손실의 경우 PTA(순음청력검사) 수치보다 ABR(청성뇌간유발검사) 역치가 높은 경향을 보이는 반면 원고는 그러한 경향이 확인되지 않아 청력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판단에 따라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원고가 2024. 5. 7. 재차 장해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11. 7. '최초 결정과 다르게 판단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 을 제1, 3, 4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약 26년 11개월 동안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화재진압, 구조현장 등의 공무를 수행하였고, 위 업무로 인하여 탱크차, 펌프차량, 장비에서 발생하는 최대116.5dB의 소음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공무 수행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공무수행으로 인하여 자연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공무원재해보상법 제28조에 정한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이란 공무수행 중 공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 · 부상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 부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두47878 판결 등 참조). 한편,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고, 인과관계 증명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증명되면 족하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4, 7, 12, 13, 1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수행한 공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원고는 26년 11개월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화재진압 기관원으로 화재현장 출동 및 펌프차 운행 업무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원고는 화재나 구조신고 접수 시 차량(펌프차)을 운행하여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 후 화재진압 및 구조활동을 주로 수행하였기에, 소방차 경보음, 엔진 및 펌프 작동음, 무전기 소리, 화재진압 및 구조장비 소음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나)

피고는 원고에 대한 경위조사서에서 원고의 근무조건 및 환경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비록 근무시간 내내 위 경위조사서에서 인정된 순간최고소음에 노출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위와 같이 노출되었던 소음의 강도, 1일 평균 노출시간, 원고가 1993년경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이래 근무하여 온 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노출된 소음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에서 규정한 소음성 난청의 인정기준('85dB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을 넘어선다.

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출동가산금 내역에 의하면, 원고는 퇴직 직전까지도 약 2~3일 간격으로 계속 출동업무를 수행하였고, 하루 최대 13회까지 출동하는 등 하루에도 여러 차례 출동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러한 출동빈도 등에 비추어 원고는 재직기간 동안 장기간 반복적·상시적으로 화재 및 구조 현장에 출동하면서 고강도 소음환경에 노출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가 근무를 시작한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기에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소음관리 시스템이나 청력보호장비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화재·구조 현장의 특성상 실제 업무과정에서 청력보호구를 지속적·효과적으로 착용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는 장기간에 걸쳐 고강도의 소음에 반복적·누적적으로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라)

원고는 정년퇴직 약 6개월 전인 2019. 6. 26. 특수건강검진에서 이미 "양측C1 소음성 난청 주의" 소견을 받았고, 이비인후과 진료 및 추적관찰, 청력보호구 착용및 소음노출 감소 권고까지 받았다. 당시 검사결과를 보면 저주파 영역은 비교적 유지되어 있는 반면, 3kHz 이후 고주파 영역에서 급격하게 청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었고, 4kz 부위에서 가장 현저한 청력 손실이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초기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청력도 양상과 상당 부분 부합한다. 즉, 원고는 퇴직 이전 이미 직업적 소음 노출로 인한 청력 손상을 의심할 수 있는 객관적 이상 소견이 확인된 상태였다.

마)

원고는 퇴직 이후 경찰병원검사에서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소견을 받았고, 객관적 검사인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ABR)상 양측 약 50dB 수준의 청력역치가 확인되었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순음청력검사와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는 반영 주파수대 및 검사 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결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경찰병원에서 시행된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 결과 자체의 신뢰성을 부정할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검사결과가 정확하다는 전제 아래 원고의 최소가청 기도청력역치가 소음 노출력이 없는 동 연령대 남성보다 더 심한 양측 난청 상태라고 평가하였다. 이는 적어도 원고에게 의미있는 수준의 청력 저하가 존재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바)

무엇보다 이 법원의 감정의는 "자연 경과적 진행 속도를 초과하여 빠르게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난청 수준을 설명할 만 한 과거력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 소음 노출력의 영향을 의심해볼 수는 있습니다.", "원고의 급격한 청력 역치 변화의 원인으로 과거 소음 노출이 기여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학적 소견에 비춰볼 때, 원고의 장기간 직업적 소음 노출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내지 악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

원고에게는 청력저하를 유발할 만한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 등 다른 원인이 확인되지 않고,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한 것 이외에 달리 소음이 발생하는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그 밖에 원고에게 청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신체적·유전적·환경적 요인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

아)

피고는, 퇴직 직전 특수건강검진 결과가 장해인정 기준에 현저히 미달하고, 이후 순음청력검사 결과의 편차가 커서 검사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어 공무와의 관련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이 법원의 감정의는 '소음성 난청 초기 이상의 단계로 진행되고 노화의 영향이 일부 혼재되면서 전형적인 청력도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고,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 결과 자체의 신뢰성은 부정하지 않았는바, 일부 순음청력검사 결과에 편차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실질적인 청력 저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정선재(재판장) 신옥영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