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사건
2024고정1255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피고인
A
검사
장성철(기소), 임현진(공판)
변호인
변호사 채성욱(국선)
판결선고
2025. 7. 10.
범죄사실
피고인은 B이 성남시 수정구에서 운영하는 C 영어전문학원에서 2022. 2. 28. 입사하여 같은 해 9. 2. B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5. 25.경 위 영어전문학원에서, 수업자료를 준비하기 위하여 복사기를 이용하던 중 그곳에 보관하고 있던 같은 학원 강사인 D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적힌 ‘재직증명서’ 1장을 발견하자 이를 임의로 피고인의 휴대전화기로 촬영하여 D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2023. 3. 7. 17:01경 피고인이 B을 상대로 수원 장안구 서부로 2139에 있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사건의 담당조사관인 E 조사관에게 D 및 B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위 위원회 E 조사관의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위 영어전문학원이 처리하는 D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부정한 목적으로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
피고인은 2022. 8. 26. 10:00경<각주1> 위 영어전문학원에서, 그곳 데스크 위에 올려져있던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이 317명 학생들의 이름과 학교명, 휴대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학생상담일지’를 발견하자 이를 임의로 스캔하여 317명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제1항과 같은 일시 및 방법으로 317명의 학생들 및 B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위 위원회 E 조사관의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위 영어전문학원이 처리하는 317명의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부정한 목적으로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수사협조의뢰(진정인 제출자료 열람 및 복사), 수사보고서(피의자 A가 제출한 자료에 대하여)
수사보고서(상담실장 F 대면에 대하여)
재직증명서 사본, 학생상담일지 사본
현장사진, 데스크 사진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
형의 선택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지 않았고, 취득한 개인정보를 부정한 목적으로 제공한 것도 아니므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개인정보 보호법 제70조 제2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 자와 이를 교사·알선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위 규정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이란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취득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한 방법이라고 인정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여기에는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는 물론 해킹과 같이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한 방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도 포함된다(대법원 2024. 6. 17. 선고 2019도3402 판결 참조).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는 ‘제18조 제1항·제2항, 제19조, 제26조 제5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 위반죄는 정보제공자가 법령위반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정에 대한 인식 외에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다. 여기서 ‘부정한 목적’이란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실현하려는 의도가 사회통념상 부정한 것으로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실현하려는 목적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고 당해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격, 개인정보가 수집된 원래의 목적과 취지, 개인정보를 제공받게 된 경위와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1676 판결의 취지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70조 제2호의 ‘부정한 목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식으로 각 개인정보를 취득하여 이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담당조사관에서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0조 제2호이 규정하는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처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취득하여 이를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같은 학원의 강사 D의 재직증명서와 스캔한 학생상담일지에는 D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및 위 학원에 상담이나 테스트 등을 신청한 학생들의 이름, 전화번호, 소속 학교 및 학년, 연락처 등과 같은 극히 민감한 개인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재직증명서는 D이 위 학원에서 강사로서 재직 중인 사실을 확인 및 증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이고, 학생상담일지는 위 학원의 상담실장(F)이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 관련 상담을 하거나, 학생들이 테스트를 받기 위하여 예약을 한 경우 그 인적사항 등을 기재하여 업무상 사용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피고인은 정보주체는 물론 학원의 원장(B)이나 상담실장 등으로부터 위 서류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취득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바 없다.
피고인은 임의로 이 사건 학원에 보관 중이던 D의 재직증명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학생상담일지를 스캔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는바(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상담일지를 관리하는 F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F이 출근하기 전에 학생상담일지를 스캔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취득한 위와 같은 구체적 방법에다가 각 개인정보의 내용을 고려하면 각 정보주체가 피고인의 개인정보 취득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자신이 제기한 진정사건의 담당조사관에게 제공할 목적에서 위 각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는바(이 사건 학원의 원장은 학생의 수가 적다고 하면서 피고인에 해고를 통보하였데, 피고인은 자신이 근로자이고<각주2>, 학원에 학생이 많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재직증명서와 학생상담일지를 노동위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개인정보 취득의 구체적 수단, 취득의 목적, 개인정보의 내용, 피고인과 정보주체와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취득한 방법은 그 자체로 사회통념상 부정한 방법에 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기망이나 해킹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은 노동위에 이 사건 학원의 원장 B을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진정하면서, 같은 학원의 강사와 수강생인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재직증명서 등을 증거로 제출하였는바, 이는 오로지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한 진정사건에서 그와 무관한 타인의 개인정보를 그 수집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공 등을 허용하면서, 이에 대해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제15조, 제16조, 제17조), 예외적으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공공기관에 한정하여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그러한 경우에 개인정보처리자로 하여금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에게 이용 목적, 이용 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제한을 하거나,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요청할 의무를 부과하는바(제18조 제1항, 제2항, 제5항), 위와 같은 개인정보 보호법 관련규정의 취지와 목적, 각 규정의 체계적 해석에 비추어, 적법하게 개인정보를 취득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범죄의 수사 등에 활용할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 등에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한바, 피고인이 자신이 제기한 진정사건 등에 활용하고자 해당 사건의 직접 당사자(피진정인)도 아닌 타인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취득하여 이를 수사기관 등에 제공하는 것은 각 개인정보의 수집목적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사회통념상 부정한 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진정인이 피진정인의 인적사항을 제공한 것이라면 달리 볼 여지가 있으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제공한 개인정보는 그러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고소, 진정 등 권리 행사가 폭넓게 보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나, 그러한 권리 행사가 타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제공한 개인정보의 구체적 내용, 민감도, 취득 방법과 제공의 목적, 제공의 상대방, 피고인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기록 및 공판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주문과 같이 정한다.
판사 김우진
각주1) 피고인은 제2회 경찰 조사에서 ‘2023. 8. 26. 토요일 8시 수업을 마치고 퇴근을 할 오전 10시 무렵에 학원 실장님이 출근하기 전에 스캔을 하였다’고 스캔 일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진술하였다.
각주2) D의 재직증명서에 D을 ‘근로자’로 지칭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