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1.경부터 서울 성북구 D이라는 어학보습학원을 운영해 왔으나 2002. 5.경부터 위 학원 강사들의 월급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여 2004. 10. 27.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형의 선고를 유예받는 등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한편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자금난을 겪고 있던 중인 2004. 6. 18.경 E 등으로부터 투자금 등 명목으로 돈을 송금받아 (주)F을 설립하여 교육컨텐츠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피고인이 확보한 개인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업자금을 투자받거나 빌려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은 2005. 8. 초순경 성남시 중원구 G에 있는 피해자 (주)H{변경 후 상호는 (주)I} 사무실에서 위 회사의 대표이사 J에게 "(주)F의 사업자금으로 2억 원만 빌려 달라, 3-4개월 후에 돈이 나올 곳이 있으니 2005. 12. 15.까지 연 9%의 이자와 함께 변제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던 D 소득액이 월 200만 원도 채 안 되는 상황이었고 달리 투자처가 확보된 상태도 아니었던 데다가 피고인이 (주)F을 통해 추진하려던 교육컨텐츠 사업도 제품의 개발 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 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2억 원이나 되는 목돈을 2005. 12. 15.까지 연 9%의 이자를 붙여서 변제할 수 있는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J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J로부터 2005. 8. 8. 2억 원을 차용금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의 우리은행 예금계좌로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판단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주)F은 (주)H와 제품개발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전자패드를 발주하였는데 (주)H측의 불량제품 속출과 제품개발 지연으로 위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2005. 8. 4.경 (주)H에 찾아가 제품개발 및 양산에 관한 회의를 하면서 제품개발 지연으로 자금난에 처해 있다는 사정을 말하였고 이에 J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주)F이 진행하는 사업에 비전이 있어 자금을 대여해 줄 용의가 있다고 하므로, 피고인이 사업자금 명목으로 2억 원 정도 대여를 요구하였다. 그 후 (주)H의 관리부장 K이 2005. 8. 8.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J 사장이 지시하였다고 하며 피고인의 개인통장 계좌번호를 묻기에 피고인이 우리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그 계좌로 2억 원을 송금받았는데, J가 2005. 8. 11.경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자신은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고 회사자금으로 대여하였으므로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여 피고인은 K과 함께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최초 J와는 변제기한, 이자율 등을 정하지 않았으나 K이 회사자금이라 연말 감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형식상 변제기한, 이자율을 정했던 것이다. 피고인과 J 사이에 위 차용금 2억 원은 (주)H에서 납품하는 전자패드의 원가 조정으로 상계하거나 J가 개인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는 것으로 양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H에서 계약한 제품을 기간 내에 개발하여 공급했다면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용할 이유도 없었고, 설사 공급이 지연되더라도 피고인이 요구한 제품을 공급하기만 하였다면 사업을 운영하여 충분히 변제할 수 있었는데, (주)H에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피고인이 자금난으로 변제하지 못하였을 뿐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라는 취지로 변소한다.
판단
살피건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한편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나 이러한 재산적 처분행위를 유발한 피고인의 행위가 피고인이 도모하는 어떠한 사업의 성패 내지 성과와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진 경우에는, 단순히 피고인의 재력이나 신용상태 등을 토대로 기망행위나 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당해 사업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피해자가 당해 사업과 관련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 경위, 당해 사업의 성공가능성, 피해자의 경험과 직업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이 J에게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거짓말을 하였다거나 J가 이에 기망당하여 금원을 대여하였음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J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있으므로 보건대, 피고인의 진술, 제품개발 및 공급계약서(수사기록 제64쪽), 각 판결문(수사기록 제74쪽, 제85쪽, 제100쪽), 은행계좌(수사기록 제109쪽), 피고인의 변소자료(수사기록 제119쪽), 변호인 제출의 중 제1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①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주)F은 2004. 11. 29. (주)H와 사이에, (주)F에서 집필한 어학교재 컨텐츠를 구동하는 데 사용되는 전자패드를 (주)H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는 '제품개발 및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양산진행일을 2005. 4. 8.로 약정하였는데, (주)H는 위 양산일자가 지난 시점까지도 완성된 전자패드를 공급하지 못한 사실, ② 이로 인해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던 중 (주)H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05. 8. 8. 피고인의 우리은행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하여 대여하였고, 피고인은 2005. 8. 11. (주)H의 K과 함께 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실, ③ 그 후에도 제품개발이 완료되지 않자 (주)F과 (주)H는 2006. 9. 1. '별첨 ES-1004 개발완료확인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개발사양을 확인하고, 그 개발완료확인서의 내용과 그 표준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양사 공동으로 확인한 ES-1004 2대를 개발과 양산 표준품으로 정하여 각각 1대씩을 봉인 보관한다'는 내용의 제품 개발표준 합의서를 작성하였으나, 위 두 회사는 ES-1004 개발완료확인서를 기준으로 양산할 것을 확정하지 않았고, 개발완료확인서의 내용과 그 표준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ES-1004 2대를 공동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개발과 양산 표준품으로 정하여 각각 1대씩을 봉인 보관하지도 않는 등 위 제품 개발표준 합의서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 ④ (주)F은 2007. 1. 2.경 (주)H에, (주)H가 제품개발 및 공급계약에서 정한 양산일자보다 1년 반이 지나도록 계약에서 정한 기능을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지 못하고 완성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의 통지를 하면서 사실상 이 사업을 그만 두게 되었고, 2007. 3. 2. (주)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 ⑤ J는 2012. 6. 1.경에야 피고인을 형사고소한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다 위 각 증거들 및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수사기록 제119쪽 내지 제195쪽)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도 교육컨텐츠 개발을 위하여 상당한 금원을 투자하여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주)H의 제품개발 지연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을 보았고, 위 계약이 결실을 맺지 못한 데에는 (주)H의 기술적인 문제와 이로 인한 제품개발의 지연이 상당한 이유가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J도 이 법정에서 '2005. 8. 4.경 피고인에게 2005. 10. 25.부터는 반드시 양산이 될 것이고 내가 직접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문건(중 제13호증의 1)을 준 바 있고, 당시 전자패드 개발에 하자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② 피고인은 이 사업을 위해 2004. 6.경 (주)F을 설립한 이후 아직 사업수익은 없이 직원 급여, 사무실 임차비용, 교재 개발비용 등 지출만 있었고, (주)F은 (주)H에 개발 및 납품을 의뢰한 전자패드 없이는 자체 개발한 컨텐츠가 무용지물이 되는 관계로 (주)H의 전자패드 납품에 사업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는데, (주)H에서 제품 개발 및 납품을 완료하지 못해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자금의 부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주)H의 J도 피고인의 이 사업 초기부터 함께 전자패드 개발을 진행하여 피고인의 위와 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J가 이 사업 전에 서로 아무런 친분이 없던 피고인에게 단순한 변제 약속만을 믿고 아무런 담보 제공도 없이 본인의 자금도 아닌 회사의 자금을 2억 원씩이나 선뜻 대여하였다는 것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④ 피고인의 위 차용금 2억 원은 종국적으로 (주)F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주)H에서는 변제기인 2005. 12. 15. 이후에도 J가 대표이사로 있는 동안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변제요구를 한 바 없고(단 한 차례 2006. 2. 3.경 원금에 대한 상환 요구 없이 2005. 8. 8.부터 2005. 12. 31.까지의 이자 720만 원을 입금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 피고인이 2006. 2. 6. 이자로 72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을 뿐이다, 수사기록 제112쪽), L이 (주)H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야 2006. 9. 25. 피고인에게 대여금 상환을 독촉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점, ⑥ 그 후 L 사장, M 팀장, N, 피고인, O 이사가 참석한 2006. 10. 12.자 회의록(수사기록 제121쪽)에도 '대여금 2억 원은 다음 결산까지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점, ⑦ J는 '피고인이 3-4개월 후가 되면 돈이 나올 곳이 있다면서 2005. 12. 15.까지 변제하겠다고 하여 변제기한을 정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주)H의 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차용일로부터 불과 4개월 후에 위 차용금을 변제하겠다고 확약하며 J를 기망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⑧ J는 이 법정에서 '금원을 대여하면서 전자패드 사업의 전망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계약상 불이익한 부분 등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으로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점, ⑨ 위 제품개발 및 공급계약상 (주)F은 양산시점을 기점으로 하여 1년 내에 최소 20,000대를 발주하도록 약정하여(제8조 제2항) 그 대금만 16억 원에 이르러, J로서도 사업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피고인에 대한 대여금 2억 원은 쉽게 변제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J의 위 각 진술은 이를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 금원의 대여는 피고인의 변소 내용과 같이 계약 이행을 지체하고 있던 (주)H측에서 이행 지체에 대한 책임을 일부 무마하는 한편 위 사업의 향후 수익성을 기대하고 피고인의 회사 운영을 도와 위 계약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전자패드 납품을 통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경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