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C 주식회사(이하 ‘회사’라 한다)의 소속 근로자 중 이천공장에서 근무하는 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편의상 피고를 ‘피고 조합’이라 한다)이고, 원고는 피고 조합 제13대 집행부의 사무국장 직을 수행하면서 전임 근무를 하던 자이다.
피고 조합의 제13대 집행부는 2021. 5. 6. 회사와 2021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를 비롯한 집행부의 일부 구성원들이 피고 조합의 위원장이던 D가 집행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취지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집행부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였다.
원고와 집행부의 일부 구성원들은 그 무렵부터 피고 조합에 사퇴의사를 표시하여 왔고, 피고 조합은 2021. 6. 28. 회의에서 집행부 구성원들에게 사퇴의사를 철회할 의사가 있는 경우 그 날 오후 5시까지 이를 알려달라고 하였으나, 원고는 피고 조합에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피고 조합의 위원장은 2021. 6. 30.경 원고에게 사퇴처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렸고, 피고 조합은 같은 날 회사에 원고의 전임 근무 해지를 통보하였다.
원고와 집행부의 일부 구성원들은 2021. 8. 13. 피고 조합 및 회사를 채무자로 하여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1카합10048호로 전임해임처분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22. 2. 7. 기각 결정을 하였다.
피고 조합은 2022. 3. 23. 상무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하여 피고 조합규약 제14조 제1 내지 3항 위반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자격정지 3년의 징계처분(이하 ‘2022. 3. 23. 자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내지 7, 10, 16, 21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전임 해임처분은 사실상 사무국장의 직을 박탈하는 것이고 피고 조합의 규약에 의하면 피고 조합의 임원인 사무국장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총회의 투표로 불신임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피고 조합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독단적으로 원고를 전임자의 지위에서 해임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2021. 6. 30. 자 등의 전임 해임처분은 피고 조합의 규약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여 무효이다.
한편, 피고 조합이 노동조합 전임자를 지정하여 회사에 통지하면 회사는 그 통지에 기속되어 해당자를 노동조합 업무 전담자로 인사조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피고 조합은 원고가 다시 전임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회사에 원고를 피고 조합의 전임자로 지정한다는 의사를 통지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사무국장의 직에서 사퇴하겠다는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조합이 2022. 2. 12. 임의로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은 무효이다.
사무국장인 원고는 상무집행위원회 결의에 의한 징계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에 대한 2022. 3. 23. 자 조합원 자격정지 처분은 그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원고에게 최소한의 소명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므로 위법하여 무효이다.
피고 조합
관련 규정상 피고 조합에게는 사무국장을 전임자로 해야 할 의무가 없고, 달리 원고에게는 전임자가 될 권리가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소를 통해 피고 조합에 대해 전임자 지정 의사의 통지를 구할 수 없다.
원고는 해임된 것이 아니라 2021. 6. 28. 회의에서 사임의사를 밝히고 사임한 것이고, 원고가 사임한 이상 피고 조합이 행한 원고에 대한 전임 해지 처리 및 2022. 2. 12. 사무국장 사퇴 처리는 그 후속처리에 불과할 뿐 별도의 처분이 아니다.
원고는 사무국장 직에서 사임하였으므로 일반 조합원으로서 징계대상에 해당하고, 원고가 사임한 사실을 부정하고 분란을 일으킴으로써 피고 조합의 단결을 해친 행동은 피고 조합 규약 제14조 제1 내지 3항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피고 조합 규약은 징계 시 소명기회 부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소명기회가 없었다고 하여도 그 징계처분은 유효할 뿐만 아니라 피고 조합은 상무집행위원회 공고와 원고에 대한 이메일 및 문자 통지를 통해 징계 진행사실을 알리고 해명의 기회를 부여하였으므로 2022. 3. 23. 자 징계처분은 피고 조합 규약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친 정당한 처분으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판단
전임자 지정 의사통지 이행 청구에 관한 판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1항은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노동조합 전임자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며 단결권의 일종으로 노동조합 고유의 권리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피고 조합이 회사에 원고를 피고 조합의 전임자로 지정한다는 의사를 통지한다 하더라도 회사가 이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고, 을 제3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단체협약 제9조는 ‘회사는 조합이 조합원 중에서 선정한 조합 전임자를 조합업무에 전담하게 할 수 있다. 단, 조합 전임자 수는 별도 노사협의를 통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사무국장 등을 전임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달리 피고 조합에게 전임자 지정 의사를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없다.
결국 회사가 피고 조합의 전임자 지정 의사통지에 기속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022. 2. 12. 자 해임처분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법인의 이사는 법인에 대한 일방적인 사임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법률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고, 그 의사표시는 수령권한 있는 기관에 도달됨으로써 바로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며, 그 효력발생을 위하여 이사회의 결의나 관할 관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법인의 이사를 사임하는 행위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라 할 것이어서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함과 동시에 그 효력을 발생하고 그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생한 후에는 마음대로 이를 철회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사임서 제시 당시 즉각적인 철회권유로 사임서 제출을 미루거나, 대표자에게 사표의 처리를 일임하거나, 사임서의 작성일자를 제출일 이후로 기재한 경우 등 사임의사가 즉각적이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별도의 사임서 제출이나 대표자의 수리행위 등이 있어야 사임의 효력이 발생하고, 그 이전에 사임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두22334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21. 6. 28.경 사무국장 직에서 사임하는 의사표시를 하여 그 무렵 수령권한이 있는 피고 조합의 위원장에게 위 의사표시가 도달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로써 원고는 이미 사무국장직을 상실하였고, 이후 원고가 임의로 사임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거나 사무국장의 업무를 일부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직을 회복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해임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021. 6. 28. 피고 조합의 위원장과 집행부 구성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피고 조합의 제13대 노사대책부장 E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원팀이라고 해서 이리 왔는데 지금 4~5명 정도 이탈자가 있어서 원팀으로 자격 상실이라고 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임을 다 같이 지고 총 사퇴를 했으면 합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고, 이에 대해 일부 집행부 구성원들이 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자, 원고는 ‘그래서 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시려고 하시는 분들은 유지해서 가야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도망쳐서 죄송하고요. 여기까지 온 데에 대해서 깊게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안 힘든 사람 없었다. 업무적이든 인간적이든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 하고자 하는 사람들 따라서 가셨으면 합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하였는바, 피고 조합의 제13대 집행부 구성원들 중 일부는 집행부 직에서 사임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원고 역시 사임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2021. 6. 11. 자 회의 및 2021. 6. 28. 자 회의에서 원고 등의 사임이 제13대 집행부의 유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발언이 오고갔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일관되게 전임 근무를 하지 않으면 사무국장의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바, 원고가 사임의 의사표시를 할 때 단지 전임 근무의 해지만을 의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무국장의 직에서 사임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 조합 규약에는 사임서를 수리하여야 사임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즉시 사임의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는 등 사임의사가 즉각적이라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고 조합은 집행부 구성원들에게 사퇴의사를 철회할 의사가 있는 경우 2021. 6. 28. 오후 5시까지 이를 알려달라고 하였으나, 피고 조합이 2021. 6. 30. 원고에게 사임 처리가 진행됨을 알리기 전까지 원고는 피고 조합에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2022. 3. 23. 자 징계처분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상무집행위원회 결의에 의한 징계대상인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21. 6. 28.경 사무국장의 직에서 사임함으로써 피고 조합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 당시에는 피고 조합의 일반 조합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2022. 3. 23. 자 징계처분 당시 사무국장의 직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사유의 존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3호증의 2, 14호증의 1, 2, 16호증, 을 제7, 27, 28, 3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21. 6. 28. 진행된 회의에서 사임의 의사표시를 한 이후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사임 절차가 진행됨을 알리자 임의로 사임의 의사표시를 번복하였고, 나아가 ‘집행부 구성원들이 총사퇴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퇴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피고 조합과 회사를 채무자로 하여 전임해임처분 등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기도 하였으며,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집행부 구성원에게 그들을 비난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 조합의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혼란이 가중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고 조합 규약 제14조 제2항의 ‘조합의 활동을 방해한 행위’ 내지 제3항의 ‘조직의 단결을 해하는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절차적 하자의 존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0, 24호증, 을 제11,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2022. 3. 23. 자 징계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 조합 규약 제14조는 조합원의 징계에 관하여, ‘조합원이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상무집행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조합원을 징계할 수 있고, 다만 회계감사 및 운영위원, 상무집행위원(임원 제외), 대의원의 징계는 총회(대의원회)에서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는 않다.
나아가, 피고 조합은 2022. 3. 23. 자 징계처분 전인 2022. 3. 17. 피고 조합의 홈페이지에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조합원 징계 결의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공고하였고, 2022. 3. 21. 원고에게 이메일로 위 상무집행위원회 개최 사실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것을 알리기도 하였는바,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음이 인정된다.
피고 조합은 2022. 3. 23. 상무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2022. 3. 23. 자 징계처분을 결의하였으므로 2022. 3. 23. 자 징계처분은 피고 조합의 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의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두호(재판장) 김승현 황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