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 8. 21. 선고 2021가단23306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성남시 중원구 C건물 1층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D 성남점'(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의 대표자이고, 원고는 이 사건 식당에 2016. 6. 13. 입사하여 아래 나.항 기재 사고 발생 당시까지 주방에서 조리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이다.

나.

원고가 전날 술을 마신 상태로 잠이 들어 2019. 1. 13. 출근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의 직원은 119에 신고하여 구급대원과 함께 원고의 주거지에 들어가 오른 팔다리의 마비 및 구음장애를 호소하며 누워있는 원고를 발견하고 E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다. 원고는 위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두개내출혈(비외상성)' 진단을 받고(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 2019. 1. 14. 응급 뇌출혈 배액관 삽입술을 받았다.

다.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9. 9. 5. '원고의 업무와 관련하여 단기 및 만성과로가 확인되고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의 업무와 신청 상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다.

라.

원고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 09:30부터 21:30까지, 주 6일 근무', '휴게시간:3.5시간(휴게시간 2.5시간, 식사시간 1시간)'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당시 원고는 실제 08:30부터 20:30까지 근무하고 식사시간을 포함한 1일 3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았으며, 휴일 없이 주 7일을 근무함으로써 주 63시간을 근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의무로서 피고용자인 원고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함에도 원고로 하여금 휴일없이 주 63시간을 근무하도록 하고, 명절 외에 모든 날을 출근하게 하였으며, 2018. 9.경부터는 이 사건 식당의 배달업무를 시작하여 주문량이 늘어남에 따라 원고에게 과도 한 근무를 하게 하였으면서도 과로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질병에 이르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262,559,172원(= 적극적 손해 33,687,500원 + 소극적 손해 172,871,672원 + 위자료56,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2)

또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받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의 근로조건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2)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1)항에서 본 사정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의 발병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원고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거나 또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원고에게 뇌내출혈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근로제공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원고의 근무시간이 1일 약 9시간으로 그 절대적인 시간이 많기는 하나, 식당 업무의 특성상 손님이 몰리는 식사시간 사이에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와 피고는 산재조사 과정에서, 피고가 근로계약서 기재와 같이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주 6일을 근무하도록 하였으나 근로자들이 쉬는 날 출근하여 일당을 더 받길 희망하여 휴일에도 근무하였다고 일치하여 진술하였고, 실제 원고도 급여를 더 수령하기 위하여 휴일 없이 출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가 진단받은 뇌내출혈은 고혈압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데, 이 사건 사고 당일 E병원에서 작성한 진료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응급실 내원 당시 혈압이 170/100㎜Hg로 고혈압 2기의 상태였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당시 수축기혈압이163㎜Hg로 확인되어 담당의가 혈압강하제를 사용하였으며, 원고가 위 병원에서 퇴원시 고혈압치료제를 처방받은 점에 비추어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고혈압의 기왕증이 있었던 것으로 추단된다. 그럼에도 원고가 평소 건강검진을 받는 등 고혈압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오히려 원고의 잦은 음주(주 2회 소주 2병) 및 흡연(1일 0.5갑)의 생활습관이 위 질병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라)

원고는 1일 9시간의 근로시간으로 과로를 하고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에게 의견을 제시해 근무환경의 개선을 요청한 바 없고,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만 특별히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가 과로로 인하여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

산재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 반해 원고가 이 사건으로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받아 관련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의 과실이 인정되거나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정의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