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5년 6개월)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면서 직원들의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음에도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변제할 수 있을 것처럼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6회에 걸쳐 합계 9억 8,000만 원을 편취하였고, 피고인이 용역업체와 법무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퇴직한 근로자 21명의 임금 또는 퇴직금 합계 256,087,704원을 지급기일 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이 사건 범행의 수법과 기간, 편취 금액, 미지급된 임금과 퇴직금의 각 규모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도 무거운 점, 범행 후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 독촉을 받게 되자 형사처벌 등을 면하기 위해 출국하여 홍콩, 필리핀, 베트남에서 도피 생활을 한 점, 피고인이 출국일로부터 약 11년 이상 경과한 후에야 질병 치료를 위해 귀국하여 체포되기에 이른 점,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장기간 동안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현재까지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사기 범행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 전까지 실형 전과나 사기 범죄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이 수배 중인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진 귀국한 점, 일부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미지급 임금 중 일부가 체당금으로 변제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폐결핵을 앓고 있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고려한 다음,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및 수단, 범행 이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인자를 모두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법원에서 ‘피고인의 무리한 사업 운영으로 회사가 망해가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잘못된 경영판단에 의해 피해자 E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피고인의 범행이 의도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고인이 출국한 주된 이유는 건축경기가 좋은 동남아 지역에서 다시 건축 관련 사업을 운영하여 기존 채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피고인이 변제 독촉이나 형사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출국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사전 계획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 E로부터 돈을 차용할 무렵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채무 규모나 당시 수행 중이던 사업의 경과, 당시 법인의 자금 상황,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 피해자에 대한 편취 범행에 관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 한편 위 인정근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출국 무렵 이미 위 피해자를 포함한 다수의 채권자들로부터 변제 독촉과 고소를 당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변제 독촉과 형사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출국한 사실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
이를 포함하여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양형요소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과정에 현출되었거나 원심이 형을 정하면서 충분히 고려하였다고 보이고 달리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 및 양형기준에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방법과 결과, 범행 이후의 경과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우(재판장) 박광서 김민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