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경기도 광주시 B건물 C호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건설업자로서 상시 7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때에는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3. 2.부터 2022. 7. 7.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D의 퇴직금 25,574,279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고 할 수 없다. 피고인도 마찬가지로 일당을 받는 근로자였고, 단지 팀장으로서 D을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일을 했을 뿐이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1도11675 판결 등 참조).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D이 2016. 3. 2.부터 2022. 7. 7.까지 팀장인 피고인 등과 함께 공사현장을 다니면서 일을 한 점, ② 피고인과 D은 건설회사로부터 일당 등 임금을 계좌로 직접 지급받았는데, D은 위와 같이 지급받은 임금을 그대로 피고인이 관리하는 피고인의 부친 E의 계좌 등으로 이체하였고, 피고인은 위 임금에서 20~25%를 공제한 뒤 나머지 돈을 D에게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이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도 인정된다.
피고인과 D 사이에 고용계약이나 도급계약이 별도로 체결되었거나,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은 없다.
피고인과 D이 일당 등 임금을 지급받을 때에는 각자 건설회사로부터 개별적으로 지급받았다. 피고인이 자신과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팀원들의 임금을 일괄하여 건설회사로부터 수령한 뒤 근로자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았다. 최소한 건설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피고인과 D 모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D이 받은 임금을 피고인에게 그대로 전달한 뒤, 피고인이 20~25%라는 상당히 큰 비율의 돈을 공제하고 지급한 것이 이례적이기는 하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건설회사에 근로자들이 실제로 일한 날짜보다 더 많이 근무한 것처럼 부풀려서 청구한 후에, 경비 명목으로 필요한 돈을 공제하고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근로자들의 실제 근무일수와 건설회사에 청구한 근무일수를 확인할 수 있는 근무일지나 작업일보, 급여명세서 등)가 제출되지는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섣불리 배척하기는 어렵다.
D과 같은 팀원들이 피고인과 함께 공사현장에서 일을 할 때는 계속 같이 일을 하고, 공사가 끝나면 다른 일이 들어올 때까지 대기하다가 피고인이 맡게 되는 다른 공사현장에 가서 같이 일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D은 이 법정에서 '잠깐 시간이 비어서 다른 곳에 가서 일하는 것이 강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신뢰관계에서 팀원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것은 소속이 되어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만으로 D이 피고인에게 전속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D이 피고인이 안정적으로 일감을 구해오기 때문에, 혹은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팀에서 근무했을 가능성도 있다. D이 피고인과 함께 일하던 현장이 끝난 후 일을 쉬쉬는 기간 동안에 잠시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업무 내용을 피고인이 정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D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고의가 인정되는지
나아가 설령 피고인이 D에게 민사상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D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면서도, 자신이 알기로는 그동안은 같이 팀을 꾸려서 근무하던 팀원들에게 팀장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퇴직금을 지급한 경우도 없었다고 진술하였는바, 같이 팀을 꾸려서 근무하던 사람들에게 팀장이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으로 널리 존재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고, 아직 이에 관한 명확한 법리가 확립되지도 않은 점, ③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사용자로서 D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전재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