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동작구 D에 있는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자로서 상시 근로자 6명을 고용하여 건설업 등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8. 10.경부터 2015. 11. 26.경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F에 있는 위 사업장의 사옥 건축현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G의 2015. 8. 임금 2,483,871원, 2015. 9. 임금 3,500,000원, 2015. 10. 임금 3,500,000원, 2015. 11. 임금 3,033,333원 등 합계 12,517,204원을 당사자 사이의 기일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 당사자 사이의 관계 전반에 나타나는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도5995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법원의 적법한 증거조사로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G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인 H이 2015. 8. 10. G를 적법하게 채용하였고, 그 후 G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로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는 망 I(이하 '망인'이라 한다)가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사실상 1인 회사로 보이고, H은 지점개설 및 교육 업무 등을 담당하던 사람으로서 명목상 대표이사에 불과하여 이 사건 경영에 관여하거나 결재를 담당한 적이 없고, 직원을 채용하는 데 관여한 적도 없었다. H은 망인이 2015. 5.경 구속된 이후로는 자신이 대표이사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망인의 허락이 없는 이상 망인이 구속되었다고 하여 바로 명목상 대표이사에 불과한 H이 실질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망인이 구속 이후에도 이 사건 회사의 재무이사인 J을 통해 자금 및 인사를 관리하는 등 옥중경영을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합리적이고, 증인 K의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
H은 G를 채용하면서 당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J과 협의하거나 J에게 알린 적이 없다. 또한, H은 G와 사이에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나아가 각종 근로 조건은 물론 근로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급여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H은 G의 급여에 관해 'G가 300만 원대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였다', 'G와 함께 채용한 L와 협의하여 G의 급여를 300만 원 중반대에서 정하도록 하였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 이는 근로자에게 자신의 적정한 급여액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 사건 회사는 실질적인 경영자인 망인의 구속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결국 기존 근로자 30여 명이나 퇴직하는 과정이었으므로, 달리 G를 새롭게 채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고, 매월 35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할 재정적인 여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G가 이 사건 회사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3개월 이상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업무를 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 G가 2015. 8. 10.부터 2015. 10. 8.까지 이 사건 회사의 관계자로 근무하였다는 취지의 사실 증명서(증거기록 96~98쪽)가 제출되어 있으나, 근로기간도 공소사실 기재와 달리 기재되어 있고, 나아가 피고인과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제출한 것으로서 그 신빙성이 낮다.
G는 채용되었다고 주장하는 2015. 8. 10. 이후 급여를 한 번도 받지 못하였음에도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던 J 등에게 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다. 이 역시 G가 급여를 목적으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의심하게 되는 요인이다. 이 사건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인 H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G는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지정되어 이에 구속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G는 이 사건 회사의 본래 업무를 위해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시 이 사건 회사의 경영상 문제 때문에 매우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경영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방법 등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데, G는 하나의 이해관계인이던 H의 입장에서 H을 도와 일을 한 것으로 보이고, H 역시 이를 위해 G에게 업무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H과 G의 관계를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로 보기도 어렵다.
G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된 적이 있으나 이는 이 사건 회사가 아닌 G가 직접 가입한 것으로서 역시 이례적이다. 이 사건 회사는 G의 위 4대보험 가입 사실을 확인한 직후 G에게 해고 통지를 하는 등의 조처를 하였다(통지서에는 '직원해고의 건'으로 제목이 기재되어 있으나 해고 통지서의 기재 내용과 이 사건의 전체적인 경위를 고려하면, 이를 '채용'을 전제로 한 해고로 볼 수는 없고, G가 처음부터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당시 이 사건 회사를 퇴직한 직원이 30여 명으로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미지급 임금이 문젯거리가 된 것은 명목상 대표이사인 H이 2015. 8. 10. 채용하였다고 주장하는 G와 L뿐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 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오택원
각주1) H 스스로 망인의 구속 이후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회사의 경영에 관한 허락을 받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녹취서 6쪽 하단 참조).
각주2) H도 망인의 구속 이후 J이 인사 등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였다고 증언하였다(녹취록 9쪽 하단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