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 8. 21. 선고 2019고단1700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광명시 D건물 8층에 있는 ‘E요양원’의 원장, 피고인 B는 위 시설의 요양보호사 및 조리사, 피고인 C은 위 시설의 요양보호사이다.

위 ‘E요양원’은 치매·중풍 등 노인성질환 등으로 심신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요양과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요양시설로서, 위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은 신체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응급 상황에 처하게 될 위험성이 훨씬 크므로, 위 시설의 원장인 피고인 A에게는 법정 기준 인원(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에 부합하는 요양보호사를 상시 배치하고, 요양보호사들로 하여금 입소자들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이나 성향, 건강상태 변동의 추이 등을 고려하여 입소자들을 보호 및 보조하도록 관리·감독하며, 응급 상황 및 그에 대한 대처에 관하여 요양보호사들에게 지속적인 교육 등을 실시함으로써 응급 상황으로부터 입소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요양보호사인 피고인 B, 피고인 C에게는 신체기능이 저하된 입소자들의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함과 아울러 건강상태 및 안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특히 입소자가 당뇨 환자로서 저혈당 등으로 인한 건강상태의 이상 증후가 보이는 경우 즉시 혈당 수치를 체크하거나, 혈당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설탕 등을 투여한 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신속하게 119에 신고하여 가까운 의료기관 등에 이송하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해자 F(78세)은 2016. 12. 26.경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 위 시설에 입소한 사람으로, 피고인들을 비롯한 위 시설의 직원들은 피해자가 언제든지 저혈당 증세를 보일 수 있는 당뇨 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위 시설에서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혈당 수치 측정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7. 4. 5.경부터 4. 14.경까지 혈당 수치가 3차례나 68~88mg/dL로 낮게 측정되는 등 잦은 저혈당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관리·감독 및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7. 4. 15.경 위 시설에 17명의 입소자가 있었음에도 요양보호사는 법정 기준 인원에 미달하는 2명만 배치함으로써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B, 피고인 C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피고인 B는 2017. 4. 15. 05:00경 피해자가 팔을 늘어뜨리는 등 의식 저하 상태를 보였음에도 혈당 수치를 확인하거나, 원장인 피고인 A 또는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고 만연히 피해자에게 소량의 커피만을 마시게 한 뒤 상태 호전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하지 아니한 채 같은 날 08:20경까지 특별한 조치 없이 피해자를 침상에 혼자 누워 있게 하고, 피고인 B, 피고인 C은 피해자가 위와 같은 의식저하 상태에 뒤이어 같은 날 08:20경 입 밖으로 가래가 나올 정도로 가래가 많이 끓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긴급히 석션기를 이용하여 가래를 제거하기까지 하였음에도, 같은 날 08:50경 피해자의 아들 G이 위 시설에 도착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할 때까지, 119에 신고하여 피해자를 의료기관 등에 이송하는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2017. 6. 4. 10:26경 광명시 H에 있는 I병원에서 폐렴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러한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고인 B, C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1)

위 피고인들은 의료인이 아닌 요양보호사들이다. 요양보호사는, 고령과 그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 각종 질환 등으로 집에서 돌보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노인들에게 식사도움, 배변관리 등의 돌봄노동을 가족 대신 제공하는 사람이다. 요양원에 입소할 정도에 이른 고령 환자들에게는 언제든지 급격하게 건강상태가 나빠지거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응급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들을 상시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에게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대처․관리의 위험이 이전되어 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들은 노인성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및 적확한 대처방법, 처치의 골든타임 등에 대한 전문적인 의료적 지식 및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일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요양보호사인 위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하여 그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소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우선,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저혈당쇼크에 빠져 있었음을 인식하였거나 할 수 있었다고 보기가 어렵다(피해자가 새벽 5시경에 저혈당쇼크에 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J 감정회신과 이 법원의 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최소한 위 시 각 저혈당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피고인 B는 이 법정에서 ”새벽 5시경 피해자가 힘이 좀 없기는 하였으나 의식은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요양보호사 K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당일 새벽 5시 20분경 피해자가 기운이 좀 없기는 하였지만, 평소에도 누워서 생활하고 기운이 없었으므로 크게 다르진 않았다. 숟가락으로 커피를 흘려서 입에 넣어 드렸는데 두세 모금 드시다가 안 먹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커피를 흘리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B와 K 모두 피해자가 힘이 없었을 뿐 호흡이 가쁘거나 안색이 파랗게 변하는 증상 등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 촉탁에 따라 감정을 한 L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의사는 그 회신에서, ‘손이 침대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힘이 없었더라도 커피를 조금 마시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행동이 가능했다면 의식이 없는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피고인 B가 설탕이 든 믹스커피를 마시게 한 것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당의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만, 이전에도 믹스커피로 저혈당의 일시 개선이 이루어졌던 경험에 기초하여 그와 같은 조치를 한 점과 커피를 삼키는 등의 피해자의 반응에 비추어, 위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각한 의식저하나 저혈당쇼크를 인식하였거나 할 수 있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3)

더욱이 저혈당쇼크는 전문의료인이라 하더라도 혈당계를 통한 측정을 하여야만 알 수 있고(J 감정회신), 노인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이 발생하면 깨어나지 않고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은 자는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이 법원의 L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회신). 이 사건 요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M도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두 번 정도 혈당 수치가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특별히 보이는 증상은 없었고 측정을 통하여 혈당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라고 증언하였다.

4)

믹스커피를 마시게 하는 것은 저혈당에 대한 교정방법이 될 수 있고(위 각 회신), K 및 M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혈당이 떨어진 피해자에게 믹스커피를 마시게 하였을 때 괜찮아지는 것을 두세 번 경험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 B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믹스커피를 마시게 한 것은 의료인이 아닌 요양보호사의 상식 수준에서 보면 적당한 조치였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피해자는 그 자신이 스스로 사탕, 초콜릿 등 단순당 종류를 수시로 섭취하였고, 전날 밤 자기 전에는 콜라를 두잔 마시기도 하였다). 위 L병원 의사는 위 회신에서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것은 저혈당을 개선하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방법이나, 아주 조금밖에 마사지 않고 다시 잠이 들었다면 이는 상태가 호전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의식이 나빠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요양보호사가 이를 구분할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편, 위와 같은 피고인 B의 인식 정도 및 요양보호사에게 의료행위가 금지된 점에 비추어 보면, 그 무렵 위 피고인이 피해자의 혈당체크를 해 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5)

피고인 B는 피해자가 커피를 거부하고 다시 눈을 감자 잠이 든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업무를 하느라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는 않았는데, 위와 같이 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저혈당쇼크가 발생하였다고 인식하지 못했던 이상 1~2명만이 근무하고 있던 새벽시간에 피해자를 계속해서 지켜보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8시경까지도 피해자가 잠을 자고 있는 것과 같이 보였던 점에 비추어, 위 피고인이 5시경부터 수시로 지켜보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상태를 수면과 구분하여 저혈당쇼크라 인지하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6)

7시경부터 근무를 시작한 피고인 C은 그 시각 무렵 피해자의 상태를 처음 확인하였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어 피해자가 평상시와 다름없이 자고 있다고 생각하여 깨우지 않았고 8시경 식사시간에는 침대를 세워 피해자를 앉게 하고 식탁을 펴 식사를 제공하였으며, 이때 피해자는 스스로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이 부분에 관하여 위 촉탁회신에는 ‘8시경 식사를 위해 깨우고 등받이를 해 주었을 때 일시적으로 깨어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계속 저혈당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며 요양보호사가 관찰하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느꼈을 수 있다‘고 평가되어 있다.

7)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다소 힘이 없어 보이고 계속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혈당쇼크 등 응급상황이라고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은, 그 무렵 관찰된 피해자의 평소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4월 간호차트(증거목록 11번)에는 ’어제부터 기운이 없다 하셔서 병원에 가서 영양주사를 맞고 오심(6일), 침대에 누워 계시면서 눈을 안 감으셨다, 낮잠 적게 주무시고 밤에 잘 주무시면 좋겠다(8일), 누워만 계셨고 식사는 죽으로 다 드셨다(10일), 아침식사를 거의 안 드셨다(11일), 요즘 당이 자꾸 떨어지는데 낮잠을 밤처럼 너무 잘 주무신다(14일)‘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약 열흘 전부터 피해자가 위와 같이 힘이 없고 낮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자거나 눈을 감은 채로 보내며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면, 위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당일에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여지가 크다. 특히 위 피고인들은 이른 아침 시간에 피해자를 보았고, 새벽 5~6시경은 곤히 자고 있거나, 누가 깨우더라도 잠에서 쉽게 깨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간대이므로 힘이 없는 피해자의 상태가 수면으로 인한 것인지 저혈당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8)

피해자가 같은 달 매일(간호조무사가 출근하는 평일) 하는 혈당 측정에서 5일, 11일, 14일 등 3번이나 저혈당수치(88mg/dL, 68mg/dL, 70mg/dL)을 나타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의식저하나 호흡곤란 등의 응급상태를 보였다거나 위 저혈당 상태에 관하여 피해자의 보호자가 요양원 측의 조치 미비를 문제 삼았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 K과 M의 진술에 의하면, 위 3번의 경우에도 증상이 아닌 측정을 통해 저혈당으로 확인되었으며 믹스커피를 마시는 등의 방법으로 자연히 회복되었다는 것이다(또한 위 촉탁회신에 의하면, 저혈당 상태에 빠지더라도 몸은 스트레스 반응에 의하여 자연히 혈당을 회복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같은 달 위와 같이 저혈당 수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관찰의 주의의무 정도가 높아진다거나, 저혈당쇼크로 인한 응급상황을 경험한 적도 없는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저혈당쇼크 상태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9)

8시 20분경 피해자에게 심한 가래가 끓고 있고 호흡이 가빠진 것을 발견한 피고인 B, C은 바로 석션기를 준비하여 피해자의 가래부터 제거하였다. 위 피고인들은 가래가 제거된 후에는 피해자의 호흡이 편안해 진 것으로 보이고 차가웠던 손이 따뜻 해지며 이마에 땀도 나서 피해자가 괜찮아진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위 피고인들이 가래 제거 후 피해자의 몸을 주무르며 마사지하고 있던 8시 50분경 피해자의 아들 G이 현장에 도착하였다. G은 위 피고인들 옆에서 잠시 피해자를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기 위하여 원장인 피고인 A을 찾았을 뿐 급박하게 119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한 바는 없다.

피해자가 가래로 인해 호흡이 곤란해 보이자 위 피고인들은 가래를 즉시 제거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고 판단하였던 점, 피해자는 폐질환을 앓고 있었고 평소에도 가래가 끼는 일이 자주 있었던 점, 다른 고령 입소자들에게도 가래가 끓는 일이 적지 않아 요양원에 석션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요양보호사로 오래 일한 피고인 B는 경험상 가래가 호흡에 영향을 미쳐 위험할 수 있다고 인식하였던 점,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를 발견한 후 석션 등의 조치를 하고 피해자의 보호자가 도착할 때까지 위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상태를 개선시키려는 일련의 조치를 지체하거나 피해자를 방치하고 자리를 이탈한 바 없으며 지속적으로 관찰 및 마사지 등을 하였던 점, 즉각 석션부터 하지 않았을 경우 호흡곤란으로 인한 생명의 위험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위 피고인들은 그 당시 요양보호사의 수준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조치를 성실히 하였다고 보이고, 8시 20분경 가래가 끓는 피해자를 발견하자마자 위와 같은 조치에 우선하여 119에 신고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이를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까지 평가할 수는 없다.

10)

설령 위 피고인들이 석션을 하기 이전이나 동시에, 늦어도 석션을 마친 직후에 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업무상 과실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 피고인들이 119신고부터 먼저 하였다면, 최대 30분(8시 20분부터 피해자의 보호자가 도착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8시 50분까지) 정도 빨리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것인데 그와 같은 경우에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피해자의 광범위한 뇌손상은 수 시간 동안 지속된 저혈당 상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피해자가 처음으로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된 시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면과 비슷한 상태에서 호흡이 곤란한 상황에 이르게 될 정도로 저혈당이 지속되었다면, 30분 일찍 후송되었다고 하더라도 뇌손상의 결과는 피하기 어려웠을 여지가 크다(저혈당성 뇌손상 골든타임은 5분 이내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위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살리기 위하여 요양보호사들에겐 금지된 의료행위인 석션을 서둘러서 하였고 그러한 응급조치에도 최소한 수분 이상이 소요된 점, 이 사건 발생 무렵 피해자가 빈번하게 저혈당에 빠지고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던 점, 고혈압, 당뇨, 폐질환 등을 앓고 있던 고령의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되고 약 50일 후에 폐렴의 진단으로 사망한 점 등도 함께 고려하면, 30분의 시간 차이에 근거하여 위 피고인들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나.

피고인 A의 주의의무위반 여부에 관하여

1)

이 사건 요양원에 근무한 요양보호사들의 진술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수시로 요양보호사들에게 응급사태가 발생하면 우선 자신과 입소자의 가족에게 연락하여 바로 평소 방문하는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등의 내용으로 응급상황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음이 인정된다.

2)

한편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2조 및 별표 4, 5에서 정한 직원배치기준에 따르면, 입소자 10명 이상 30명 미만인 요양원의 경우 입소자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하여야 하고 야간(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에도 간호조무사 또는 요양보호사 중 1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 직원배치기준을 위배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볼 것은 아니고, 부족한 인원의 정도가 입소자들에 대한 돌봄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에만 과실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위 직원배치기준은 24시간 ’상시‘ 위와 같은 인원을 배치하여야 한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다. 위 시행규칙 및 별표 어디에도 그러한 명시적인 기재는 없고, ’배치‘라는 단어가 내포한 뜻에만 근거하여 그와 같이 위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할 수도 없다. 위 직원배치기준은 직원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배치‘라는 용어를 쓰면서 같은 규모의 요양원에 시설장, 복지사, 간호조무사, 계약의사는 1명을 배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똑같이 ’상시‘로 해석한다면 시설장, 복지사 등은 24시간을 근무하거나 최소 2~3명을 고용하여야 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위 야간 필수 배치인원 규정을 보더라도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 기준이 상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 배치기준은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을 고려하고 교대근무를 전제로 한 전체 인원의 채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당일 입소자는 피해자를 포함하여 17명이었고 고용된 요양보호사는 6명(요양보호사 자격은 있으나 조리원으로 근무한 피고인 B 제외)이었으므로, 위 직원배치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요양보호사 수를 기준으로 하면 입소자가 2명 많고, 입소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요양보호사가 0.8명 부족함). 그러나 위 직원배치기준은 소수점 아래 자리를 어떻게 해석할지 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입소자가 2.5명 늘어날 때마다 요양보호사 한 명을 더 배치하는 것으로 족한지, 입소자가 1명이라도 기준을 초과하면 요양보호사를 바로 1명 더 고용해야 하는 것인지 다툼이 있을 수 있는 점, 이 사건 요양원에는 사건 발생 약 보름 전인 2017. 3. 30.만 해도 입소자가 9명이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8명이 늘어나 17명(2017. 4. 7. 기준)이 되었고, 그 짧은 기간 안에 요양보호사를 즉각 추가로 고용하여 직원배치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 점, 위 기준을 충족한 7명의 요양보호사가 고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과 1명의 차이에 불과하고 교대근무 및 야간근무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발생시각인 새벽 5시경부터 9시경 사이에 배치되었을 인원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그 차이가 피해자에 대한 돌봄의 정도나 이 사건 요양원에서 할 수 있는 응급조치의 내용이나 신속성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설령, 위 피고인에게 직원 교육이나 배치 등에 일부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보았듯 이 사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요양보호사인 피고인 B, C이 요양보호사의 수준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 하였음에도 피해자의 상태를 저혈당쇼크로 인한 응급상황이라 인지하지 못하였고 인지할 능력도 없었다는 점에 있으므로, 원장인 피고인 A의 그와 같은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남혜영

각주1) G이 원장의 차를 타고 병원에 가기 위하여 피고인 A을 찾자 사회복지사 N이 피고인 A에게 전화를 한 것은 8시 55분경, A의 지시로 N이 119에 전화한 것은 8시 57분경, 119 구급대원이 도착한 것은 9시 1분경이다. 피해자가 현장에 도착한 뒤 119에 신고가 되기까지도 7분 가량 소요된 점, 피해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위 보호자가 응급으로 판단하였다면 바로 119에 신고하는 것도 가능하였던 점(G은 119보다 원장의 차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해 119를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신속한 차량이동 및 현장에 온 구급대원에 의한 응급조치가 가능한 119에 비하여 개인 차량에 상태가 좋지 않은 피해자를 직접 태워 10분 이상의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법은 현저히 시간이 지체될 것이 자명한 점, G 본인도 당시 피해자를 보았을 때 저혈당쇼크인지 잘 알지는 못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면, 사태의 긴급성에 대한 위 G의 인식도 위 피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을 고려할 때 8시 50분 이후의 시간 지체에 대하여는 위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