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등
피고는 택시여객운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2010. 3.경부터 2016. 3. 31.경까지 택시 기사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는 2009. 10. 30.경 원고가 가입한 C노동조합 D분회(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와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등으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이하 '이 사건 협약 등'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가, 2011. 1. 20.경 이 사건 노조와 근로시간을 1일 4시간 등으로 하는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종전 소송의 경과
원고를 포함한 택시기사들은 2014. 1. 23.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2014가합20278호)에 피고를 상대로 '피고와 이 사건 노조는 2011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에서 근로시간을 1일 4시간으로 정하였으나, 실제로 원고들은 근로시간의 단축 없이 여전히 1일 12시간(휴게시간 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였다. 이는 2010. 7. 1.부터 택시업계에도 최저임금법이 적용됨에 따라 피고가 지급하는 임금 등이 최저임금법에 따른 기준액에 미치지 못하게 되자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정한 것으로, 위와 같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합의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실제 근로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정당한 임금과 야간근로수당, 그리고 이를 적용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이미 지급한 임금과 퇴직금이 있는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이하 '이 사건 종전 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5. 8. 20. '이 사건 협약 등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의 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 등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9나2036668호)은 2016. 1. 14. 원고 등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고, 원고에 대한 위 판결은 2016. 2.경 확정되었다.
이 사건 합의의 체결
원고는 2016. 3. 31.경 퇴직하였는데, 2016. 4. 13.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 8, 9, 11 내지 13호증, 을1, 2,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이 사건 협약 등에 의하여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는 불법행위를 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근로기간 동안 받아야 했던 정당한 임금 및 연차유급휴가수당과 실제로 지급된 임금의 차액, 정당한 임금을 전제로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로 지급된 퇴직금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37,392,681원(= 임금 차액 31,459,760원 + 연차유급휴가수당 차액 1,516,160원 + 퇴직금 차액 4,416,76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장래 발생할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지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므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 참조),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다만 근로관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 임금지급청구권의 포기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며, 의사표시의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의 택시기사로 근무하던 중 이 사건 협약 등이 최저임금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종전 소송을 제기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종전 소송 중 원고의 청구 부분이 2016. 2. 무렵 확정되었고, 이후 원고는 2016. 3. 31.경 피고에서 퇴직하여 그 무렵 이 사건 합의를 한 점, ③ 이 사건 합의서의 문언에 표시된 대로 2016. 3. 31.까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법률관계 특히, 임금 및 퇴직금 등 근로대가와 관련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인 의사해석 방법인 점(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등 원고의 이 사건 종전 소송의 경위 및 그 결과, 이 사건 합의의 문언내용, 체결경위 및 그 작성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피고와 임금 및 퇴직금 등에 대한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위 합의에 반하여 제기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