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5. 6. 11. 선고 2014가합279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국가유공자로서 국가보훈처로부터 2001. 9. 10. 피고가 운영하는 B병원에 취업명령을 받아 근무하다가, 2003. 2. 17. C병원(이후 명칭이 2010. 4.경 근로복지공단 D병원으로, 2014. 7.경 근로복지공단 E병원으로 각 변경되었다, 이하 'E병원'이라고 한다)으로 전보발령을 받아 원무팀 제증명 담당, 보건센터 미수금 당당, 약제팀 약품행정담당, 보건센터 보건행정 담당으로 각 근무하였고, 2008. 7. 24.경부터 경영기획팀에서 청소용역 담당(기능직 6급)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E병원이 2008. 2.경 주식회사 진흥안전관리(청소용역업체)와 일반용역표 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08년도 청소용역 세부지침서'의 규정이 '전염성질환자 및 신체·정신상의 장애자는 미화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고 되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위 조항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위배된다며 피고에게 수정을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

또한 원고는 2009. 2.경 기존 청소용품 납품업체가 아닌 새로운 납품업체를 발굴하여 위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경우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하며 내부결재를 요청하였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

이에 원고는 2009. 10. 11. 청와대에 'E병원의 인사제도 개선 및 원고에 대한 부당한 차별대우 시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마.

한편, 원고는 2010. 7. 14. 청소반장인 F과 함께 피고 산하의 G병원에 청소상태 등을 견학하러 갔다가 당일 E병원으로 복귀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당시 E병원 경영기획팀장인 H이 원고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후 원고는 2010. 8. 4.부터 2010. 8. 11.까지 연차를 사용하여 휴가를 다녀왔고, 복귀 후인 2010. 8. 13. 위 H이 I 차장을 통하여 원고에게 사무실로 와서 대기하라고 지시하였다.

바.

이에 사무실로 들어온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사직이유'란에 '건강악화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재발하여 다시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여 건강을 회복하고자 함'으로 기재한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사직서를 수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0, 11, 1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가 E병원의 인사제도나 근무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청와대에 진정을 하는 등으로 상급자인 H 팀장 등과 갈등이 있었고,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당일 H 팀장이 I 차장을 통하여 원고에게 '열쇠를 반납하고 일하지 말라.'고 하는 등 원고에게 사실상 사직을 강요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피고의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항의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피고 또한 원고가 개인회생 신청 중이어서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무효이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강요에 따라 사직의 의사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는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위 해고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고, 위 해고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해고일부터 원고를 복직시키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하여

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 행위가 피고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항의차원에서 이루어진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피고도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악화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치료를 위함'이라는 구체적인 사직이유를 기재하여 피고에게 직접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점, ② 이후 원고는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을 제기하거나, 달리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는 점, ③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H이 원고로부터 열쇠를 회수하고 원고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지시하였다는 것일 뿐, 그와 같은 지시가 곧바로 사직 강요행위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인 2010. 8. 25. E병원장에게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입니다.'라는 취지의 서면(갑 제12호증)을 보냈을 뿐, 거기에 이 사건 사직서 제출 행위가 자신의 진의가 아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점, ⑤ 오히려 원고는 E병원장에게 보낸 위 서면에서 당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고, 실제 원고는 2009. 9. 3.부터 2009. 9. 23.까지, 2009. 10. 5.경부터 2009. 12. 11.까지 약 3개월 동안 병가를 냈으며, 2010. 2. 19.부터 2010. 5. 18.까지 약 3개월 동안 또다시 병가를 내는 등 건강이 좋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 원고가 기재한 사직이유와 당시 상황이 어느 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 점, ⑥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 작성 이후 별다른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점 등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작성 경위와 그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사직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로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이 원고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거나 강요된 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4.

임금청구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이와 같이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된 것이므로, 원고의 퇴직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임금청구 주장 또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정현(재판장) 백경현 김민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