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5,000만 원 이에 대하여 2020. 5. 1.부터 2023. 9. 13.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원고 운영 'C'(이하 '원고 학원')에서 수학 강의를 하기로 하고 2020. 1. 24. 다음 내용의 강의계약(이하 '이 사건 강의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강의계약에 따라 2020. 1. 28. 3,000만 원, 2020. 1. 29. 2,000만 원 합계 5,000만 원을 계약금 일부로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피고는 원고 학원에서 2020. 4. 29.경까지 강의하고 퇴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는 계약기간을 지키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강의계약 제2조 제3항 제7호에 따라 계약금 5,000만 원을 반환하고, 제10조 제3항에 따라 2개월분의 강사료 1,4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피고가 원고 학원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된 것은 원고의 귀책사유 때문이므로 계약금 반환 의무가 없다. 원고 대표자 D는 피고 영입 후 원하는 만큼 학생이 모이지 않자 '학원을 나가라', '계약서를 다시 쓰자'며 피고를 정신적으로 압박하였고 이 때문에 피고는 혈압이 극도로 높아져 이와 같은 상태에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퇴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강의계약 제10조 제3항은 근로기준법 제20조(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에 반하는 손해배상액 예정으로서 무효이다.
판단
계약금 반환의무 인정 여부
이 사건 강의계약상 계약금 반환조항의 해석
원고 당사자본인신문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계약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는 이유는 피고 영입이 다수의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피고가 5년 이상 근무할 경우 1억 5,000만 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하는 일종의 투자 성격이었다고 보인다. 피고 입장에서는 5년 동안 다른 곳에서 근무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대가이자, 한편으로는 5년 근무기간만 지키면 1억 5,000만 원을 보유할 수 있다는 기대 이익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피고는 계약금 1억 5,000만 원이 이직의 주요한 이유였음을 강조하나, 지급 조건으로 5년 만근을 설정한 것을 고려하면 이직만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기간 5년을 지키지 못한 경우 이 사건 강의계약 제2조에서는 그 사유를 묻지 않고 반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피고 의사에 반하여 퇴직하게 되는 경우(예컨대 부당해고), 원고는 투자금을 마음대로 회수하게 되어 투자 위험을 손쉽게 회피하는 결과가 되고, 피고는 1억 5,000만 원 반환을 감수하지 않고는 이직을 할 수 없는 구속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나 1억 5,000만 원 보유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침해받게 된다. 이는 해제조건(계약기간 5년을 못 채우는 것) 성취로 이익을 얻을 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에 해당한다(민법 제150조 제2항).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피고 의사에 반하여 퇴사하는 경우에는 계약기간 5년을 지키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1억 5,000만 원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퇴사 경위
증인 E의 증언, 원고 당사자본인신문, 을 제12, 19, 22, 24, 2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020. 3. 28~29.경 원고 대표자 D와 피고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에 관하여 이야기하다가 고성이 오가도록 다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D는 피고에게 그만 두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원고 대표자 D는 그 후 피고에게 '미안하다, 다시 잘해보자'며 피고의 사직을 만류하였다.
원고는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강의계약 내용을 변경하기를 원하였고, 피고는 2020. 4. 1. 원고에게 원고 학원의 수입, 지출 내역을 요구하였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강의계약서를 다시 쓰지는 못하였다.
원고 대표자 D, 피고, F은 2022. 4. 7. 원고 학원의 매출, 인건비, 학생 수 추이 등에 관하여 회의를 하였다. D는 그 자리에서 "이게 계속 간다면 지금 코로나에 대한 예측은 누구도 모르잖아요.", "저번 달이 4,700 매출에 거의 인건비가 거의 4,000, 그러니까 데스크 빼고 4,000 한 300 가까이 이 정도 드는 거 같아요. 조교비까지 다 포함해가지고. 그래서 이제 지금 이번 달에도 이제 현재 인원이 아직까지 변화된 게 없어요. 그런데 이제 지금은 나는 트랜드를 알고 싶은 거지."라고 말하였다.
피고는 2020. 4. 8. 원고 대표 D에게 혈압이 높아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무렵부터 피고가 맡은 강의를 다른 강사들에게 인계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피고는 2020. 4. 16. 학원 개원을 위하여 상가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권고사직 처리와 2020. 4.까지의 4대 보험료 납부를 요구하여 원고가 2020. 5. 1. 피고에게 "D 및 피고는 첨부 계약이 2020년 4월 30일부로 종료함을 확인한다. 그에 따라 계약금은 기 근무한 750만 원을 제외하고 4,250만 원을 반환한다. B의 편의를 위하여 대외적으로는 권고사직처리하기로 한다."라는 합의서 초안을 보냈으나, 권고사직 처리가 원고와 피고 중 누구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에 관하여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2020. 3. 말경 있었던 원고 대표자와의 다툼,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계약 내용을 바꾸기를 원하였던 원고와의 갈등 등이 피고가 퇴직을 결정하게 된 원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이나, 원고는 피고와 다툰 직후 피고의 퇴직을 만류하였던 점, 피고는 원고가 원하는 내용의 재계약 체결을 거절하였던 점, 2020. 4. 7. 원고, 피고, F과의 대화에서의 원고 발언이 객관적으로 피고를 압박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가 2020. 4. 8. 원고에게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까지 원고가 피고의 정상적인 근무를 불가능하게 하였다거나 퇴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원고가 합의서 초안을 보내기 전 이미 피고가 학원 개원을 위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던 점에 비추어 퇴직 조건(권고사직으로 처리, 4대 보험료 납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가 계속 근무하기를 희망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원고 학원에서 5년이 지나기 전에 강의를 종료한 것은 피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강의계약에 따라 5년 만근을 조건으로 받은 계약금 5,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강사료 지급의무 인정 여부
이 사건 강의계약이 근로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도732 판결,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강의계약 내용
이 사건 강의계약 내용과 증인 E의 증언, 을 제6 내지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의 근무 시간과 이를 토대로 한 출퇴근 시간이 계약으로 정해져 있었고, 실제 강의 시간표도 계약에서 예시로 든 것과 유사하게 작성되었다. 또한 원고는 2020. 4.부터는 출근 시간, 퇴근 시간을 전산으로 기록하여 관리하였다. 지각, 결근 사실 및 그에 따른 사전, 사후 조치는 계약상 보고 대상이고,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과 지각, 결근 등은 계약 해지 또는 임금 감액 사유이기도 하다. 피고가 원고의 상당한 지휘, 감독 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수강생이 많아져 매출이 증가하는 경우 그에 비례하여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수강생 수와 이에 따른 학원의 수입증감이 피고의 보수에 영향을 미치나, 이러한 영향은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에 한정되고, 고정급이 정해져 있으므로 수강생 감소로 인한 위험을 전적으로 강사인 피고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어 피고가 받는 보수에는 근로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를 비롯한 강사들이 원고 학원에서의 강의 외에 부업이나 과외를 하는 것을 계약에서 금지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소정근로시간이 주 48시간이고 강의 외에 원고 학원 강사들이 해야 하는 회의, 교재 연구 등 부수적 업무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다른 사업장에서의 노무 제공은 불가능하므로 원고에게 전속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강의계약 제10조 제3항의 효력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이 사건 강의계약 제10조 제3항은 피고가 계약기간 5년이 지나기 전 퇴직할 경우 원고에게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미리 정한 2개월분의 강사료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한 원고의 강사료 2개월분 1,400만 원 지급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강의계약 제2조에 따라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 5,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강의계약에서 계약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 계약금을 지체 없이 반환하도록 정하였고, 이에 따르면 계약금반환 사유가 발생한 즉시 지급하여야 한다고 해석되므로, 피고가 원고 학원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이후로서 합의서 초안에 기재된 이 사건 강의계약 종료일(2020. 4. 30., 을 제19호증에 의하면 계약 종료일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인 2020. 5. 1.에는 계약금 반환 의무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000만 원 이에 대하여 2020. 5.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9. 13.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