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 A, C, F, G, H, I의 소 및 원고 B, D, E, J, K, L의 소 중 각 2019. 11. 30.까지의 임금 청구 부분과 퇴직금 청구 부분을 모두 각하한다.
원고 B, D, E, J, K, L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성남시에 본점을 두고 택시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이고, 원고들은 별지2 표 기재와 같이 피고에 입사하여 택시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피고와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일정액을 피고에 납입하고, 이를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정액사납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하 ‘비교대상임금’이라 한다)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초과운송수입금에 해당한다)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피고가 소재한 성남시에서 이 사건 특례조항은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은 6시간 40분(주 40시간)이었는데, 2010. 7.경 노동조합과의 2010년 임금협정을 통하여 이를 단축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단축합의’라 한다).
대법원은 2019. 4. 18.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이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2019. 12. 9.부터 2020. 1. 17.까지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피고로부터 합의금을 각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2호증의 기재,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단축합의는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함으로써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무효이고,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합의 이전에 적용되던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3년 전인 2019. 11. 10.부터 이 사건 소 제기시까지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및 퇴직금은 각 별지1 원고별 청구금액 표의 기재 액수(임금: 법정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의 차액, 퇴직금: 법정최저임금을 기준으로 1일 평균임금을 계산하여 재산정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퇴직금과의 차액)와 같으므로, 위 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2019. 12.경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서를 통하여 임금 및 퇴직금에 대하여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소는 부적법하다. 또한 이 사건 단축합의는 강행법규를 잠탈하려는 의사 없이 실제로 있었던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의 변경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서 유효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들이 2019. 12.경부터 2020. 1.경까지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최저임금 차액 분을 소송을 통하여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피고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고 재직기간 중 2019. 11. 30.까지 또는 퇴직일까지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의해 미지급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임금, 퇴직금 등 일체의 급여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확인하고, 향후 피고를 상대로 일체의 청구 및 민, 형사, 행정, 노동관계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이하 ‘이 사건 부제소합의’라 한다)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장래 발생할 임금지급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지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 참조). 한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부제소합의의 내용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그 이전까지 이미 발생한 임금 또는 퇴직금 등의 청구권에 관한 것인 점, ②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당시 동종 업계 회사인 피고의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의 효력 및 그로 인한 최저임금 및 퇴직금의 재산정 문제 역시 제기될 소지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위와 같은 문제를 밝히고 그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일체의 청구권에 관한 부제소합의를 하는 취지임을 명시하고 있는바,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그 범위가 명확하다고 할 것인 점, ③ 원고들은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비진의의사표시로서 무효이거나 피고의 강요 및 기망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취소한다고 주장하나,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는 것으로(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참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원고들의 의사에 기하지 않거나 피고의 강박 또는 기망에 의하여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피고와 노동조합의 임금협정이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됨으로써 피고에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원고들의 퇴직시점 또는 2019. 11. 30.까지의 최저임금 미달액 및 그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퇴직금 미달액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유효하게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원고들의 퇴직시점 또는 2019. 11. 30.까지의 최저 임금 미달액 상당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이 사건 부제소합의에 위배되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제소합의 이전에 이미 퇴직한 원고 A, C, F, G, H, I의 소, 원고 B, D, E, J, K, L의 소 중 2019. 11. 30.까지의 임금 청구 부분과 퇴직금 청구 부분을 각 각하한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 B, D, E, J, K, L의 나머지 청구에 관하여 본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고,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하는 것이고(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사정은 그 합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280563 판결 참조).
원고들은 이 사건 단축합의는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함으로써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나, 이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임금협정의 과정이나 경과, 그 전후 사정,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여부 등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과 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단지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정이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단축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위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결국 원고 A, C, F, G, H, I의 소, 원고 B, D, E, J, K, L의 소 중 2019. 11. 30.까지의 임금 청구 부분과 퇴직금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 각하하고, 원고 B, D, E, J, K, L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화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