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액정표시장치용 광학필름의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다.
피고는 2019. 12. 2.경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과 사이에 피고의 사업장에 있는 방재시설의 운영·관리업무 등(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을 C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방재운영관리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에는 C 소속 직원인 방재팀장 1명(주 5일 주간근무)과 방재대원 6명(3조 2교대 근무)이 피고의 방재시설에 상주하여 근무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원고는 2020. 4. 1.경 C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부터 피고의 사업장에 있는 방재시설에서 방재대원으로 근무하였는데, 2021. 7. 11.경 C에서 퇴직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2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고용의사표시청구
이 사건 계약은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이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사용사업주인 피고는 상시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산업안전 및 위험관리원의 업무에 관하여 파견사업주인 C으로부터 상시파견을 받아 파견근로자인 원고를 사용하였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위와 같은 원고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원고와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의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원고는 2021. 7. 10.경 파견사업주인 C으로부터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고 C에서 퇴사 처리되었는바, 피고는 원고를 직접 고용하였더라면 원고가 지급받을 수 있었던 2021. 7. 11.부터 2021. 10. 10.까지의 급여 상당액인 8,340,000원(= C과의 고용계약에 따른 월 급여 2,780,000원 × 3개월)과 2021. 10. 11.부터 피고가 원고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는 날까지 월 2,78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
C 소속 직원인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의 사업장에서 방재대원으로 근무한 사실은 있으나, 이 사건 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이 아니라 광학필름 제조·판매업체인 피고가 방재시설의 운영·관리업무를 전문업체인 C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도급계약이다. 원고는 C 소속 직원인 방재팀장의 관리·감독을 받아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는 위 방재팀장을 통해 위 업무에 관한 협의를 한 사실은 있으나, 방재대원인 원고에게 직접 지휘·명령한 사실이 없다. 또한, 피고는 C으로부터 원고의 근무중단 경위에 관하여 ‘원고가 2021. 7. 7.경 이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하였다’고 통보받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고, 이를 전제로 하여 원고에게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도 없다.
고용의사표시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969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계약이 근로자파견계약인지 여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갑 제2 내지 10호증, 을 제1, 2, 5, 8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이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의 환경안전팀 담당자와 의사연락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었고, 원고가 담당하였던 위 업무의 수행과정을 살펴보면, C 소속 직 원인 방재팀장이 원고를 비롯한 방재대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피고의 환경안전팀 담당자의 업무지시사항을 전달하고, 피고의 환경안전팀 담당자가 방재대원들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이 사건 업무에 관한 업무일지 등을 송부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업무는 급부의 목적이나 대상이 노무제공 그 자체인 노무도급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도급인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는 범위 내에서 수급인 또는 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에게 적정한 지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민법 제669조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할 당시 피고의 환경안전팀 담당자로부터 방재팀장을 거쳐 방재대원들에게 전달되었던 지시사항은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의 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이를 검수·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는바, 이러한 지시 관계 또는 업무연락 관계를 두고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징표로서의 지휘·명령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수행한 이 사건 업무는 피고의 주된 업무인 광학필름 등의 제조·판매와는 명백히 구별되고, 피고의 환경안전팀 담당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피고가 수행해야 하는 소방안전 및 방재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를 함께 하거나 대체하여 수행하지는 않았고, 원고가 피고의 환경안전팀 담당자를 대신하여 그 업무를 수행한 사실도 없었는바, 원고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상태에서 근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C은 이 사건 업무에 투입할 방재대원의 선발에 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도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근무할 방재대원을 선발하는 업무에 피고가 관여하거나 개입하였다’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C 소속 직원인 방재팀장이 원고를 포함한 방재대원의 교대근무 순서, 일정 등을 직접 조율하여 방재대원들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고,<2> 원고는 방재팀장에게 휴가원을 제출하여 결재를 받는 방식으로 휴가를 사용하였으며, 방재팀장은 원고의 근무기간 동안 C의 자체 인트라넷 시스템을 통해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는 방재대원들의 근태관리를 하였는바,<3> 피고가 원고의 근태 및 노무관리에 관하여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나타나 있지 않다. 반면에, 피고는 ‘C이 그 소속 근로자들인 방재대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개인정보보호교육이나 성희롱예방교육을 독자적으로 실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원고가 서명한 교육참석자명단을 비롯한 C의 교육자료 등(을 제13, 14호증)을 제출하고 있다.
원고는 C에 채용될 당시 ‘다른 업체에서 소방시설 보수공사 업무 및 소방시설 점검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는 내용의 이력서(을 제1호증의 1)를 C에 제출하였고, 원고가 C에 채용된 이후에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방재시설 운영·관리업무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원고가 위와 같이 근무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관여 하에 이 사건 업무가 아닌 광학필름의 제조·판매 등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다른 업무에 투입되지도 않았다.
피고는 ‘C은 1999. 1. 1.경 설립되어 2020년을 기준으로 482명의 전문기술자격 보유자를 포함한 약 15,00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방재시설 운영·관리 등의 전문업체로서 전국 각지의 시설에서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C의 회사소개서(을 제3호증)를 제출하고 있는바, C이 위 회사소개서의 내용과는 달리 오로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방재인력을 공급할 목적 또는 피고의 관계자들에 의하여 주로 피고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피고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한 업체라고 볼만한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고용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 역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류연중(재판장) 박효송 하지인
각주1) 이 사건 소장에 기재된 청구취지에는 이 부분이 ‘8,340,000원 및 이에 대한 2021. 10. 11.부터 원고의 복직일까지 월 2,78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원고의 주장을 고려하면 이는 본문과 같은 내용으로 이해된다.
각주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가 매일 방재대원들로부터 인트라넷 메일을 통해 이 사건 업무에 관한 업무일지 등을 보고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의 인트라넷 메일(갑 제4호증)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전날의 업무상황을 사후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보일 뿐, 피고가 사전에 방재대원의 교대근무 순서, 일정 등을 보고받은 후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각주3) 원고는 ‘피고는 인트라넷 메일을 통해 피고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는 방재대원도 대상으로 포함하여사내 인사에 관한 사항을 공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인트라넷 메일(갑 제7호증의 1)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위 이메일은 모두 피고의 인트라넷 아이디가 부여되어 있는 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발송된 것이어서(받는 사람이 ’D’로 표시) 피고 소속 근로자가 아닌 방재대원들에게도 발송된 것이고, 그 내용이 이 사건 업무와 관련되어 있거나원고와 같은 방재대원들에게 적용되는 사항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위 인트라넷 메일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의 위 주장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