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5. 9. 25. 선고 2025가단103534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망 D(E 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2014. 8. 30.부터 피고 소속 기전대리로서 'F'관리사무소(이하 '이 사건 관리사무소'라고 한다)에서 근무해 왔고, 2017. 5. 5. 11:14경 인천 계양구 병방로 서울외곽선 일산방향 82km 지점에서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17. 5. 14. 17:00경 심실세동(심실이 1분에 350~600회씩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다가 순환부전을 일으킬 경우 사망에 이르는 부정맥의 일종)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사실,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B는 그 자녀로 망인을 상속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호증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망인이 오피스텔 1개동과 상가 3개동의 관리를 담당하는 이 사건 관리사무소에서 24시간 격일제 교대근무를 하며 밤낮으로 수많은 민원업무에 시달리는 등 과중 한 업무를 수행하느라 적정한 수면 및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소속 근로자인 망인에 대하여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 등을 강구하여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한 피고에게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고, 따라서 피고로부터 적극적 손해액으로서 근로복지공단 유족연금일시금을 공제한 망인의 일실수입액에 20%의 책임제한을 하여 산정한 237,648,314원과 위자료로서 88,000,000원을 합한325,648,314원을 원고들의 상속지분비율에 따라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1997. 4.25. 선고 96다53086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음을 예측하거나 예측할 수 있어 해당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등 참조). 또한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무자가 그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 증명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채권자로서도 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을 주장,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28. 선고 93다4359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판단

1)

앞서 본 각 증거에 의하면, 원고들이 2020. 6. 16.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2020. 10. 5. 망인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결정을 받게 되어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76361호 사건(이하 '관련사건'이라고 한다)에서 2024. 5.23.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 따라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러나 한편으로 앞서 본 각 증거에 을호증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인정사실이나 원고들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구체적인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 특히 망인의 과로나 스트레스 정도가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예측하였거나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거나 또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가)

관련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망인의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76시간을 초과하고 그 직전 주의 1주간 근무시간은 87시간을 초과하는 등 망인이 상당기간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왔고 야간근무 중 실질적 휴식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들은 확인된다.

나)

그러나 이 사건 관리사무소는 오피스텔 1개동과 상가 3개동 내 총 118개의 점포와 450개의 세대를 관리하고 있고, 망인은 2014. 8. 30. 입사 후 24시간 동안 격일제교대근무를 하면서 2인 1조로 8:00부터 익일 8:00까지 기전업무 외에 오피스텔 및 상가건물 감시 · 순찰, 공용부분 보수, 세대민원처리 등 업무를 처리하였는데, 주간에는 근무자 1인이 추가되고 점심시간인 12:00부터 13:00까지, 저녁시간인 18:00부터 19:00까지 각 1시간씩 2시간의 휴게시간이 부여되며 이와 같은 근무방식이나 형태, 시간 및 장소 등 업무의 내용이 망인의 사망 시까지 별다른 변경 없이 유지되어 왔던 것으로 보여, 업무 자체가 특히 고강도로 진행되었다거나 휴식도 없이 열악한 업무환경에서의 근무가 이어졌다거나 예측이 어려울 정도의 업무가중 요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도 확인된다. 특히 피고가 2014. 11. 18.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장 명의로 망인 등 격일제 교대근무를 하는 기전직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단속적 근로종사자로서 근로기준법령상 근로시간 등 적용 제외 승인을 받기도 하였다는 점에서, 망인의 근로시간이나 휴게, 휴일에 관하여 어떠한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서 기재로 보아 망인이 만성적인 과로나 입주민들의 밤낮 없는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것은 유족들의 진술로 확인될 뿐, 망인이 피고 측에 과로나 스트레스 상태를 알리거나 업무 조정을 요청하는 등으로 피고로 하여금 그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고 근무환경 개선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망인의 성격이 원만하고, 참고일을 하다 보니 업무가 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동료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아도, 피고로서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망인에게 특히 더 과중하거나 불리한 업무를 부과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망인의 과로 정도나 그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통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였거나 예측할 수 있었고 그럼에도 그 회피를 위한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라)

관련사건에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관련사건 승소만으로 당연히 피고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거나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에게 구체적으로 망인에 대하여 어떠한 보호의무가 있어 이를 고의 · 과실 등 귀책사유에 기하여 위반하였다는 것인지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이나 증명이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국 피고가 망인으로부터 근로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노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