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증인가 법무법인 C이 2025. 6. 17. 작성한 2025년 증서 제301호 채무변제계약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한다.
이 법원이 2025카정50126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2025. 8. 25.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인가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720,557원 및 이에 대하여 2025. 3. 1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 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 3항과 같다.
이유
인정 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유제품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22. 4. 7.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다 2025. 2. 28. 퇴사하였다. 한편, D, E은 피고와 거래하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선행소송의 경과
피고는 2022년경 제주지방법원 2022가합11926호로 D, E을 상대로 경업금지 등 청구소송(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3. 12. 21. 피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D은 2028. 5. 10.까지 제주시에서 유 처리업, 유 가공품 제조 및 판매업을 스스로 행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행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의 항소심 법원인 광주고등법원은 (제주)2024나10077호 사건에서 2024.12. 18. D의 항소를 받아들여 피고의 D, E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항소심 사건의 피고 소송대리인은 2025. 1. 2.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위 사건은 2025다207081호로 2025. 1. 16. 대법원에 접수되었다.
대법원은 2025. 1. 21. 피고에게 상고기록접수통지서를 발송하였다. 피고의 직원 F은 2025. 1. 24. 대법원에서 온 상고기록접수통지서 봉투를 수령하였고, 위 봉투를 경영지원팀 직원인 원고에게 전달하였다. 원고는 위 봉투를 통상의 우편이나 문건과 같이 서류철에 그대로 보관하였다.
피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G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2025. 2. 18. 점심식사 후 다른 직원과 선행소송에 관하여 대화를 하다가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대법원에서 온 서류가 있는지 물었고, 이때 상고기록접수통지서가 도착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는 2025. 2. 18. 및 2025. 3. 11.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고, 대법원은 2025. 3. 11. 상고이유서 부제출을 사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합의의 경과
G은 원고에게 선행소송 패소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선행소송과 관련하여 지출한 소송비용 등의 배상을 요구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2025. 2. 28. 피고에서 자진 퇴사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25. 6. 17.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가 작성되었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또한 이 사건 합의금의 지급을 위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5,500만 원을 2025. 9. 15.까지 변제한다'는 내용의 공증인가 법무법인 C이 2025. 6.17. 작성한 2025년 증서 제301호 채무변제계약 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2025. 2. 28. 퇴사한 후에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퇴사일 기준 미지급 퇴직금은 6,720,556원이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9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가 선행소송에서 패소한 것은 실체적인 사유 또는 피고의 귀책사유 때문인 것 으로 원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피고가 주장하는 8,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G은 원고의 과실로 선행소송에서 패소하고 이로 인해 피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원고는 G의 기망, 강박행위 또는 착오로 이 사건 합의를 하고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른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한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원고가 상고기록접수통지를 수령하고도 이를 대표자에게 알리지 않은 중대한 과실로 피고는 선행소송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피고는 선행소송 관련 변호사 수임료, 인지 및 송달료, 은행대출 이자라는 손해를 보았고, 그 액수는 8,000만 원에 이른다. 원고는 위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그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합의금을 5,50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하였는바, 이 사건 합의에는 어떠한 하자도 없다. 또한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받을 퇴직금도 이 사건 합의에 포함하여 피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를 하였으므로 피고의 퇴직금 지급 의무는 없다.
쟁점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합의의 성격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민법 제731조),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 즉,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020다227530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상고기록접수통지서 보관, 선행소송의 피고 패소 확정, 이와 관련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의 발생 및 그 범위에 관한 분쟁을 원고가 피고에게 5,500만 원을 지급하고 종료할 것을 약정한 것으로, 민법 제731조에 따른 화해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합의의 취소 가부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으며,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1997. 4. 11. 선고 95다4841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10, 11, 12호증, 을 제3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는 적법하게 취소되었고, 따라서 이 사건 합의의 이행을 위하여 작성된 이 사건 공정증서도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선행소송의 제1심과 항소심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으나, 상고심에서는 소송대리인 없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였다. 선행소송의 상고심 절차는 피고 대표자인 G이 직접 담당하는 영역으로 보이고, G을 비롯하여 피고 경영진이 원고에게 상고기록접수통지서가 도착하면 이를 알려달라고 지시하는 등 상고심 절차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상고기록접수통지서가 든 봉투를 직접 수령한 직원으로부터 전달받아 그대로 보관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에게 업무처리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원고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피고에게 발생한 손해로 볼 수 있는 것은 상고심의 본안 판단을 받아 볼 수 있었던 기회인 것이지 아래 ③과 같이 피고가 주장하는 8,000만 원이라고 볼 수 없다.
선행소송의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내용, 피고가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내용 등을 볼 때, 상고이유서가 제때 제출되었더라도 선행소송이 피고가 원하는 결론, 즉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이 이루어지고 파기 후 환송심에서 피고 승소 판결로 뒤바뀌었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피고가 원고에게 2025. 2.부터 이 사건 합의에 이르기까지 주장한 손해는 변호사 수임료 1,870만 원(1심 1,100만 원, 항소심 770만 원), 송달료 및 인지대 약 311만 원, 선행소송 기간 동안 피고의 대출 관련 은행이자 2억 9,000만 원 중 약 20% 상당액인 5,820만 원 등 합계 약 8,000만 원인데(피고는 원고에게 적어도 8,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그 외의 것을 더하면 1억 원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원고의 행위와는 무관한 것으로 설령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사정이 위와 같은데도, 피고는 원고에게 선행소송의 패소 확정에 대한 모든 책임과 피고가 임의로 산정한 8,000만 원의 손해를 원고에게 전가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2025. 2. 28. 피고에서 퇴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행소송의 패소 확정이 자신의 과실 때문이고, 그로 인해 8,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이 사건 합의를 진행하였다.
이 사건 합의는 선행소송의 피고 패소에 원고의 책임이 없고,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액 8,000만 원도 원고의 행위와는 관련 없는 것임에도 오로지 원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을 5,500만 원으로 정하여 합의한 것으로, 선행소송의 피고 패소 확정이 원고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어 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실로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그 분쟁의 전제가 되는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항은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한 이 사건 합의의 취소는 적법하다.
피고의 퇴직금 지급 의무
위 인정 사실 라.항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6,720,55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합의를 하면서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도 함께 정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는 취소되어 효력이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증인가 법무법인 C이 2025. 6. 17. 작성한 2025년 증서 제301호 채무변제계약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하고, 이 법원이 2025카정50126 강제집행정지 신청사건에 관하여 2025. 8. 25. 한 강제집행정지결정을 인가하며, 피고는 원고에게 6,720,557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 이후인 2025. 3. 14.부터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청구이의에 관한 원고의 착오 취소 주장을 받아들이므로 선택적 청구인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