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4,887,825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4. 7.부터 2023. 7.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자동차용 조향장치의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산업 재해를 당하였으며 2021. 1. 20. 퇴사하였다.
원고는 2000. 6. 28. 작업 중 노후한 모터를 수리하기 위해 선반 위 모터를 들어올리다가 모터의 중량으로 인해 허리를 다치는 이 사건 재해를 당하였다. 이로 인해 원고는 추간판탈출증(제5요추-1천추 간) 수술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게 휴업급여로 18,558,660원(2000. 7. 3.부터 2001. 3. 31.까지의 휴업기간)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1. 8. 17.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12급 12호의 장해 등급을 받았고, 이에 따라 장해급여로 15,010,69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13, 을1 내지 3의 각 기재, 신체감정 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써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피고는 피용자인 원고가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등 신체에 무리가 가는 작업을 할 경우 적절한 기계 장비를 제공하거나 공동 작업자를 배치하여 원고가 재해를 입지 않도록 할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재해로 원고가 입은 적극적, 소극적 손해 및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없으므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67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해 발생 이후인 2001. 8. 원고가 장애 등급판정을 받았고, 이 사건 소송은 그로부터 역수 상 10년이 훨씬 경과한 이후인 2021. 9. 27.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한편,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회사는 “종업원이 각종 재해를 당하였을 경우 보상의 기준을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관계법령의 규정 중 재해를 당한 조합원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여 신속하게 처리하여야 하며 이와 별도로 본 협약에서 정하는 추가 보상을 실시하도록 한다. 1. 장애보상 : 회사는 종업원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완치 후 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장애급여 외에 장애 보상금을 당사자와의 합의에 의하여 퇴직 시 추가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위 규칙은 재해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전보되지 아니한 잔손손해를 ‘퇴직 시’에 지급하기로 근로자들과 피고 회사가 약정한 것으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원고의 퇴직 시인 2021. 1. 20.부터 기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위 규칙은 해석상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이 사건 재해 당시로부터 퇴직 시로 늦추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하고,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며 이에 위반하는 약정은 무효이므로(민법 제184조 참조), 시효의 기산점을 뒤로 늦추는 위 조항은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적어도 장해 등급 판정을 받은 2001. 8.경에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민법 제166조 제1항 참조), 위 규정만으로는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반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신의칙에 위반되기 위하여는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피고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가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참조).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원고가 위 규정을 근거로 피고 회사와 논의를 하였다거나, 피고가 이전에도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소결론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결국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이 사건 재해로 추간판탈출증(제5요추-1천추 간)의 상해를 입은 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 이로 인하여 2013. 10.경부터 현재까지 지출한 치료비 합계가 9,775,650원인 사실이 인정된다. 한편, 이 사건 재해의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도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비율을 50%로 인정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4,887,825원(=9,777,650/2)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3. 4. 7.부터 피고가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3. 7.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일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