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0. 5. 4. 선고 99구36293 판결

판결요지

선진운수 취업규칙 제13조 제11호는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계약해지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취업규칙상 유죄판결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유죄의 확정판결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이는 “근로계약에 다른 근로자의 기본적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어 왔음”을 근거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당연 퇴직시켜도 근로자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 즉 형사상 범죄로 구속되어 있는 근로자가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신체의 구속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내용의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사건/2000.5.4 선고, 서울행법 99구36293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김순근

* 피고/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남옥임

* 피고보조참가인/주식회사 선진운수 대표이사 신언식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백, 담당변호사 전영출

* 변론종결/2000.4.6

주문

1.

피고가 1999.11.1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99부해518 부당해고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이 사건 해고 및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87.5.8 피고보조참가인 회사(이하 `선진운수'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기점과 서울 은평구 갈현동 종점을 왕복하는 72-1번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중, 1999.4.26 다음과 같은 사유로 징계해고 되었다.

(1)

1999.4.17 막차 승무거부(별지 취업규칙 제57조 제7, 9, 17호, 별지 단체협약 제9조 제2항) (2) 정직의 징계전력 2회(취업규칙 제13조 제13호) : 1990.3.6 동료기사 폭행으로 인한 무급승무정지(정직) 30일, 1998.3.17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직장규율 문란 및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무급승

무정지 20일 (3) 형사상 유죄판결(취업규칙 제13조 제11호) : 위 명예훼손으로 인한 벌금 200만원 나. 이에 원고는 1999.5.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999.7.7 장기근속자인 원고에 대하여 단 1회의 승무거부를 이유로 징계해고한 것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하였다.

다.

그러나 선진운수가 위 결정에 대하여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자, 피고는 1999.11.11 위 승무거부가 징계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징계전력 및 형사처벌 사실, 기타 19회의 시말서 제출사실을 징계양정의 참작사유로 포함시켜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징계권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선진운수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이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결정을 취소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증거 : 다툼 없는 사실, 갑1, 2의 각 1, 2, 갑4, 을4-1 내지 7]

2.

해고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승무거부의 점에 관하여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1999.4.17 선진운수로부터 75사1206호 버스를 배정받아 별지표 해당란 기재와 같이 06:25부터 22:29까지 4회에 걸친 운행을 마쳤는데, 배차담당직원인 강광희는 순번상 원고가 22:30 출발해야 하는 막차 운전기사에 해당된다며 약 9분정도의 휴식을 취한 후 22:38 5회차 운행에 나설 것을 지시하였다.

(나)

그러나 원고는 당시 토요일 야간으로써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 구경을 나온 인파가 많아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이미 운행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며 피로하여 더이상 운행에 나서지 못하겠다

고 말한 후 강광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근하였다.

(다)

선진운수의 경우 통상 17:50∼18:30 사이에 4회차 운행에 나선 차량이 22:00∼22:15 사이에 복귀할 경우 해당 차량 기사로 하여금 22:30에 통상 2시간 내지 3시간이 소요되는 막차의 운행에 나서도록 하는데, 1999.4.17에는 원고의 직전 차량이 21:41에 4회차 운행을 마치고 22:20 5회차 운행에 나섰기 때문에 다음 차량의 운전자로서 22:29에 도착한 원고가 막차 운행의 순번에 해당되었다.

(라)

선진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은 주중에 오전 2회 근무와 오후 3회 근무를 번갈아 하다가,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4회 내지 5회의 전일근무를 하고 나머지 하루는 휴무일로 함으로써 주 56시간 전후를 근무하게 되었는데, 원고는 1999.4.12부터 1999.4.17까지 일주일 동안 휴무 없이 별지 근무시간표 기재와 같이 54시간 31분을 근무하였다(운전업무에 실제로 종사한 시간만 계산한 것이다).

[증거 : 다툼 없는 사실, 갑3, 을4-1 내지 7, 을5-1 내지 3, 을6-1 내지 3, 을7-1 내지 10, 을8, 증인 유정운, 변론의 전취지]

(2)

판 단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체에 있어서 사용자가 승무직 근로자인 운전사에 대하여 행하는 배차행위 또는 배차 지시는 통상적인 업무수행명령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근로자인 운전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용자의 배차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선진운수 취업규칙 제57조 제7, 9, 17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써 일반적으로도 해고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나, 한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2조, 제28조의 위임에 의한 여객자동차안전운행규칙 제10조 제2, 3항, 제18조 제3호에 의하면, 운수종사자가 질병·피로·음주 기타의 사유로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취지를 당해 운송사업자에게 알려야 하고, 운송사업자는 질병·피로·음주 기타의 사유로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운전자에 대하여는 사업용자동차를 운전하게 하여서는 아니되며, 또한 야간운전에 종사하는 운전자가 피로 등

으로 인하여 안전한 운전을 계속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대할 운전자를 미리 배치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바, 이 사건에서 원고는 1999.4.17 당일 부분적인 교통혼잡 속에서 이미 15시간 이상 운전업무에 종사하였고, 직전 일주일 동안 실근무시간만 통산하더라도 54시간 31분에 이른 점, 만일 선진운수의 배차지시에 따라 막차 운행에 나섰다면 추가로 약 2시간 내지 3시간 정도의 야간운전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 여기에 원고의 나이가 만 50세를 초과하여 위와 같은 운전업무가 상대적으로 과중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로를 이유로 단 1회의 승무를 거부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해고처분에까지 나아간 것은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선진운수는 원고가 막차 운행을 회피하기 위하여 1999.4.17 2회차 운행부터 운행시간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 일자 배차일보(을5-3)에 의하면 원고 운전차량과 직전 운전차량 사이의 2, 3, 4회차 종점 도착간격이 29분, 35분, 48분으로 출발간격인 9분, 15분, 15분보다 다소 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나머지 차량들의 운행간격 및 운행소요시간에 나타난 편차, 원고 운전차량이 승객을 탑승시킨 시내버스인 점, 당일 저녁시간대 여의도 교통상황이 평소보다 혼잡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정도의 지체만으로 원고가 막차 운행을 회피하기 위하여 고의로 운행시간을 지연시켰다고 단정짓기 어렵고, 을 제5호증의 4 내지 8의 각 기재를 더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징계전력 2회의 점에 관하여

을 제2호증의 1 내지 5, 을 제3호증의 1 내지 11, 을 제4호증의 6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징계해고 이전인 1990.3.6 술에 취하여 숙소에서 동료기사를 폭행함으로써 무급승무정지 30일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1998.3.17 동료기사인 황인성, 안응벽에게 선진운수가 이중장부를 통하여 조세를 포탈하고 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고지함으로써 직장규율 문란 및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무급승무정지 20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 선진운수 취업규칙 제13조 제13호는 정직 또는 감봉의 징계처분을 2회 이상 받은 경우를 징계해고와 구분되는 별도의 해고사유로 삼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이 취업규칙상 해고사유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에 기한 해고가 당연히 정당하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그 해고사유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그 해고가 정당하다고 할 것인데, 원고의 징계전력 중 1990.3.6자 징계처분은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9년 이상 이전의 것임에도, 이를 그로부터 8년이 경과한 1998.3.17자 징계처분과 함께 징계전력의 횟수에 산입함으로써 정직의 징계처분을 2회 이상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해고사유로 삼는 것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형사상 유죄판결의 점에 관하여

을 제3호증의 1 내지 11, 을 제4호증의 6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위 1998.3.17자 징계사유를 이유로 선진운수로부터 형사고소 당하여 벌금 2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 선진운수 취업규칙 제13조 제11호는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계약해지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사실은 각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취업규칙상 유죄판결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의 확정판결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7.7.25 선고 97다7066 판결 참조), 또한 위 취업규칙이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를 계약해지로 간주하여 이를 당연퇴직 사유로 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근로계약에 다른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어 왔음”을 근거로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를 당연퇴직 시켜도 근로자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 즉 형사상 범죄로 구속되어 있는 근로자가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신체의 구속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내용의 유죄판결(예컨대, 실형판결)을 받은 경우

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1995.3.24 선고 94다42082 판결 참조), 선진운수가 원고를 해고할 당시 위 유죄판결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1999.8.10 원고는 항소기각의 판결을 받았다), 그 형의 내용도 벌금형으로써 원고의 근로제공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결국 위 형사상 유죄판결은 이 사건 해고에 있어서 그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라.

나아가, 이 사건 징계사유인 승무거부에 대한 징계의 양정에 있어서 2차례의 승무정지 징계전력과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을 참작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징계로 해고를 선택한 것은 여전히 징계권의 남용으로 인정된다.

3.

결 론

결국 선진운수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그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어 무효라고 할 것인 바, 이와 달리 판단한 피고의 재심판정은 부당하고, 따라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태(재판장), 김성수, 김민기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