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22. 9. 13. 피고와 피고가 운영하는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당직의사로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다음과 같이 포괄임금에 관한 약정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에 포함된 포괄임금 약정을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이라 한다). 그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근로자"는 원고를, "사용자"는 피고를 각 의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당직근무 중 휴게시간을 다음과 같이 안내하였다.
<1> 다. 원고는 2024. 3. 4. 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원고는 근무시간 중 지정된 진료실에서 소위 '응급콜'에 대응하고, 진료실에 있는 컴퓨터로 환자에게 처방을 하여야 했으며, 피고의 지휘·감독으로부터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별도의 휴게장소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였기에, 원고가 제공한 근로는 단속적
인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원고가 수행한 근로의 성격상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렵지 않으므로 이 사건 포괄임금약정은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근로를 함으로 인해 발생한 미지급 법정수당과 퇴직금 차액분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원고가 수행한 당직 의사 업무는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루어져 실제 근로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대기시간이 혼재되어 있고, 원고는 대기시간 활용과 관련하여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은 유효하고, 피고는 이에 따라 원고에게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이 포함된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추가로 법정수당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10. 5.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도12114 판결 등 참조).
한편,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근로자가 포괄임금으로 지급받은 연장근로수당 또는 이에 갈음한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에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시간외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어서, 근로자의 구체적인 시간외 근로시간 등을 인정하고 포괄임금으로 지급된 제 수당과 시간외 근로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수당과의 차액의 지급을 명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6958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0, 15호증, 을 제6 내지 9, 12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전체적으로 보면 근로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에 해당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된다. 피고는 원고의 근로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원고와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그 약정의 체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것이 원고에게 불이익한 약정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은 유효하다.
일반적으로 당직이라 함은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 · 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당직의사로서 입원 환자에 대한 처방, 입원 환자의L-tube(비위관) 제거, 응급 환자가 이송될 응급실 주선 업무 등을 담당하였고, 이중 대부분의 업무는 처방 업무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간호사가 호출(콜)을 하면 진통제 등을 처방하였고, 원고의 처방 업무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다. 원고는 2023년 9월의 경우 18일을 근무하며총 90건(근무일당 평균 5건)을 처방하였는데, 2023. 9. 30.의 호출(콜) 횟수가 11회,2023. 9. 12., 19., 21.의 각 호출(콜) 횟수가 1회로 일별로 호출(콜) 빈도의 편차가 컸다. 아울러, 원고가 2022. 9. 13.부터 2024. 3. 3.까지 작성한 '주치의 인계장'에 기재된 내용에 비추어, 원고는 주로 간단한 처방(기침, 두통 등에 관해 처방되는 '코푸정', '써스펜'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 원고는 지정된 진료실에서 호출(콜)을 받아야만 했고, 지정된 진료실에 있는 컴퓨터로 환자에게 처방을 하여야만 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휴게시간 중 호출(콜)을 받은 다음 휴게시간이 종료된 이후 처방을 한 사례, 원고가 진료실 밖에서 구두로 처방한 사례가 확인된다.<2>
대기시간에도 지정된 진료실에 상주해야 했고, 휴게시간에도 이 사건 병원 내 휴게 장소의 소음으로 인해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아래와 같은 점에 비추어 원고는 사전에 공지된 휴게시간 뿐 아니라 간헐적 업무 중 발생하는 대기시간도 자유로이 휴식 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원고가 휴게시간을 피고의 지휘·감독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 원고의 진료실 내 진찰대는 가로 70cm, 세로 190cm 크기로 일반 성인 남성이눕기에 충분한 크기이다.
㉢ 이 사건 병원에는 구내식당(휴게실), 헬스장, 면회실 등 휴식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 사건 병원의 보안관리규정상 22시 이후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 이 사건 병원에서 당직의사로 근무하였던 D, E은 본인들은 처방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 시간에는 자율적으로 휴게 시간을 가졌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위 ④항에서 살펴본 원고의 처방 시간과 양상에 비추어 원고 역시 다른 당직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꼭 피고가 지정한 휴게시간이 아니라도, 대기시간 중 병원 내 휴식 공간, 인근 카페 등에서 자유로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은 전공의(레지던트)와 수련병원간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제출하였으나(대법원 2025. 9. 11. 선고 2019다273803 판결), 피교육자 내지 훈련생의 지위에서 수련병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달리, 원고는 위 ③ 내지 ⑤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업무 수행이나 휴게시간 활용에 대해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제출한 대법원 판례가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이 유효하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에 따른 급여를 모두 지급받은 이상 원고는 피고에게 별도로 미지급 법정수당 및 그에 따른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구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미지급 법정수당 등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26. 4. 10.
판사 송인권(재판장) 최리니 김우재
1을 제2호증에는 "20시"라 기재되어 있으나 명백한 오기라고 판단된다.¦
2가령, 원고는 2023. 12. 23. 23시경 이 사건 병원 간호사의 연락을 받고 '스무디핀정'을 구두로 처방하여 해당 간호사가 환자에게 해당 약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이후, 2023. 12. 24. 9:12 위 '스무디핀정'을 전산으로 처방하였다(을 제15호증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