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2. 6.부터 2019. 12. 31.까지 유한회사 G(이하 편의상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에서 근무하다 퇴직하였는데, 체불임금 및 퇴직급여 합계 98,317,100원을 받지 못하였다며 소외 회사를 상대로 위 임금 등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2020. 2. 12. 그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소외 회사는 2018. 4. 25.경 H 주식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 소유의 서울 중구 I 빌딩 J호 외 4개 호수(K호, L호, M호, N호, 이하 이를 지칭할 때 ‘이 사건 신탁부동산’이라고만 한다)에 관하여 피고들을 공동 1순위 우선수익자, 소외 회사를 수익자, 채무자를 O 유한회사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후 H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H’이라고만 한다)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원고는 2020. 3. 10. 위 체불 임금 등을 청구채권, 소외 회사를 채무자, H을 제3 채무자로 하여 소외 회사가 H에 대하여 가지는 신탁사업 종료 이후 신탁 정산 시점에 지급받는 신탁수익채권 중 위 청구채권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을 압류하는 내용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한편 이 사건 신탁계약 상의 채무 상환 등에 문제가 발생하자 계약 내용에 따라 결국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공매절차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2020. 10.경 제3자들에게 매각되어 각기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며, 각 매각대금 중 1,041,820,679원이 이 사건 신탁계약 상의 우선수익자인 피고들에게 배당되어 피고 B조합이 이를 대표로 지급받았고, 피고 B조합(이하 P조합은 ‘P’이라고만 한다. 이하 다른 피고도 동일)은 그 중 133,250,094원을 피고 E에게, 242,272,899원을 피고 D에게, 242,272,899원을 피고 F에게, 339,182,059원을 피고 C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84,842,728원을 자신이 취득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는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체불 임금 등 합계액 중 최종 3개월 분 임금 및 최종 3년간 퇴직금의 합계액인 47,400,000원에 관하여 우선변제권이 있다. 사용자에 대한 임금 등 우선변제권은 사용자의 재산이 담보신탁된 경우에도 통상 사용자의 재산에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므로 소외 회사의 신탁재산인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환가대금에 관하여도 원고의 임금 등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결과 원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 상의 우선수익자인 피고들에 우선하여 배당금을 지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원고의 위 우선변제 임금 47,400,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는바, 위 47,400,000원을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매각대금으로 배당받은 배당금 총액 중 각기 지급받은 금액의 비율대로 나누어 계산된 청구취지 기재 각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신탁계약 및 신탁법상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H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이 사건 신탁부동산은 사용자인 소외 회사의 재산이 아니므로, 소외 회사의 근로자인 원고는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환가대금에 관하여 우선변제권이 없다. 소외 회사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수익자로서 우선수익자인 피고들보다 후순위 권리자에 불과한바, 원고로서는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소외 회사의 수익채권이 있다면 그에 관한 우선변제권을 주장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보다 선순위자인 피고들의 배당금에 관하여 부당이득을 주장할 수는 없다.
판단
보건대, 근로자의 임금 등 우선변제권은 다른 채권과 동시에 사용자의 동일재산으로부터 경합하여 변제받는 경우에 이를 우선적으로 변제받도록 한 것인바, 이 사건 신탁계약 및 신탁법의 법리 등에 의하면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수탁자인 H 명의의 등기가 경료 되면서 그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었고, 위 탁자인 소외 회사와 사이에 그 소유권이 유보되는 것도 아닌 이상(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3317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신탁부동산이 원고의 사용자인 소외 회사의 총재산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 환가대금에 관하여도 곧바로 우선변제권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즉 원고는 사용자인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 기한 수익채권이 있거나 신탁계약 상 소외 회사에게 귀속되는 재산이 있는 경우 이는 사용자의 재산이므로 그에 기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소외 회사보다 우선수익자인 피고들의 수익채권 내지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환가대금에서 피고들에게 우선 배당된 금원은 사용자인 소외 회사의 재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하여서까지도 우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신탁부동산의 위탁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임차한 임차인이 그 신탁부동산의 환가대금에 관하여도 임대차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21677(본소), 21684(반소) 사건]을 근거로 신탁부동산에 관하여도 임금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위 하급심 판결은 신탁부동산의 경우 신탁계약에 따라 소유자 아닌 위탁자도 임대인이 될 수 있고(본래 적법한 권한이 있으면 소유자가 아니어도 임대인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신탁계약도 같은 취지의 계약조항을 두고 있다) 그 경우 당연히 수탁자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가 없음을 대항할 수는 있되,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임차인이 같은 법상의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 “경매 또는 공매를 할 때에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우선변제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적법한 임차인이라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도 우선변제권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이해되는바, 위 판단은 일반적인 법리를 확인한 것으로 관련 법규의 해석상 당연한 귀결이어서 위 전후 판단이 서로 모순되거나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거관계에 있어서의 특별 보호 필요성이 있으며, 특정 부동산이라는 담보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는 관계로 해당 목적물인 ‘주택의 환가대금’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목적물의 소유권 귀속관계, 특히 임대인의 소유권 여부와 상관없이도 보증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인 반면에 임금 등 우선변제권은 근로기준법 등 근거법령에서 그 적용대상을 ‘사용자의 총재산’이라고 함으로써 소유권의 귀속관계를 비교적 명확히 하고 있어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결국 위 임대차보증금과 임금 등의 각 우선변제권은 그 대상 측면에서 적용 국면이 서로 달라 원고의 주장 근거로 삼기 적절하지 않고, 거기에 더하여 사용자의 총재산의 의미와 관련 사용자가 법인인 경우 사업주인 법인 자체의 재산을 가리키고 법인 대표자의 개인재산에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719 판결)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판결을 근거로 신탁제도의 취지 및 신탁법의 일반적인 객관적 법리를 넘어서까지 임금 등 우선변제권의 범위를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원고는 근로자의 임금채권 보호를 위해 담보물권을 갖고 있는 채권자 등에 우선해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제도적 목적을 고려해야 하며, 담보신탁 역시 일종의 담보물권의 변형에 지나지 않고 사용자가 부동산 담보신탁을 이용해 그 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부동산 담보신탁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담보물권이 설정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임금 등 우선변제권을 신탁계약 상의 우선수익자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또한 하고 있으나, 신탁제도와 부동산 담보제도가 엄연히 구별되고 그에 기한 법률관계가 달라 당사자가 신탁제도를 이용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효용이 있어 이를 제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며, 임금 채권의 우선변제권 역시 만능의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과의 사이에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운용되는 것(다른 사안이기는 하나 사용자가 재산을 특정승계로 취득하기 전에 설정된 담보권에 대해서까지 그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례로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3다203888 판결 등이 있다)임에도 근로자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만으로 계약 및 법령에 따른 소유관계 등을 무시한 무제한적인 확장 해석이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사실관계 상 그와 같은 확장 해석을 허용하여야 할 만한 특단의 예외적 필요성 내지 당위성이 있고 형식적인 해석이 현저히 정의에 반하여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엄격한 요건 하에 이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나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같은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그와 같은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피고들의 부당이득 반환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