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4. 1. 25. 선고 2022가단7105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가.

피고는 PCB(인쇄회로기판, 구리배선이 가늘게 인쇄된 판으로 반도체, 콘덴서 등 전자부품을 끼워 전자부품 상호간을 연결하는 전자부품)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8. 9. 18.부터 피고에게 파견되어 파견근로자로 근무하다가 2019년 4월경부터 피고에게 직접 고용되어 PSR 중 인쇄 공정(기판의 잉크를 도포하고 예비 건조하는 공정)에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19. 5. 3.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라 원고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19년 5. 3.경부터 2021. 9. 18.경까지의 진료비 상당 요양급여 161,896,160원, 휴업일수 524일에 대한 휴업급여 42,963,040원, 장해등급 7급 4호 판정에 따른 장해급여 4,174,750원을 받았다.

2.

원고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1주당 60시간을 초과하는 과도한 근무를 시킴으로써 뇌경색이 발생하였다며 일실수입, 치료비,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나.

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질병 판정 경위

1)

원고의 주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서에 주로 근거하고 있으므로, 우선업무상 질병으로 판정된 경위에 관하여 살펴본다.

2)

관련 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 제37조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에 따라 같은 시행령 별표3에서 규정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시행령 별표3 중 제1항 다목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시 제2020-155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다음과 같다.

3)

관련 규정의 의미

시행령 별표3과 이 사건 고시를 종합해보면, 발병 전 일정한 기간을 세 가지로 나누어 업무상 부담의 정도를 측정하고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즉, ① 발병 24시간 이내에 돌발적, 예측 곤란한 사건 발생 내지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시행령 별표3 1-가)-1)과 이 사건 고시 1-가], ② 발병 전 단기간(1주일) 내에 업무상 부담의 증가(30% 이상 증가)[시행령 별표3 1-가)-2)와 이 사건 고시 1-나], ③ 발병 전 만성적인(발병 전 12주) 과중한 업무[시행령 별표3 1-가)-3)과 이 사건 고시 1-다]가 그것이다. 위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하고 있다.

4)

원고에 대한 업무상 질병 판정 경위

갑 제2호증(재해조사서)의 기재에 의하면, 근로복지공단은 ① 발병 24시간 이내에 돌발적, 예측 곤란한 사건 발생 내지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② 발병 전 단기간(1주일) 내에 업무상 부담의 증가(30% 이상 증가)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보았다. 다만, ③ 발병 전 만성적인(발병 전 12주) 과중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발병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하여 65시간 5분에 이르고[1시간 5분 초과. 이 사건 고시 1-다-1)],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하여 61시간 2분에 이르고[1시간 2분 초과. 이 사건 고시 1-다-2)],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교대제 업무[이 사건 고시 1-다-2)-②]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하였다.

다.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다만, 산재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또한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무자가 그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 입증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채권자로서도 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등 참조).

라.

피고의 과실(예견 가능성) 유무

원고는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위 재해조사서에 나타난 기준 근로시간의 초과를 주장하므로, 이러한 기준 근로시간의 초과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상 질병의 발병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갑 제2, 6호증, 을 제2, 3, 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즉, 피고는 2조 2교대 또는 3조 2교대 또는 12조 2교대의 근무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원고에게 발병한 2019년경에는 PSR 공정에 2조 2교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2조 2교대의 경우에는 2주 동안은 주간 근무를, 나머지 2주 동안은 야간근무를 한다. 피고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연장근로시간을 1주 12시간을 한도로 정하고 있다. 원고는 발병 전 1개월(2019년 4월) 동안에 1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며, 이는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시간은 물론 피고가 정한 취업규칙에도 어긋난다. 과로는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뚜렷하게 증가시킨다는 의학적 관련성이 의학계에서 인정되고 있다.

살피건대, 위와 같이 원고가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에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고, 과로가 심혈관질환을 야기하는 의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사업주인 피고가 근로자의 심혈관질환 발병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위 각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2019년 4월경 같은 공정에 있던 다른 근로자들은 원고와 비슷하거나 보다 많은 근로시간을 근무한 점,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서에도 정해진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이 보장되어 있고, 24시간 또는 1주 이내에 급격한 업무량의 증가는 없었으며, 작업환경이유해하다거나 육체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등 교대제를 제외하고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드러나지 않은 점, 업무상 질병 판정기준(발병 전 4주 동안에는 1주당 평균 64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발병 전 12주 동안에는 1주당 평균 60시간을 기준으로 함)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위 기준을 초과하여 근로한 시간은 1주당 1시간 남짓에 불과한 점, 교대제 근무 특성상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주간'과 '심야' 근로시간은 원고의 근로의무가 인정될 수밖에 없지만, 기준 근로시간 초과의 주된 원인이었던 '특근'과 '잔업' 근로시간은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강요하거나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피고가 가산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심야, 휴일, 연장 근로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에 정한 가산 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 중에서 근무형태와 근로환경으로 인하여 심혈관질환 같은 업무상 질병을 않았던 전례가 드러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의 발병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과실(예견가능성)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