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4. 1.경부터 피해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노조 D지부(이하 '지부'라고 한다)의 지부장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웅변학원비
피고인은 2015. 4. 3.경 안산시 상록구 E에 있는 'F'에서 1년치 웅변학원비로 120만원을 결제한 후, 그 무렵 위 지부 사무실에서 경리직원에게 영수증을 제출하면서 교육사업비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후 12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처럼 피고인은 지부장으로서 교육사업비의 경우 '상급단체 세미나 참석 및 교육사업의 제비용'으로 사용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반하여 피고인 개인의 웅변 실력 향상을 위한 학원비로 지출하여 12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위 지부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타이어 교체
피고인은 2015. 5. 14. 17:00경 안산시 단원구 G에 있는 'H'에서 위 지부 조합원이었다가 2014. 11. 10.자로 해고된 I이 택시를 운행한다고 하자 484,000원을 타이어 교체비용으로 지출 한 후, 그 무렵 위 지부 사무실에서 경리직원에게 영수증을 제출하면서 직무판공비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후 그 돈을 지급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지부장으로서 직무판공비의 경우 업무추진과 관련된 사항에만 지출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반하여 평소 친분이 있던 비조합원인 I의 개인 사업 지원 비용으로 지출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484,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위 지부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신세계 상품권
피고인은 2016. 1. 5. 안산시에서, 위 지부 조합원이었다가 2014. 11. 10.자로 해고된 I에게 그 무렵 직무판공비로 구입한 신세계 10만 원 권 상품권 2장을 선물로 건넸다.
이로써 피고인은 지부장으로서 직무판공비의 경우 업무추진과 관련된 사항에만 지출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반하여 평소 친분이 있던 비조합원인 I에게 상품권을 지급함으로써 위 I으로 하여금 시가 2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위 지부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회계 규정에서 정한 교육사업비에는 조합장에 대한 교육비가 포함된다. 지부장으로서는 원활한 노동조합 활동과 조합원 통솔을 위해서 교육과 설득 작업이 필요한바, 이 사건 웅변(스피치) 학원비는 지부장에 대한 직무 교육사업으로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지출된 것이므로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회계 규정상 직무판공비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하여 대외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I은 지부 조합원으로서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해고무효소송 진행 경험과 조합 활동 경험을 현 조합원들에게 수시로 교육을 한 바 있다. 위와 같은 I의 노력과 열정을 평가 내지 격려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I과 유대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어, 직무 판공비로 I의 택시 타이어를 교체해 주고 상품권을 교부한 것이다. 따라서 직무 판공비가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거나 지나치게 과다하게 지출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한편, 법인이나 단체에서 임직원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드는 비용 명목으로 정관 기타의 규정에 의해 지급되는 이른바 판공비 또는 업무추진비가 직무수행에 드는 경비를 보전해 주는 실비변상적 급여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정관이나 그 지급기준 등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하도록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 그 용도나 목적에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한 후에도 그 지출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임직원에게 그 사용처나 규모,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맡겨져 있고, 그러한 판단은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임직원이 판공비 등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판공비 등이 업무와 관련 없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과다하게 지출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임직원이 불법이득의 의사로 판공비 등을 지출함으로써 배임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웅변(스피치) 학원비 지출 부분에 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5. 4. 3. 'F'에서 1년치 학원비 120만 원을 결제한 후, 같은 달 8.경 '지부장 교육비' 항목으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고 위 금액 상당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증거기록 61~63면, 367~368면).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웅변(스피치) 학원비를 '지부장 교육비' 명목으로 지부 예산으로 지출한 것이 지부장으로서의 임무에 위배된 행위라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노조 및 단위지부(노동조합)에 적용되는 회계규정 별표 1 '예산편성계정과목표'에 의하면, 교육사업비 항목의 근거에 관하여 '지역노조 및 단위지부(노조) 간부 교육비'라고 기재되어 있고(증거기록 346면), 지부 임원인 지부장에 대한 교육비 지출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지부의 2015년 예산서에도, 교육사업비의 연간 예산액이 500만 원으로, 비고란에 '상급단체 세미나 참석 및 교육사업의 제비용'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을 뿐(증거기록 348면), 사업의 대상인 교육 내용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내부 규정은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지부의 조합원은 600여명에 이르고, 지부장은 지부를 대표하여 지부 모든 업무를 통괄하며(지부 규약 제27조 참조, 증거기록 18면), 지부를 대표하여 지부나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단체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지부 규약 32조,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29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지부장의 포괄적인 업무 내용과 중요성, 지부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원활한 노동조합 활동과 조합원 통솔을 위한 지부장에 대한 직무 교육으로서의 스피치 교육의 필요성도 일정 부분 수긍이 가고, 이를 두고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 웅변 실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학원비 120만 원은 1년 동안의 수강료로서 과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실제 수강할 의사도 없이 학원 운영자의 이익을 위하여 학원비를 지출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찾을 수 없다.
I의 타이어 교체 비용 및 상품권 제공 부분에 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5. 5. 14. I의 택시 타이어 교체 비용으로 484,000원을 지출한 후 그 무렵 이를 직무판공비로 처리하고(증거기록 64면, 356~358면), 2015. 12. 31. 직무판공비로 구입한 신세계 10만 원권 상품권 30장 중 2장 20만 원 상당을 2016. 1. 5.경 I에게 교 부한 사실(증거기록 65~66면), I이 1999. 9. 18. D자동차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에 운전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조합원으로 활동해 오던 중, 2014. 11.경 해고를 당하자 해고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2015. 3. 3. 소취하서를 제출하여 같은 달 21. 위 소송이 소취하로 종료된 사실(증거기록 149~150면, 363~365면) 등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위 타이어 교체 비용 지출 또는 상품권 교부 당시에 1이 지부 조합원의 지 위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1>, 위 인정사실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업무와 관련 없이 판공비를 지출하였다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과다하게 지출함으로써 지부장으로서의 임무를 위배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앞서 든 회계규정 별표 1 '예산편성계정과목표' 중 '직무 판공비' 항목이나 이 사건 지부의 2015년 예산서의 '직무 판공비' 항목에는 그 근거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업무추진에 따른 대내외 판공비'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그 용도나 목적에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증거기록 346, 348면), '대내외' 판공비라고 명시하여 그 판공비가 대외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 각 직무판공비 지출 당시 I이 조합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추단할 수 없다.
I은 1999. 9. 18.부터 D에서 근무하면서 지부 조합원으로 활동해 왔는데, 2014. 9. 1.자로 안산에서 안양영업소로 전환배치를 통보받게 되자, 위 전환배치는 자신이 지부대의원으로서 노동조합의 개혁과 투명한 운영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하여 회사 측이 당시 조합장과 결탁하여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항의하였다. 이후 I은 2014. 11. 5.경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 처분을 받자 2014. 11. 11.경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고, 2014. 12. 24.경 해고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며(증거기록 360면~365면), 2015. 1. 12.경 동료 조합원 1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부 전(前) 조합장 등을 조합비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였다(증 제1, 2호증).
I은 이 법정에서, 자신이 해고를 당한 후 조합원들을 만나 전환배치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하여 교육을 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면서도, '위 고발장 제출 과정에서 동료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으면서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의 투명한 운영, 전환배치의 불합리성,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진행경과 등을 설명한 사실은 있다'고 진술하였으며, 해고경위에 관하여도 '노동조합의 개혁과 투명한 운영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였다가 보복성 인사로 전환배치 통보를 받았고 이를 항의하다가 해고를 당하였으며, 혼자만의 힘으로 계속 쟁송을 벌이기 어려워 퇴직금만 온전히 보전 받는 조건으로 쟁송을 끝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부당노동행위 내지 부당해고 등을 둘러싼 조합원의 법적 쟁송의 경험이나 정보 등은 향후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조합원의 권익 보호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노동조합의 역량 강화 등을 위해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위와 같은 I의 퇴사 내지 조합원 지위 상실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I이 피고인의 주장처럼 조합 활동 경험이나 해고무효소송 진행 경험 등을 조합원들에게 '수시로 교육'한 바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I의 노력과 열정을 평가 내지 격려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직무와 관련한 판공비로 I에게 타이어 교체비용과 상품권을 제공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도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조합예산의 적정하고 합리적인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위와 같은 판공비 지출이 바람직한 것이었는지에 관하여는 내부적인 논쟁이나 비판 등이 제기될 여지가 있을 것이나[이는 위 교육사업비 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타이어 교체 비용의 경우, 조합원 J은 이 법정에서 자신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이 피고인의 변소내용과 같은 취지에서 I에게 타이어를 선물하자는 건의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K을 비롯한 다른 일부 조합원들도 위 변소내용과 같은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한 반면(증거기록 379면~390면), 고발인 L는 위 각 판공비 지출이 업무추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든 위 ① 내지 ④의 사정들에 비추어 I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다는 점 등의 사정만으로 위 각 판공비 지출이 노동조합 지부장으로서의 업무와 관련 없이 지출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밖에 I과 같이 부당하게 전환배치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와 법적 쟁송을 벌이다가 퇴사한 조합원들이 여럿 있음에도 피고인이 단지 개인적인 친분관계 때문에 I에게만 위와 같이 판공비를 지출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보이지 아니하고, 그 지출 금액의 액수, 시기, 이 사건 조합의 규모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이 부분 판공비 지출액이 지나치게 과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김순한
각주1)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 지부 규약 제5조 제3항 제2호 참조), I이 2014. 11. 11.경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증거기록 360면 이하), 기록상 위 구제신청 사건의 구체적인 진행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어 I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시점이 명확하지는 않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