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시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4. 4. 19. 19:00경 평택시 B에 있는 C P4 복합동 6층 메탈상부 6500LV에서 피해자 D(남, 38세)과 함께 1.5M 길이의 슬링벨트에 3톤 체인블록을 연결하여 배관을 묶어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작업반장인 피고인의 경우 슬링벨트 보양용 아대를 설치를 하고, 적절한 줄걸이 위치를 선정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여 슬링벨트가 차단되지 않고 위 체인블록을 지탱하게 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작업을 한 과실로, 슬링벨트 보양용아대를 설치하지 않아 슬링벨트를 차단되게 하여 체인블록이 쓰러지면서 마침 그 부근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피해자의 후두부를 충격하게 하는 등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로 하는 열린 두개내상처가 없는 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와 동등한 작업자 중 1명에 불과한 사람이고 팀장이나 부팀장으로부터 업무 방법과 유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없이 급작스럽게 해당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보양용 아대를 설치하지 않으면 슬링벨트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없었으므로 그대로 작업한 것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슬링벨트 자체의 노후화 및 관리 소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사고 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도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판 단
관련 법리
업무상의 과실은 업무와 관련한 일반적 · 추상적인 주의의무의 위반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업무와 관련하여 다해야 할 구체적 ·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과실로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2887 판결, 대법원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려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는지, 그리고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지 못하였는지가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1971. 5. 24. 선고 71도623 판결,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11948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도12218 판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기는 한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포함한 3명의 다른 작업자와 함께 1.5m 길이의 슬링벨트에3톤 체인블록을 연결하여 배관을 묶어 들어 올려 배관과 슈 사이에 고무 패드를 설치하는 작업(이하 '이 사건 공동 작업'이라 한다)을 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체인블록의 윗부분 혹이 상부에 고정될 수 있도록 상부메탈에 슬링벨트를 연결하고, 슬링벨트와 체인블록 윗부분 혹을 연결하는 작업(이하 '상부메탈고정작업'이라 한다)을 담당하였다. 이후 4명의 작업자가 체인블록 핸드체인을 잡아 당겨 체인블록 아래혹과 연결된 배관을 조금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잡아당기던 체인블록과 상부메탈 사이의 슬링벨트(피고인이 설치한 부분)가 끊어지면서 체인블록이 피해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를 충격하였다.
산업재해조사표에 따르면(증거순번 10번, 사업주인 ㈜E가 작성하여 평택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 "재해발생원인"란에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사고의 원인과 관련하여 객관적 조사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특히 사고 현장의 모습, 끊어진 슬링벨트가 설치된 위치와 파단된 형상, 슬링벨트 파단을 초래할만한 돌출부의 존재 여부, 줄걸이가 설치된 위치 등을 알 수 있는 세부자료가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포함한 다른 작업자와 동등한 동료 작업자에 불과한 지위에 있었을 뿐이고, 피해자가 진술하는 것처럼 "배관사"나 "작업반장"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아니하였다. 이 사건 공동 작업도 배관팀장 F과 부팀장 G이 피고인을 포함하여 현장에 있던 4명의 작업자에게 급작스럽게 지시하였고, 현장에서 동료 작업자들 사이에 즉흥적으로 세부적인 업무 분장이 이루어진 것이며, 단지 현장 경력이 많은 피고인이 다소 번거로운 상부메탈 고정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상부메탈 고정작업 시 슬링벨트 보양용 아대를 설치하지 않은 것을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아대 설치가 피고인과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보통인의 객관적인 주의 정도에 비추어 예견 및 대비 가능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는 사고 발생 2개월이 경과하고도 원활한 보상이 이루어지 않자 피고인을 고소하면서 피고인이 "아대 없이" 슬링벨트를 설치한 것을 우선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였으나(증거기록 제4쪽), 이 사건 공동 작업 당시에는 피해자는 물론 다른 작업자 H도 당시에는 아대를 설치하지 않으면 슬링벨트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지 못하였고, 배관팀장 F 등 상급자로부터 이에 관한 구체적인 교육이나 지시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D 증인신문 녹취서 제9쪽, H 증인신문 녹취서 제6쪽).④ F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보양용 아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무조건알 수밖에 없다. 배관공이든 조공이든 상관없이, 교육을 들어서도 아는 것이고 표준작업절차서나 작업계획서에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표준작업절차서에도 그러한 내용이 있다."고 진술하였으나(녹취서 제10쪽, 17쪽), 한편 "이 사건 사고가 슬링벨트에 보양용 아대를 설치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인지는, 내용 자체를 모르고 알 수 없다. 통상적으로 일반 현장에는 슬링벨트에 아대를 대고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진술하였다(녹취서 제4쪽). 그러나 F는 배관팀장으로 이 사건 공동 작업을 지시한 사람으로서, 피고인의 책임 부담 여부에 따라 잠재적으로 자신도 업무상 과실 여부가 문제될 수 있어 피고인과는 서로 이해가 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점, 보양용 아대 설치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었다는 표준작업절차서나 작업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은 점, 산업재해조사표의 "재발방지계획"란에는 "1. 품질 설치 검측 업무 대응 안전관리 Flow 수립, 2. 배관 줄걸이 설치방법 수립, 3. 배관 크기별 위치조정 작업 시 도구지정"이라는 기재가 있는데 이는 사고 당시에는 슬링벨트에 아대를 대도록 하는 구체적인 도구지정이나 교육, 매뉴얼 등이 없었음을 반증하는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F의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작업 시 보양용 아대를 설치하고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 반드시 필요하였다거나 별도의 교육이나 작업 지시 없이도 통상적인 작업자가 예견하고 대비가능한 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인과 H는 당시 상부메탈 고정작업 시 보양용 아대 설치가 불가능한 환경이었다고 진술하는바, 이와 달리 공소사실이 전제하는 바와 같이 보양용 아대 설치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산업재해조사표에 재해발생원인 3항으로 "부적절한 줄걸이 위치 선정"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산업재해조사표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73조에 따라 사업주가 작성하여 제출하는 자료이고, 위 자료의 실제 작성자는 ㈜E의 안전과장 I로 보이는데(F 녹취서 11쪽), 그 작성 과정에서 사고 발생 원인과 책임을 개별 근로자의 부주의로 전가하려는 동기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그 기재만으로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한편, 피해자는 사고 발생 약 2개월 후 피해 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인의 과실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여 피고인을 고소하면서 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공구의 관리소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요청하였는데, 이를 비롯하여 사고의 다른 발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규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